지난 2003년 9월8일, 조간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김종규 부안 군수가 주민들에 맞아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은 처참한 사진이었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주민들에 의해 폭행을 당한 이 사건이 그 유명한 핵폐기물 처리 시설(이하 방폐장) 입지 선정에 대한 부안 위도 사건이다.

방폐장의 필요성은 이미 1984년부터 제기되었다. 2008년에 가면 원자력발전소 내에 있는 임시 저장소가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정부는 제2의 방폐장을 선정해야 했다. 1990년에는 충남 안면도를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1995년에는 굴업도를 지정했으나 또다시 주민 반발로 중단됐다. 2003년에야 우여곡절 끝에 부안군 위도를 선정하였으나 주민들의 집단 반발과 환경 단체들의 촛불 시위, 서해안고속도로 점거, 학생들의 무기한 등교 거부, 급기야는 군수의 집단 폭행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장관이 사퇴하고 이듬해 2004년 2월에 주민투표에 붙여졌으나 결국 주민들의 반대(91.3%)로 무산됐다.

결국 정부 정책의 표류와 20여 년간의 지루한 논쟁, 극심한 주민 간 갈등으로 엄청난 시간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혹자는 이를 지역 주민 이기주의와 환경 단체들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기도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정부 홍보의 실패 사례로 본다.

이 정부 들어서 정부 정책의 표류 사례는 이 이외에도 평택 미군기지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직도 미 공군 사격장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 어느 문제(Issue) 하나 속 시원히 공청회에서 논의되거나 주민들의 찬반 논의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정부의 정책 결정, 주민의 격렬한 반대, 주무부처 장관 사퇴, 그리고 정책 표류의 과정을 하나같이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 홍보 기능은 대폭 확대됐다. 우선 명칭에서도 과거 공보실 기능이 이젠 정책 홍보팀으로 확대 개편되고 이를 총괄하는 국정 홍보처의 예산과 기능은 과거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이 위상이 강화됐다. 국정 홍보처가 언론 보도에 대한 각 부처의 대응 방식을 세분하고 직접 관리하는가 하면 국가기관에 의한 언론중재 신청이 2003년 2월25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589건(월 평균 14건)으로 전임 DJ 정부 5년간 총 118건(월 평균 2건)의 7배에 달했다.

현 정부의 홍보 관련 부서 예산도 2004년에 559억원에서 2006년 738억원으로 179억원(32%)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가 예산 증가율은 8.7%였다. 또한 같은 기간 전체 국가 공무원이 1.2% 증가한 반면 홍보 관련 부서(정책 홍보관실, 홍보 기획팀 등)의 공무원은 22.1%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의 지지도나 청와대의 지지도는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급기야는 10%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정책 홍보의 실패를 뜻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막강한 국가 홍보 인력과 예산, 유례없는 대언론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필자는 이는 분명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커뮤니케이션 시대다.

홍보+커뮤니케이션의 의미

한국 홍보학회는 PR, 홍보, 공공 관계, 공보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던 용어를 ‘홍보(弘報)’로 통일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제 홍보는 Publicity 즉 Public Information 개념에서 이를 포괄한 PR(Public Relations)의 개념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게 됐다. 필자도 이에 따라 홍보의 개념을 언론 홍보와 PR 개념을 확대한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아직 홍보라는 개념이 있기도 훨씬 전인 20세기 초에 미국에서는 이미 홍보(PR)의 개념이 정립되고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 대기업의 등장, 이에 따른 노사 갈등, 빈부 격차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어 공중(Public)을 이해하고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 기법들이 연구됐다.

그러나 초기 PR은 공중이 알고자 하는 정보에 대하여 언론을 통해 충분히 공지되어야 하고 이러한 정보는 거짓이 아닌 진실 된 정보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초기의 PR 모형을 정보 전달 모형(Public Information Model)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모형에서는 조직체로부터 공중으로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 공중의 마음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늘날 정부 PR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일방통행식 정보 전달 방식이며 각종 협회, NGO, 비영리 기관 그리고 교육기관에서 가장 선호하는 PR 방식이 됐다. 이들 조직체들은 그들이 세운 정책을 언론기관을 통해 널리 알려서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둠으로써 정책에 관한 뉴스를 각종 매체에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능동적으로 PR 활동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기 때문에 언론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된다. 이들은 공중을 ‘뭘 모르는 우매한 백성’이므로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여 이해시키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언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고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중은 우매하지도 무식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조직이 보내 주는 정책을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의견(여론)을 얘기하고 반영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때 공중들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체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이것이 바로 쌍방향 상호 이해 모형(Two-Way Communication Model)이다. 쌍방향 상호 이해 모형은 PR적인 설득 이론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더 많이 적용한다. 이들의 목표는 조직체와 공중간의 상호 이해의 증진이다. 조직체의 정책이 공중의 이익과 부합되는지, 공중들의 의견(여론)을 청취할 수 있는 장(場)은 충분한지, 그리고 여론이 조직체의 정책에 반영되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체크한다. 이 모형은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대기업의 홍보 기능으로 발전하였으며 소비자 행동 연구, 기업 이미지와 평판의 연구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형이다.

과거의 홍보 형태가 조직체에 대한 공중의 불만을 방어하는 방어적 홍보였다면 이제는 공중의 마음을 헤아리고 미래 공중이 조직체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미리 예측하고 시행하는 예방적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 환경에 대한 지속 가능한 생존 조건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방폐장 건설 정책 등 실패한 정부 정책 홍보들은 모두가 정보 전달형 홍보 방식에 기인하고 있으며 청계천 복원 사업 등 성공한 정부 정책이나 대기업체의 성공 사례들은 모두가 쌍방향 상호 이해 모형의 ‘홍보+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 CPR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CPR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바로‘Communication and PR’이라는 개념이다.

홍보(PR)로 모든 조직체의 공중 관계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과 공중 간의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식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미 CPR 개념은 대기업체나 정부 조직의 홍보 관계에 도입되고 있다. 대기업체에서 홍보실의 홍보 기능에다 기업의 기획 기능이 합쳐진 기획 홍보실(또는 팀)이나 정부 조직에서 과거 공보실 기능에게 정책 기획 기능이 합쳐져 정책 홍보 담당관실(또는 팀)이 생긴 것이 그 예이다.

특히 요즈음 대기업에서는 기업 커뮤니케이션(Corporation Communic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조직 내 각 부문의 홍보 기능이 통합된 CCO(Chief of the Communi-cation Officer)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 기업의 환경은 엄청난 격변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첫째가 글로벌리제이션의 급격한 진행을 들 수 있다. IMF 위기 이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주주 비율의 증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외국 자본으로부터 M&A 등 경영권을 위협받게 되었다. 둘째로 새로운 지배구조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룹 규모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추세에 있으며 주주 권한이 강화되는 등 새로운 지배구조가 필요하게 되었다. 셋째 정부 정책의 변화이다. 재벌 체제에 대한 거부감, 2세 상속, 증여에 대한 국민 정서의 악화, 회계 투명성,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 정책이 기업을 둘러싸고 있다. 넷째 NGO의 경영 간섭이다.

한국의 NGO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을 제한하는 사회 정의, 균형 발전론, 분배 정의론 등을 주창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다섯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요구이다. 대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기업의 Social Citizenship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PR 부문을 전사 차원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실제 통상적으로 6 Relations 부문을 두고 있다. 즉 IR(투자자 관계 : Invest-ment Relations), GR(정부 관계 : Govern-ment Relations), ER(종업원 관계 : Emplo-yee Relations), BR(사업 파트너 관계 : Busi-ness Relations), CR(고객 관계 : Customer Relations), PR(공중 관계 : Public Relations) 등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한목소리(One Voice)로 회사의 정책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내 홍보 조직들의 조정 역할을 할 CB(Co-mmunication Body)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이 곧 CCO 조직이 필요한 이유이다.

* 이노종 SK 경영·경제 연구소 부사장은

SK그룹 입사 초부터 기업 홍보에만 30년을 몸담아 온 홍보맨들의 대부로, 최근 국내 10개 주요 그룹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작성한 ‘기업 투명성과 평판 간의 관계 연구’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신문방송학과)를 받았다.

이노종 SK 경영경제 연구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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