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면 은 경기도에 있을까, 강원도에 있을까? 필자가 황모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설악면은 행정구역상 강원도의 어느 군에 속한 면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황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소재하는 어느 전원주택 부지였다.

구리에서 경춘국도를 타고 대성리를 지나 청평 읍내를 조금 뒤로하고 다리를 건너 강을 타고 동쪽으로 약 10여 분 달려간 그 곳은 산과 강 사이의 도로를 끼고 산을 깎아 조성한 전원주택 부지였다.

약 60~70평정도의 필지 10여 개와 단지 내 도로로 이루어진 전원주택 부지들은 산비탈을 깎아서 만들어 멀리 청평 읍내와 북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 전원주택단지는 일반주택과는 설계부터 다른 멋진 별장들이 상당수 들어서 있었고, 드문드문 공사 중인 주택과 아직 착공하지 않고 평탄하게 조성된 나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황씨는 “소유주들은 대부분이 서울이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고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주로 금요일 저녁에 와서 여유를 즐기다가 일요일 새벽이나 아침에 돌아간다고 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 아이들 등하교 문제, 학원 문제 등으로 많은 불편이 있기 때문에 별장용으로 이용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지만 실거주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는 없었다.

원래 황씨는 토목이 전문인 건설업자였다. 보기에도 부지런해 보이는 황씨는 성실한 자세와 꼼꼼한 일처리로 주위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웰빙, 세컨하우스,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북한강 일대의 전원주택단지 개발 붐이 일었고 덕분에 황씨는 많은 일을 수주하게 됐다. 토목 일을 하면서 황씨는 개발업자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겼고 전원주택 개발업에 눈을 뜨기에 이르렀다.

부동산 개발 사업 특성상 부지 선정 작업과 인허가 해결이 성공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열쇠. 당시 조금씩 전원주택이 생기고 있었지만 해당 지역의 개발붐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기 전이라 마침 땅값이 폭등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자금이 없었던 황씨는 전원주택 부지로 최적지인 상태가 양호한 전답이나 경사가 완만해서 개발하기 좋은 임야를 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결국 황씨는 자신이 잘하는 것, 남보다 자신 있는 것으로 승부를 보자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토목’이 주특기이다 보니 개발이 다소 어려운 급경사라서 남들이 엄두를 못내는 임야도 택지로 조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평당 1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지금의 전원주택부지인 임야 1500평을 과감하게 매수했다. 원래 임야 주인은 이곳의 원주민이었는데 도로가에 붙어 있기는 했지만 워낙 경사가 심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임야를 허름한 점퍼 차림의 황씨가 사겠다고 하자 처음엔 사기꾼으로 의심하더라고 했다.

1500평이 넘는 임야를 매입한 후 황씨는 가평군청에 전원주택 사업부지로 인허가를 받는 일에 착수했다. 인허가 업무에 밝지 못했던 황씨는 처음부터 인허가 업무에 밝은 지역의 건축업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역 자체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오폐수 문제가 인허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그 외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약 1200여 평에 대하여 주택 건설에 관한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건축에 있어서 토목은 대지를 조성하는 작업으로 임야의 경우 경사의 정도와 토질, 그리고 암반의 존재 여부에 따라 작업의 난이도가 달라지고 그와 연동하여 토목공사비가 증가한다. 다행히도 대상 부지가 경사는 심해도 암반이 그리 많지 않은 부지라서 공사에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공사비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이만한 경사의 대지 조성 토목공사에는 평당 10~15만원 정도 비용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1억원 조금 넘는 돈으로 땅을 사서 다시 1억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공사를 하고 이 땅을 평당 100만원에, 총액으로는 약 10억 원이 넘는 돈에 모두 분양하기에 이르렀다. 매입부터 분양까지 걸린 시간은 토지 매입에서 인허가 기간을 포함해 불과 1년 남짓. 지금 이 부지들은 평당 150~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인근에는 모 건설회사가 평당 2000만원에 가까운 돈으로 고급 빌라를 건축해서 분양하고 있고 분양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에 가평과 청평 등 북한강 일대에 대규모 전원주택 부지 개발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주5일근무제 등으로 여가 시간이 많아진 도시민들을 위한 휴양시설 개발이 바야흐로 물을 만난 것이다. 사실 이런 추세는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은 그 흐름이 본격화 다양화 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여기에다 오는 2009년 말 예정인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이라는 호재가 개발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얼마 전 황 씨는 양평 인근에 부지 면적만 1만여 평에 달하는 전원주택 사업을 착공했다고 한다. 그의 성실함과 시대적인 추세를 볼 때 그는 이번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