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업계는 물론, 인터넷업계가 주목하는 진검승부가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 최강자를 다투는 옥션 대 G마켓 간 대결이다. 전문가들은 “이 승자가 몇 년 후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강자들과 벌일 국내 ‘유통 통합 챔피언전’에 나설 도전자가 되는 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싸움에서 과연 누가 웃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옥션 대 G마켓 간 ‘빅 매치’의 결과를 예상하는 해설자로 7명의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전문가들은 “최소한 KO 승패는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최종 승자를 묻는 질문에 애널리스트 4인은 옥션과 G마켓에 나란히 2표씩 행사, ‘백중세’임을 반영했다. 나머지 3명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전문가들도 현재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극도의 ‘혼전세’를 보이는 국내 온라인 유통 최강자 다툼의 최종 결과를 어떻게 예상해볼 수 있을까. 일단 현재까지의 ‘판세’를 보면 대략 해답에 접근해갈 수 있다.

 옥션의 ‘방패’냐, G마켓의 ‘창’이냐

마라톤 경주에 비유하자면 초반 레이스는 단연 옥션의 독주 양상. 1998년 출발한 ‘원조’ 옥션은 국내 온라인 경매사이트의 ‘골리앗’같은 존재였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70~80%를 차지한 절대 지존이었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게 G마켓이다.

2000년 구스닥으로 출발한 G마켓이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건 대략 2004년께. 그러나 2004년 말 매출액만 놓고 봐도 G마켓은 140억원으로 옥션 1080억원에 8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본게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1~2년 새 옥션이 ‘뛰는 말’이었다면 G마켓은 ‘나는 말’이었다”는 표현으로 G마켓의 선전에 놀라워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을 놓고 본다면 G마켓은 652억원으로 옥션 786억원에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 특히 옥션은 2.8% 증가율로 성장세가 꺾인 반면, G마켓은 전년 대비 177% 증가,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애널리스트들도 “향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옥션의 ‘수성’이냐 G마켓의 ‘점령’이냐가 게임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일단 기세를 올리고 있는 ‘G마켓 우세론’ 얘기부터 들어보자.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픈마켓 외형인 총 거래액 면에선 올 상반기 G마켓(1조130억원)이 이미 옥션을 추월했다”면서 “오픈마켓 성수기인 9월 이후 연말까지 집계하면 최종 승자가 누가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수수료 기준 순 매출액 면에서도 연말이면 G마켓의 첫 추월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업계에선 내놓고 있다. 실제 G마켓 측은 “거래액 1조원 시대는 옥션이 열었지만 2조원 시대는 G마켓의 몫”이라며 올해 연말 성적표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이냐 수익성이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고 전제하면서도 “요즘 분위기만 본다면 G마켓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G마켓은 옥션과 달리 등록 수수료를 없애 셀러(공급자) 접근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 향후 외형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총 거래액에서 역전에 성공한 데다, 수수료 기준 순매출액 면에서도 곧 G마켓이 역전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G마켓 우세론의 주된 근거인 셈이다.

반면 ‘옥션 우세파’들은 수익성 지표를 앞세운다. 올해 상반기 옥션의 영업이익은 131억원. 지난해 상반기 230억원에 비해 43% 줄어들긴 했지만 G마켓의 39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3배 이상 격차를 벌이고 있다. 특히 G마켓 수준으로 수수료정책만 바꿔도 금세 G마켓 상승세를 제압할 수 있는 등 남아있는 ‘카드’가 많다는 게 옥션 우세론의 배경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C2C업체인 이베이를 모회사로 둔 후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

구창근 한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덩치만 키우는 G마켓식 확장정책은 수익성 면에선 신뢰가 안 간다”면서 “옥션이 마케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면 현재의 추세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옥션은 구매채널 확대(옥션 모바일)나 판매채널 확대(옥션 TV홈쇼핑) 시도 등 소비자와 공급자 양쪽에 한 차원 높은 마케팅을 펴고 있다”면서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현재의 ‘G마켓 대세론’엔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옥션 측 관계자는 “G마켓이 상당히 신경 쓰이는 경쟁자로까지는 올라섰지만 1, 2위 역전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하는 분위기다.

 외형은 ‘G마켓’, 수익성은 ‘옥션’

일단 여기서 양사 간 실력을 정리해보자. 오픈마켓사이트를 평가하는 잣대는 거래총액(취급액), 매출액(수수료), 영업이익, 방문자 숫자 등 크게 4가지. 현재 상반기까지는 1위 옥션이 수성에 성공한 모양새다. 거래총액을 빼면 매출액과 이익 면에서 앞서, 2대1로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 숫자에선 조사업체에 따라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다. 코리안클릭에선 옥션이 앞서있지만 메트릭스 조사에선 G마켓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도 “방문자 숫자에선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최종 승자의 향방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결판이 나는 셈이다.

변수는 없을까. 가령 제3의 세력이 등장, 옥션 대 G마켓의 1, 2위 다툼에 끼어들 가능성 여부다. 실제 일각에서는 제2의 G마켓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외뢰한 7인의 애널리스트 중 3명이 이 시각에 동조한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G마켓이 1~2년만에 1위 싸움에 나설 만큼 오픈마켓의 진입장벽은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 “현재 GS이스토어와 CJ엠플, 다음온켓 등 후발주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G마켓 성공모델도 사실 수수료를 낮춰 좋은 공급자를 유치했더니 소비자가 몰린 결과였다”면서 “실탄이 풍부한 대기업(GS, CJ 등)이 제3 세력으로 부상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옥션과 G마켓이 업계 빅2 체제를 굳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외형 격차가 너무 벌어져 추격권을 멀찌감치 벗어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사실 랭키닷컴이 조사한 방문자 숫자만 봐도 옥션과 G마켓은 일평균 200만 명 이상인 반면, 다음온켓과 GS이스토어는 5분의 1수준인 40만 명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 연말 성적이 운명 가를 것’

그렇다면 양사 간 진검승부의 최종 결과는 언제쯤 윤곽이 잡힐까. 증권가에선 올해 연말을 그 시금석으로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올해 1년 농사는 단순히 한 해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옥션이 거래총액과 매출액, 영업이익, 방문자 숫자 등에서 모두 앞서왔지만 올해 상반기 G마켓이 거래총액을 따라잡았고 방문자 숫자는 같은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데다, 매출액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우철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성에 취약점을 가진 G마켓이 얼마큼 이익 면에서 만회할 수 있느냐와 외형 성장에 한계를 보인 옥션이 G마켓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겠냐 하는 게 관건”이라고 내다본다.

양사 간 진검승부의 분수령이 될 4분기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그럴수록 최전선에서 싸움을 독려 중인 박주만(39) 옥션 사장과 구영배(40) G마켓 사장의 속마음은 타들어간다. 거래총액에서 우세를 보인 G마켓과 영업 이익 면에서 한수 위 전력을 확보한 옥션 간 2006년 진검승부는 결국 ‘수수료 매출액 고지’를 뺏느냐, 지키느냐의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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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과 인터넷몰 차이

국내 인터넷 유통시장은 B2C(기업-소비자 전자상거래)와 C2C(소비자-소비자 전자상거래)로 대변된다. B2C의 대표적 업태가 인터넷종합쇼핑몰이라면 C2C는 오픈마켓 혹은 인터넷마켓플레이스로 불린다. B2C에 인터파크, 롯데닷컴, GS이숍 등이 있고 C2C엔 옥션과 G마켓, GS이스토어, CJ엠플, 다음온켓 등이 있다.

지난해 거래액을 보면 오픈마켓은 약 4조원. 지난해 인터넷유통 전체 시장 규모를 10조~11조원으로 봤을 땐 아직 인터넷쇼핑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오픈마켓이 인터넷쇼핑몰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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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어떻게 볼까

10명 중 7명‘G마켓 이길 것’응답

전문가들이 ‘백중세’로 봤다면 네티즌들은 G마켓 손을 들어줬다. <이코노미플러스>가 9월14일 포털사이트 ‘엠파스’에 의뢰, 하루 동안 긴급 조사한 결과 네티즌들은 G마켓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오픈마켓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가 어디인가(방문도)’에 대해 총 응답자 119명 중 82명(69%)이 G마켓을 꼽았다. 옥션이라는 대답은 25명(21%)로 훨씬 못미쳤다. DDM(동대문닷컴)과 GS이스토어, 다음온켓, CJ엠플 등은 다 합쳐 10%에 불과했다.

필명 ‘one11111’을 쓰는 네티즌은 “G마켓은 후기가 한 곳에 모여 보기 쉬운데 옥션은 거래별로 다 흩어져있어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픈마켓 중 가장 매력적인 사이트(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선 총 응답자 124명 중 61명(49%)가 G마켓을 들었다. 별 차이가 없다는 대답이 35%, 옥션이라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특히 ‘향후 누가 오픈마켓의 최강자가 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해선 응답자 116명 중 84명(72%)가 G마켓을 지목했다. 한 네티즌(espoke1)은 “옥션이 아직까진 1위이긴 한데, 나스닥상장까지 한 G마켓 선전에 결국은 고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선 최근 가파르게 성장 중인 G마켓의 기세가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