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건강식’이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한 것은 황성주생식으로 대표되는 이롬 덕분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롬의 경쟁력이다. 생식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롬의 핵심조직인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았다.

'황성주생식’이라는 대표 브랜드와 함께 20여 개의 건강식품, 화장품, 기능성식품을 만드는 이롬은 생식업계 1위의 대표기업이다. 황성주생식은 생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초기 시장을 개척해 대중화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0%의 시장점유율로 설립 초기부터의 생식업계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이롬은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20여 개국 100여 지점에서 황성주생식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국내 건강식품업계로서는 처음으로 2003년부터 미국 최대 건강식품 매장인 홀푸드사(Whole Foods)의 80여 매장에 입점했다. 홀푸드의 신제품 입점 심사는 까다로워 보통 1~2년의 심사기간이 소요되지만, 이롬은 6개월 만에 통과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조직이 바로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롬생명과학연구원이다. 지하철 분당선 야탑역 인근의 상가건물 8층. 이롬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라운지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제품 상담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간혹 외국인과의 상담도 눈에 띄었다.

라운지를 지나 복도 중간에 생명과학연구원 현판이 보인다. 들어서자 좁은 골목 같은 복도를 따라 양 옆으로 실험실이 들어서 있다. 20여 종의 이롬 제품들이 모두 거쳐 가는 곳이다. 의학, 식품학, 영양학 등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과학연구원은 지난 2001년 설립됐으며, 현재 박사 3명 등 모두 2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동물실험실, 세포배양실, 기기분석실, 미생물연구실, 제품개발실 등에서 평범한 자연에서 유익한 것을 발견하는 지혜를 과학의 힘으로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생식요법 현대과학으로 증명

박미현(41) 부원장은 천연원료로부터 기능성 소재의 분리와 정제, 유효성 평가, 안전성 등을 축으로 생식이나 건강기능성 식품, 생리활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여길 거치지 않으면 이롬의 제품이 될 수 없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없는 것이 없어요. 개발에서부터 안전성 실험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대학교수들도 연구원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모두들 ‘콤팩트’하다고 하대요.”

박 부원장은 예로부터 입소문으로 건강에 좋다고 전해 내려온 생식요법을 제품화하고, 이를 현대과학과 의학적 바탕 위에서 객관적인 연구 결과로서 증명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건강에 좋다는 것은 다 먹어 볼 수 있는 연구원들이 다른 부서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 부원장은 자신들이 실험대상이 돼 다양한 천연재료를 먹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연구 재료를 먹기도 하는 것은 모든 원료가 청정지역에서 깨끗하게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롬은 식품업계에서는 유일하게 강원도와 ‘친환경 농수산물의 생산·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민간협력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생즙은 충북 오창과 제주 등지의 친환경 농가와 공급계약을 맺고 품질을 엄격히 관리해 안전한 원료만을 공급받고 있다.

그래서 다른 걱정거리보다는 농사를 짓는 것이라 태풍이 오거나, 눈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는 것이 박 부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진한 부분도 많다. 선진국과는 달리 친환경인증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환경으로 키우지만 아직 인증제도가 없는 작물이 많아 해외에서 인정을 해주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까워요. 아직 유기농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루 빨리 모든 작물에 대해 친환경인증체계가 확립돼야 합니다.”

연구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면역 및 항암효과가 있는 원료들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 하고 있다. 매년 이와 관련 국내외 세미나를 개최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또 연구원은 생식업계 대표기업답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종류의 생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청, 농촌진흥청, 강화군청, 부안구청 등과 함께 특화작물을 이용한 기능성 소재 개발 등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박사급 인력 3명을 포함해 모두 20여 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외부의 전문 인력을 생명과학연구위원회에 포진시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이 위원회에는 의사, 한의사, 식품공학자, 요리 연구가와 함께 해외 연구진도 포함돼 있다. 이롬이 까다롭게 연구하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 연구원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연구 결과를 공동으로 점검하기도 하죠. 그리고 최신 연구 기법을 함께 논의하기도 합니다. 다들 연구 분야가 달라 효과적인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천연원료에서 기능성 소재 찾아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월 1회 열리는 마케팅·R&D회의에서 나온다. 시장조사와 소비자 피드백을 통해 올라온 현업부서의 각종 의견과 연구소의 아이디어가 합쳐진다. 제품화는 천연소재의 탐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천연원료에서 고부가가치화 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를 찾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일이다. 찾아낸 기능성 소재를 추출, 분리해 어떤 물질인지 규명하는 이 연구는 생리활성소재연구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팀장을 맡고 있는 홍성길(36) 박사는 인내가 가장 많이 필요한 작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고전 문헌이나 국내외에서 발표된 논문 등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지만 무작정 200~300여 종의 천연원료를 대상으로 소재를 찾기도 하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죠. 찾을 때도 있지만 허탕 칠 때가 더 많아요.”

하지만 운이 좋을 때도 있다. 조만간 내놓을 미백화장품의 경우 항산화활성화물질을 찾던 중 우연히 찔레나무 뿌리에서 미백기능의 소재를 찾아낸 것이다. 그래도 제품화까지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천연소재를 찾는 것은 기약 없는 일입니다. 미백화장품도 제품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거든요. 그래도 경영진이 믿고 계속 밀어주니 가능했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난해 여름. 막바지 연구에 연구소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퇴근하지 못한 날이 수두룩하다고. 밤샘을 하다 피곤할 때는 아래층에 있는 찜질방에서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일 정도였다고 한다. 홍 박사는 그 때는 근처 분식집 매출이 늘 정도로 휴일, 휴가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흑미(검정쌀)에서 인체에 유효한 기능성 소재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천연원료에서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찾기 때문에 특허도 많이 나온다. 찔레 뿌리 추출물에서 항산화 성분을 분리한 것과 화장품 조성물을 찾은 것 등은 특허 심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11건이 출원됐으며, 미국, 유럽, 일본에도 총 8건이 출원됐다.

기능성이 규명된 소재는 동물실험실에서 핵심원료에 대한 실제효능과 안정성이 평가된다. 동물실험실에는 200여 마리의 실험용 쥐가 각종 실험에 이용되고 있었다. 큰 쥐는 랫(rat)으로 불리고, 작은 쥐는 마우스(mouse)로 불린다고 김중학(32) 연구원이 설명했다. 실험 목적에 따라 종류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가격도 다양하다. 보통 실험용 쥐는 1만원이 조금 넘지만, 유전자를 조작한 쥐는 10만원대.

한 쪽에 보니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살이 찐 쥐가 보인다. 비만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고지방 사료로 일부러 살을 찌운 후 다이어트용으로 만들어질 천연추출물을 먹여 실제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독성과 같은 안정성도 검증한다.

효능 및 안전성 검사가 가장 중요

아이러니하게도 실험용 쥐에게는 스트레스가 금물이다. 실험을 할 때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얻으려면 쥐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1주일 정도 환경 적응을 시켜주고 실험을 하게 됩니다.” (김중학 연구원)

피로회복용 자양강장제를 먹인 쥐의 체력 테스트를 할 때는 연구원 모두가 쥐와 함께 밤을 새기도 했다. 동전을 매단 쥐가 무려 7시간 동안이나 수영을 해 연구원들이 돌아가면서 쥐를 지켰다고.

오히려 사람과 보내는 시간보다 쥐와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동물실험에도 생명윤리와 관련,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 그래서 실험을 끝마친 동물들은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

안전성 평가 중에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잔류농약검사다. 특히 이롬은 요즘 생즙제품까지 내놓고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잔류농약검사실에는 흙이 담긴 비닐봉지가 한쪽에 쌓여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은 친환경 계약재배를 하는 농가의 흙을 가져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생즙제품에 대해서는 한 달에 한 번, 친환경농산물에 대해서는 6개월에 한 번 검사를 실시한다. 엄격한 자체 검사기준에 따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딱 한 번 잔류농약검사에서 의심할 만한 사항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알고 봤더니 옆 농가에서 날라 온 농약이 묻어서 검출된 것으로 판명이 났어요.”(한 재택 생산기술연구팀 연구원)

제품의 효능과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성 검증을 통해 가장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인간을 이롭게, 세상을 이롭게’라는 이롬의 자부심은 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려는 생명과학연구원 연구원들의 노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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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현 생명과학연구원 부원장

“생식은 가장 잘 차려진 한국적 식사”

"생식은 열을 가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했다는 얘기죠. 곡류, 버섯류, 채소류 등이 골고루 구성돼 있어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해외에서도 생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 부원장은 스님 등 정신수양을 하는 사람들이나 건강을 위해, 또는 별도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날 것’으로 먹던 것을 먹기 편하게 규격화한 것이 생식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생식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말에 그는 곧바로 생식 2컵을 가져왔다. 하나는 초록색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초록색은 엽록소가 많이 든 곡식류가 주종이고, 분홍색은 엽록소 대신 적배추와 사과껍질 등을 원료로 했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먹어보기를 권했다.

꺼릴 정도는 아니지만 맛은 없다는 솔직한 고백에 박 부원장은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맛이 있을 수 없죠. 화학첨가제도 없죠, 거기다 조미료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야말로 가장 최소화한 요리법인 생식이니까요. 하지만 바람으로 양념하고 햇빛으로 요리한 것입니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남편마저도 생식은 맛이 없다고 주변에 말해 민망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런 남편도 요즘은 점심은 꼭 생식으로 해결할 만큼 ‘생식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물론 박 부원장도 자동차와 가방에 생식을 꼭 챙겨 다닐 정도. 다이어트도 되지만 건강도 좋아진다며 생식해볼 것을 권한다.

단지 생식하는 것으로 건강이 좋아지냐는 의문에 그는 생식이 항암이나 당뇨, 비만 등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것은 뜬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생식에 대해서는 과학적이면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 왔다는 것.

박 부원장은 독일의 한 병원으로 간 연수를 떠올렸다. 대체요법을 연구하는 그 병원은 암병동이었지만 환자들이 그렇게 즐겁고 밝아 보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식사도 자연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이롬이 이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 논현동 ‘사랑의 클리닉’이 그중 한 곳이다. 실제 병원을 운영하면서 암환자에게 생식을 적용한 식이요법을 실시해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고 한다.

“암세포를 배양해 여기에다 생식원료를 주입해 면역활성이 일어나는지 테스트를 했어요. 그랬더니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면역요법은 암세포와 그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같이 죽이지만, 면역이 떨어지면 재발하게 되죠.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소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식을 가장 잘 차려진 한국적 식사라고 얘기하는 박 부원장은 아직 생식에 대한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생식을 인삼과 김치에 이어 한국적 문화코드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식은 전통적 한식에 가까운데 아직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생식을 전통식품으로 인증 받는 작업이 완료되면 한국적인 문화코드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식은 맛있고 영양도 듬뿍 들어있어요. 거기다 웬만한 한 끼 식사만큼 배도 부르고, 건강에도 좋죠. 생식 꼭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