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삼원가든이 창업 30주년을 맞았다. 단일 규모로 국내 최대 음식점이기도 한 삼원가든은 경기도 시흥의 고기 집 삼원정에서 출발, 한국을 찾는 유명인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삼원가든의 오늘과 내일을 알아본다.

LPGA에서 활약 중인 박지은 선수의 부친이 운영하는 음식점’, ‘해외 유명 인사들이 꼭 들르는 명소’로도 유명한 삼원가든은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이다. 연간 매출 200억원(2005년 말 기준)을 올리고 영업 이익만 20억원에 달한다. 식당 규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꺼번에 12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로 전체 면적이 2440평에 달한다. 이는 2000평 규모인 청계천 하천부지보다 넓고, 남산동 식물원보다도 넓다. 외식업 성공의 90%를 좌우한다는 입지면에서도 삼원가든은 비교를 거부한다. 강남에서도 금싸라기 입지로 꼽히는 도산공원 사거리에 있어 부동산 가치만 해도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정설이다.

삼원가든 성공의 시작은 1976년 삼원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박수남 회장이 외식업에 뛰어든 건 음식에 대한 관심 덕분이었다. 장차 외식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데 착안한 박 회장은 틈틈이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시장조사를 한 결과, 외식업 중에서도 고기 집이 유망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과 융자로 마련한 100평 규모의 삼원정을 연 박 회장은 꼼꼼한 재료 관리와 서비스로 삼원정을 소문난 맛집으로 성공시키기에 이르렀다.

자신감을 얻은 박 회장은 서울로 진출하기로 결심하고 강동구 길동에 삼원회관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열었다. 메뉴는 시흥에서 시작한 갈비 중심의 고기 요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등 공을 들인 삼원회관이 또한 성황을 이루자 박회장은 강남 진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음식점들이 끼니를 때우는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상황에서 박 회장은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식사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착안, 가든이라는 이름을 상호에 채용했다. 지금의 신사동 자리 180평에 종업원 60명 규모로 시작한 삼원가든은 변변한 외식업소 하나 없던 강남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전국적으로 ‘oo가든’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삼원가든을 열 당시, 강남 투기 열풍으로 이미 상당히 땅값이 올라 있던 까닭에 박 회장은 시흥과 길동에서 벌어들인 돈과 은행 융자 등을 합쳐도 토지를 매입해 음식점을 열 수 없었다. 결국 땅 주인에게 토지를 임대해 삼원가든을 오픈한 박 회장은 연일 사람이 몰려들 정도로 사업이 대박나자 임차했던 토지를 사들이는 한편, 주변 부지도 매입해 음식점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의 2440평의 부지를 확보하기에 이르게 됐다.

사업이 번창하자 당연히 투자 문의도 줄을 잇고, 지점을 내달라는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외형 확장을 꿈꿀 법도 했지만 박수남 회장은 대치동에 분점을 하나 내는 것을 제외하곤 본점 중심의 영업을 고수했다. 지점의 남발은 단기간에 돈은 벌 수 있지만 맛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외식업의 핵심을 미리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박 회장은 그날그날의 매출을 체크하는 한편, 종업원들의 친절도를 체크해 인사와 급여에 반영하는 서비스 개념을 일찍부터 도입하기도 했다. 덕분에 삼원가든은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외식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박지은 선수의 LPGA 대회 우승 등으로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탄 삼원가든은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내점 고객이 5만2659명에 달하고 매출도 2001년 140억원에서 2005년에는 2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그러나 매출 대비 영업 이익은 거꾸로 감소 추세라는 점이 삼원가든의 고민이다. 원재료인 고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원가 압력이 큰 것이 가장 큰 이유. 여기에 ‘웰빙 바람’으로 인해 육고기에 대한 수요가 전체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지난 2004년 11월, 삼원가든 내에 오픈한 퓨전 일식집 ‘퓨魚’는 이 같은 삼원가든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 줄 대안 중 하나이자 삼원가든 변화의 신호탄이다. 박수남 회장의 아들 박영식 부사장이 경영 책임을 맡고 있는 ‘퓨魚’는 장어구이, 초밥, 회 등 일식 메뉴에 닭고기 샐러드, 등갈비 바비큐 등을 포함시킨 퓨전 요리 전문점. 박 부사장은 부친 박수남 회장이 삼원가든 안에 오픈한 송어횟집 매출이 부진하자 송어회를 버리고 장어구이, 초밥, 회, 등갈비 구이, 치킨 샐러드 등을 핵심 메뉴로 하는 퓨전 일식집으로 메뉴를 일신했다. 핵심 메뉴인 장어구이의 경우, 양식으로 키운 민물장어를 강화도 갯벌에 6개월 이상 풀어놓고 기른 갯벌 장어를 사용해 차별화시켜 일일 매출 250만~300만원에 달하는 알짜 가게로 변모시켰다.

삼원가든 성공신화를 만든 박수남 회장은 현재 건강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박 부사장은 “방광 쪽 이상으로 일주일에 3~4회는 병원 진찰을 받고 있다”고 부친의 근황을 전했다. 식당 경영은 아들인 박 부사장과 김인갑 전무에게 맡기고 최종 보고만 듣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박 부사장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라”고 힘을 실어 준 상태. 대학을 마치고 현재 병역특례요원으로 WCG(World Cyber Game)본부에서 해외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 중인 박 부사장은 내년 초 군 복무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박수남 회장은 홈쇼핑을 통해 삼원가든 브랜드를 단 불고기 제품을 선보여 매진을 기록했다. 내점하는 고객만 맞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30년간 다진 삼원가든의 고기 맛을 안방으로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홈쇼핑 진출에 이어, 삼원가든은 향후 3~5년 내에 중국, 미국, 베트남 등에 지점을 낸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 5명을 외부에서 새롭게 채용한 상태다. 30년 동안 입지와 규모, 맛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고기 집으로 성장한 삼원가든의 향후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INTERVIEW 2세 경영 수업 중인 박영식 부사장

“5년 내 외식 브랜드 120개 직영점을 여는 것이 목표”

‘퓨魚’ 브랜드를 통해 적극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들었다

“2007년을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다 브랜드를 가진 외식 전문 회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 첫 번째로 퓨魚 멜랑주라는 고급 퓨전 일식집을 청담동에 2007년 3월말 오픈할 계획이다. 일본 전통 술인 사케를 판매하는 사케바 등도 향후 개발할 아이템이다. 삼원가든처럼 대형 매장이 아닌 소점포 개장이 목표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다. 5년 내 외식 브랜드 120개 직영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셈인데 부친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없다. 아버님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일궜는데 나는 아버지가 닦아 놓은 터전이 있지 않은가. 고집은 세지만 매사를 긍정적으로 낙천적으로 보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서 공부한 내용과 실제 경영의 차이점을 느끼는가?

“워낙 어려서부터 봐 왔던 식당 경영이라 조금만 신경 쓰면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직원 관리가 가장 힘들다. 다른 업종보다 외식 업종은 이직률이 높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하는 만큼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교육을 시켰지만 부족함을 느껴 현재 외부에 서비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을 맡겨 놓은 상태다.”

아직 20대인데 부친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외식업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 다닐 때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곤 했다. 퓨魚 런칭 전까지는 경험 없는 니가 뭘 아냐며 믿어 주지 않으셨다(웃음). 하지만 이제 새로운 걸 찾는 건 니 몫이라고 하신다. 아버님께서 30년 동안 운영하시면서 쌓은 경험과 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다.”

<삼원가든 통계>

* 식당 면적 : 1400평

* 최대 수용 인원 : 1200명

* 30년 누적 고객 수 : 3240만 명

* 월 방문자 수 : 5만2659명(2006년 8월)

* 30년 누적 판매 갈비량 : 4860만 인 분량

(소 20만25000~23만1428마리 분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