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어떤 공과대학교 교수는 ‘실패학 개론’이라는 강좌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실패 이력서’를 쓰라고 한답니다. 인생에서 실패한 일이 무엇이며, 왜 실패하게 됐는가를 적으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튜이트(Intuit Inc)라는 회사는 2005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크게 실패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가 마케팅의 실패를 문책하지 않고 오히려 크게 치하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회사의 스콧 쿡 회장은 200명에 이르는 이 회사의 마케팅 전문가 앞에서 실패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을 포상했답니다. 쿡 회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지 못할 때가 진짜 실패다”라고 말했답니다. 이 회사는 ‘아픔을 동반한 학습’이라는 워크숍을 운영하면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 낸다고 합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실패는 두려운 것입니다. 특히 실패는 개인의 사회생활은 물론 심리상태에도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실패 없이 성공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무언가를 가장 많이 배운 시기는 바로 실패가 무엇인지를 몰랐던 때입니다. 어려서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을 할 때 우리는 한 두 번 정도 틀리는 것을 괘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크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길 거부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를 하게 됩니다. 성인에게 실패는 마치 방사능에 오염된 그 무엇과 같아서 이를 절대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공은 기록의 대상이 되지만 실패는 은닉해야 할 그 무엇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

저는 요즘 <비즈니스의 대 실수(Business Blunders)>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 그리고 극복이 가능한 실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쁜 실패는 동일한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학습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상당수의 실패는 극복 가능한 실패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C5라는 1인용 전기자동차가 개발됐습니다. 애초 이 전기자동차는 도로 주행용으로 개발, 판매됐습니다. 결과는 도로 주행용으로는 거의 판매되지 못했고, 골프장 카트용, 레저용으로 오히려 호평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애초의 개념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그 개념만 수정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아 성공을 거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제약 회사인 화이자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화이자는 1991년 심장약인 실데나필을 개발했습니다. 막상 실데나필의 약효는 별로 없었습니다. 약을 복용하면 어찌 보면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 성기능의 활성화가 복용자들의 사례에서 보고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제품이 1998년 세계를 뒤흔들었던 발명품 비아그라입니다. 맥도날드가 1962년 만든 훌라버거는 햄버거 사이에 고기 대신 파인애플을 넣어 판매했습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햄버거에 꼭 고기만 넣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1963년 큰 성공을 거둔 필레 오 피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집단적 실패는 회사의 정책에도 큰 교훈이 됩니다. 1975년 기능이 훨씬 더 우수한 베타멕스를 만들었던 소니는 VHS를 개발한 JVC에 표준화 전쟁에서 패하고 맙니다.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전략으로 일관했던 소니를 지지해줄 회사가 적었던 반면 JVC는 라이선스가 필요 없도록 했기 때문에 많은 지지자를 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블루 레이 DVD를 밀고 있는 소니는 도시바의 HD-DVD에 대해 반대의 전략을 택했습니다. 기술을 오픈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실패를 집단적 지혜로 끌어 올리려고 하는 기업으로는 코닝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코닝사는 90년대 한때 회사에 엄청난 현금원이었던 광섬유 사업이 약세를 보이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 CEO이었던 제임스 휴스턴은 전무이자 CTO(최고 기술책임자)이었던 조지프 밀러에게 150년에 걸친 회사의 역사를 혁신의 관점에서 정리하라고 명령을 했습니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빠짐없이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기술 개발 가운데 재활용 DNA 및 유전자 실험에 도움이 되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는 실패학 연구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다음의 6가지를 실천하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 실패에 대해 건설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둘째, 표적을 계속 옮겨라. 최초의 아이디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셋째, 회사 상층부부터 실패를 고백하고 그 경험을 나눠라.

넷째, 외부 사람들을 프로젝트에 끌어들여 실패 가능성을 점검토록 하라.

다섯째,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해 보도록 하라.

여섯째, 새로운 시도를 통한 실패에 대해서는 관용을 보여라.

고종원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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