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은 나의 실제 일화를 중심으로 체험담 전달법에 대해 말하려 한다. 사람들은 설명 듣는 건 싫어하지만 예화 듣는 건 좋아한다. 예화도 미국의 누군가가 혹 영국의 아무개가 이러저러했다더라 식의 간접 체험담보단 말하는 이가 직접 겪고 살아오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직접 체험한 일화에 귀를 기울인다. 화술과 유머능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오고 체험한 것에 대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필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6·70년대만 해도 말 잘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난히 숙맥이었는데 어머니와 단 두 식구란 환경이 점점 말없는 아이로 몰고 간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집사람도 있고 딸도 있지만 결혼하기 전엔 와이프도 없었다. 김진배란 이름에서 받침 뺀 ‘기지배’ 그게 내 별명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 버릇하니까 점점 더 말없는 아이가 되었고, 내가 입을 여는 경우는 오직 하루 한 번, 국어시간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책 읽을 때 뿐. 내성적이라 고통 받은 추억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때 분단이 다섯 개 있었다. 가운데는 수분단 양 옆이 우분단, 미분단, 맨 가 쪽이 양분단, 가분단. 수분단은 천국이었다. 수업시간엔 선생님이 가장 눈을 많이 주었고, 무엇보다 화력 좋은 조개탄 난로가 하필이면 수본단 중간에 있어 도시락을 광경을 보는 순간의 감동이란…. 아, 청춘예찬! 인간승리! 초전박살! 정신일도하사불성! 하면 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모자랄 만큼 대단한 도전이요 성취인 것이다.

맹세코 초등학교 6년 동안 그 두 가지(고무줄 자르기와 치마 들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아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이여.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두 가지를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그래서 악동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외향적인 친구들이 참 한심하게 보였다. 이 친구들은 치마를 들치기만 하지 그 안을 보진 못했다. 왜? 도망가기 바빠서… 보는 건 오히려 측면에 위치한 우리 같은 내성적인 애들이었다. 

체험담은 최고의 유머

집안이 가난한 것도 내성적인 성격이 형성되는 데 한몫했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가정환경 조사를 했다.

“에, 오늘은 가정환경 조사를 하겠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각오해라. 나중에 조사해서 다르면 박살난다. 에, 그럼 먼저… 집에 자가용 있는 애 손들어 봐.”

평지에 살던 친구들 중 몇 명이 든다. 그러나 산꼭대기 판자촌 달동네  바로 우리 동네 애들은 한 명도 안 든다.

“이어서 에, 전축 있는 애, … 자전거 있는 사람, … 전화, … 티비, …”

우리 동네 애들은 고개를 숙이고 기가 죽어서 그저 침묵을 형성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한 번 들었다.

“냄비 있는 애!”

중학교 때도 역시 내성적인 성격은 마찬가지였다. 한 친구가 늘 괴롭히고 쥐어박았다.

“한번 붙자”

싸움의 결과는, 내가 이겼다. 나 자신이 미웠다. 차라리 센 친구에게 맞았으면 몰라도 저런 약골들까지도 날 우습게 봤다니.

고등학교 들어가고부터 남 앞에 의식적으로 섰다. 여자애들에게 의식적으로 말을 걸었다. 첫마디를 잘해야 한다. “지금 몇 시나 되었나요?” 이러면 여자애들이 긴장을 푼다. 어설프게 첫마디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수작을 부리면 여자애들이 싫어한다. “한번 인생 엮어봅시다.” 실력을 인정받아  반대표, 학교대표로 여학생들과의 미팅을 주선했다. 재미있었다. 누구도 나의 별명이 기지배란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선 응원단의 일원으로 수천 명 앞에 서서 응원 리드도 하고 연극과 팬터마임으로 웃음을 유도해냈다. 그 후 유머강사가 되어 매일같이 전국 방방곡곡 기업, 연수원과 대학 혹은 방송국 등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을 준다. 내성적인 소년이 마음 한번 고쳐먹은 관계로 유머형 인간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가 간략하게 내 살아온 체험담이다. 체험담을 전함에 있어 중요한 건 재미와 감동이다. 재미만 있고 감동이 없으면 말이 가벼워지고, 감동은 넘치지만 너무 진지하면 부담을 느끼게 된다. 대조와 반전의 유머기법을 통해 말을 재구성해야한다. 약간만 다듬으면 한 인간의 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특히 말하는 이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낀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유머센스를 향상 시키고 싶은가? 자신의 살아온 체험담 중 가장 재미있는 사건 10가지를 정리해보라.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달해보라.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후 사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표현을 다시 해보라.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폭소를 쏟을 것이다.

체험담 기법이야말로 최고의 유머 기법중 하나다.

김진배 유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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