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채널에서 우연히 배우 톰 행크스의 스토리를 본 적이 있다.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찍고 난 다음인 것 같았다. 그 영화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또 다른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생각하는 톰 행크스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런데 톰 행크스에 대한 그 두 사람의 인물평이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스필버그가 말하기를 “톰 행크스야말로 장차 미국의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 이유인즉 “톰 행크스는 언제나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색다른 문을 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디카프리오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자기 일에서 최고가 되면서도 평범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바로 톰 행크스가 그런 인물이라고 말했다.

나는 영화 외적으로 톰 행크스에 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스필버그나 디카프리오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가 적어도 리더로서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이란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긴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이 얼마나 거대한 비즈니즈인가. 그 할리우드에서 톰 행크스는 계속해서 정상을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사실이야말로 그가 그만큼 탁월한 리더십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지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스필버그가 말한 ‘언제나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색다른 문을 열 줄 아는 능력’은 리더라면 꼭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그런 능력이 있는 경우, 그는 변화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망하지만 두려운 ‘변화’

살다보면 누구나 어느 한때 삶에서 고착 단계를 경험할 때가 있다. 배수구 없는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창문 없는 방에 탁하게 가라앉은 공기처럼 생기 없고 그저 무겁기만 한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가라앉은 인생이 생기를 되찾기란 매우 어렵다. 웬만큼 휘저어서는 도무지 환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 고착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뭔가에 한 번 익숙해지면 거기서 벗어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리가 얼마나 익숙함 뒤로 숨기 좋아하는지는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이 세상엔 변화하는 것만 모면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작가 파올로 코엘료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바꾸길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지속되길 바란다.”

모르긴 해도 변화가 지니고 있는 속성 혹은 아이러니에 대해 이토록 명쾌한 설명도 드물지 않을까.

실제로 우린 내 삶이 변화하기를 열망한다. 삶에서 그날이 그날 같은 고착이 계속된다는 것은 진저리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린 끔찍하게도 변화하기를 두려워한다. 한 발자국만 옮겨놓으면, 한 번만 떨치고 일어나면 전혀 다른 인생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우린 그 발걸음을 옮기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귀에 대고 부르짖는다. ‘성장하기 위해선 항상 파괴라는 두려운 영역을 통과해야 한다!’고.

물론 우린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천 번, 만 번 공감한다. 그래서 발을 옮겨 놓느냐 하면, 아니다. 인생에서 고착 단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렇듯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

그러므로 만약 내가 지금 그와 비슷한 고착 상태에 놓여 있다면 당장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당장 과감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조금 더 있다가 움직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유혹에 무릎 꿇어선 안 된다.

파울로 코엘료를 한 번 만 더 인용하자면 이렇다.

“삶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일주일, 그 정도면 우리가 운명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변화’엔 ‘용기’가 필요

그의 말대로 삶은, 도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만이 기꺼이 변화에 몸을 던진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고착 단계가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에 합당한 인물로는 톰 피터스가 있다. 그는 자기에 대해 “언제나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길 좋아했다. 그는 늘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일 년에 적어도 열 번씩은 스스로를 위험에 던져라. 그렇지 않으면 넌 속절없이 뒤처지고 말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잭 웰치는 보통 사람들보다 스무 배쯤 되는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다. 난 물론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9.9배는 될 것이다.”

그의 행적을 보면 그가 조금은 겸손을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 역시 잭 웰치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가진 인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경영과 리더십 분야에서 이뤄낸 탁월한 성공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 스필버그나 톰 행크스 역시 잭 웰치나 톰 피터스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능력이 그들을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리더들 중에는 일정한 자리에 오르고 나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고착 단계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들이 변화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익숙한 패턴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 색다르고 새로운 요소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들도 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누가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하면 그것을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자기 권위가 침범당한다고 느껴 반발하는 것이다. 물론 진정으로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그런 반발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면 주변의 충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기꺼이 귀 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도전과 변화 역시 그런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

세 번째 이유는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습관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톰 행크스처럼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색다른 문을 열려고 애쓴다는 것은 곧 자신을 재창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알던 지식이나 습관은 과감히 벗어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단지 내 습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변화를 배척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 세 가지 이유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리더는 변화와 도전을 향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저절로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색다른 문을 여는 사람’이 되거나 ‘언제나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린 “용기가 있어야 사업을 확장할 수 있으며 전공을 바꾸거나 직장을 옮길 수 있고, 용기가 있어야 집을 떠나 살거나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용기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추구해 가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그와 같은 용감함으로 자신과 자신의 조직을 재창조의 길로 이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