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6월 중순부터 해외 출장과 휴가를 마치고 7월초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지나간 신문을 보다가 급식사고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는 저에게 이번 사고와 CJ가 취한 대응은 아무래도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장님을 한번 뵌 적도 없지만, 신문을 통해 접한 이번 사건을 가지고 위기관리라는 입장에서 느낀 몇 가지를 회장님께 알려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회장님이나 CJ가 최악의 위기관리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장님께서 조만간 별도의 대책을 내놓으실 것이라니 이 점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CJ가 국민에게 보여준 점을 보았을 때, 이번 사건으로부터 경영과 위기관리의 입장에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일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보통 식품 산업은 화학, 제약 분야와 함께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손에 꼽는 고위험군 산업입니다. 특히, 식품과 제약 분야는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고위험군의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위기 발생 이전에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준비는 위기 발생 요소를 억제하는 차원과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차원, 두 가지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안타까웠던 것은 지난 3~4년 동안 CJ에 비슷한 유형의 위기 사건이 재발했다는 것이고, 또한 이런 반복적 위기 상황 후 CJ의 대응에서 그다지 향상된 점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위기관리와 Golden Hour

지난 몇 년 동안 CJ가 겪은 위기 사건들을 한번 되돌아 생각해보십시오. 공장화재, 방부제 이슈, 만두사태, 식중독 등등 최소 1년에 1~2번의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음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CJ가 과거 위기를 겪고, 위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분명 내부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위기 발생의 빈도를 낮추는 것은 가능하나 완벽하게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어느 조직도 불가능합니다. 즉, 항상 대비해야 하는 것이지요. 위기 발생 최소화, 그리고, 위기 발생 시 피해의 최소화는 오로지 준비의 최대화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태로 인해 쏟은 시간과 정력, 그리고 재정적·브랜드 가치 손실의 100분의 1도 채 안 되는 사전 투자로 보다 확고한 위기관리 준비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이런 사고가 나면 경영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거기에는 이번에 발표하신 것처럼 학교 급식에서 손을 떼는 조치도 들어가겠고, 전반적으로 위기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포함이 되겠지요. 저는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난 번 만두사태 때도 그랬지만, 이번 급식사고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CJ가 대응 단계에서 보여준 활동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여기에서 개선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외부로 드러난 CJ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장님이 귀국하기 전 CJ가 보여준 초기 대응, 그리고 최고 경영자로서 회장님의 대응 두 가지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앞으로 발표될 장기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이 되겠지요.

CJ의 초기 대응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역시 사고 발생 후 5일 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군대에 Golden Hour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터에서 부상자가 생겼을 때, 초기 60분 동안의 조치가 부상자의 생명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 대응 능력이 있다는 것은, 사건 초기 24시간, 혹은 48시간 이내에 CJ의 입장을 신속히 공중에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원인이 미처 규명되지 않아서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CJ가 발표했던 6월27일에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여론에 쫓겨서 발표한 것이지요.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CJ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과 함께 원인 규명의 노력을 하고 있고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과 함께 대책 발표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야 합니다. 그나마 5일이 지나 발표한 대책에서 “학교 급식에서 손 떼겠다”라는 조치가 아직까지는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이런 조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의심만 더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회장님께서 현재 별도의 대책을 고려하고 있으시다니 이를 통해 극복하시리라 기대합니다.

여론에 이끌린 의사결정, 소비자 신뢰 떨어뜨려

<시사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CJ의 한 내부 관계자가 “솔직히 위기 대응이랄 것도 없었다. 5단계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추고 모의 훈련을 하면 뭐 하나. 실제 상황에서 이것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나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가 여기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모의 훈련하는데, 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주도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도입의 가장 커다란 성공 요소는 ‘CEO가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주도하는가’ 입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도입을 했는데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면, 무언가 시스템 자체에 큰 문제가 있겠지요.

두 번째는 위기 상황에서 외부로 보인 회장님의 모습입니다. 우선, 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회장님께서 직접 사고 학교를 돌아다니시며 의견을 청취하고, 사과하셨다는 것을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문제는 귀국 시점에 대한 것인데, 이것 역시 여론에 쫓기어 회장님께서 귀국한 것으로 비추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회장님이 바로 귀국하지 않을 경우, 여론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것입니다. 사업 구상 차 미국에 계시다는 회장님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사람은 없겠지요. 이번 사건에서 CJ의 발표도, 회장님의 귀국도 모두 CJ가 먼저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이끌려 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CJ에 대한 소비자나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은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시 꼭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사에 보면 회장님께서 공항에 도착하실 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나름대로 회장님 뜻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 보지만, 만약 회장님께서 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조언했을 것입니다.

“회장님, 공항에 도착하여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는다면, 일일이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그래도 한 마디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중하게 ‘이번 사안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회사의 대표로서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이 단계에서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데 CJ는 총력을 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투명하게 결과를 밝히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십시오.”

어제는 백화점 식품 코너에 갔습니다. 무심코 CJ제품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CJ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저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CJ를 훌륭하게 리드해 오신 것처럼 이번 사태 이후, 회장님의 뛰어난 위기관리 리더십을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김호 에델만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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