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가 한 레스토랑에서 필자와 악수를 하며 알게 된 김 사장. 와이셔츠에 손을 쓱쓱 문지르고서 건넨 손이 축축했다. “손이 수줍은 게 다한증이신가 봐요”라고 건넨 말이 한의사와 환자 인연으로 이어졌는데, 지금은 보송해진 손으로 자랑스럽게 악수를 권한다. 요즘 그에게 건네는 말은 “이제 손이 전혀 긴장을 안 하네요”로 바뀌었다.

누구나 땀을 흘린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같이 날씨가 더울 때,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운동을 했을 때 등 체온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땀을 흘리기 마련이다.

땀은 체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할 뿐 아니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하루에 600~700㎖ 정도 땀이 나지만 더운 여름이나 운동을 하고 난 후에는 그 이상 배출된다. 땀을 체외로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땀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땀은 몸의 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체액으로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문진 시 환자에게 ‘하루 중 언제 땀을 많이 흘리는지, 양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신체 부위에서 많이 나는지 등’ 땀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부터는 땀을 단지 몸속에서 배출돼 끈적임을 남기는 노폐물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로 여기고 수시로 체크해 봐야할 것이다.

낮에 땀 많이 나면 ‘자한증’

평소 별 다른 이유 없이 땀이 많이 난다면 다한증(多汗症)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다한증은 체질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전신에서 혹은 일부 부위에서만 땀이 나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땀을 흘리는 시간에 따라, 땀을 흘리는 부위에 따라 치료를 달리한다.

땀이 나는 시간에 따라서는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누는데, 자한은 주로 낮 시간에 땀이 줄줄 흐르는 것으로 기가 약해져 땀 조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때문에 기운을 보하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치료를 한다. 도한은 도둑같이 잠 잘 때 찾아온다고 붙여진 것으로 체내 음기가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정신적 긴장 상태가 지속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도한의 경우 평소 보양식과 가벼운 운동 등으로 음기를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서 구분하기도 하는데, 손과 발에만 땀이 나는 수족한(手足汗)은 보통 비·위장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비위에 열과 습담(濕痰)이 많은 경우에 발생하며, 조금만 긴장을 해도 손에 땀이 많이 나서 악수를 할 때 불쾌감을 주거나 종이가 쉽게 젖는 등의 불편이 있다. 수족한은 비위의 열을 식혀주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데, 이런 사람의 경우 평소 몸의 열과 습담을 조장하는 술,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음료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머리에만 땀을 흘리는 경우는 두한(頭汗)이라 하는데, 몸속의 열이 머리 쪽으로 올라오면서 나타나며, 머리가 항시 축축하기 때문에 두피를 상하게 하고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한의 경우 인체의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하는데, 평상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가슴과 겨드랑이 부위에만 땀이 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심한(心汗)이라 하며 생각이 많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 발생하므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의 경우 사타구니 부위에 땀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음한(陰汗)으로, 신장이 약해지거나 양기가 부족해졌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신장을 보하고 양기를 보충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땀을 흘리면 개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기운이 빠져 지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에 맞춰 건강법을 달리하는 것도 올 여름을 더욱 건강하고 시원하게 날 수 있을 좋은 방법이다. 

소음인 땀 관리 철저히 해야

사상체질로 볼 때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겨울에도 식사를 하면서 땀을 흘릴 정도. 이러한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릴수록 좋다. 땀을 흘림으로써 체온이 조절될 뿐 아니라 노폐물이 배출되고 혈액순환이 잘 되기 때문이다. 사우나나 목욕, 땀이 날 정도의 운동 등으로 일부러 땀을 흘려주는 것이 좋다. 단, 땀이 많아 생기는 피부습진, 땀띠 등 피부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소음인에게 있어서 땀은 피와 같은 존재다. 다른 체질에 비해 체력이 약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맥을 못 추고 기운이 없어지며, 입맛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체중까지 줄어들게 된다. 특히 평소 몸이 차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몸이 더욱 냉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양인은 땀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편. 그러나 체질적으로 몸에 화와 열이 많기 때문에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평소 적절한 음식과 운동으로 화와 열을 내려주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건강에 좋다.

태양인 역시 몸에 열이 많고 기운이 위로 솟는 경향이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땀을 흘리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평소 온몸이 나른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린다면 허해진 기를 북돋우는 처방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식인 삼계탕은 지나친 땀과 찬 음식으로 지친 육체와 소화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생맥산(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주재료로 만든 한약재)이란 한방차를 꾸준히 달여 먹으면 여름에 더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또 원인 모를 식은땀이 날 때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둥굴레 줄기와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면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 쇠고기, 도라지, 고사리, 콩, 율무 등도 땀을 줄이는 데 좋다.

김소형아미케어한의원 김소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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