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콜금리 인상과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을 안고 있거나, 대출을 계획하고 있던 가계와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수장(首將)인 이성태 행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반발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소신 발언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상황,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장면 1

2004년 아파트를 장만한 김정훈씨(35).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1억원을 대출받은 그는 그동안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원금을 갚아온 것이 결과적으로 잘한 판단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4000만원 가까운 원금을 갚아 남은 대출금은 6000만원. 금리가 인상돼 5.8%의 이율을 적용받아도 월 이자가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씨는 향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판단에 변동금리로 돼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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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은숙씨(34)는 머리가 복잡하다. 전세금으로 중도금대출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던 참에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발표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것도 잠시, 시중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를 거라는 뉴스가 그 원인이다. 대출을 받지 않으면 잔금을 치룰 수 없는 상황인 그녀는 요즘 각 은행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담보대출 금리를 체크하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됐다.

국은행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가계의 금융 부채는 322조원으로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00조원으로 전체 가계 금융 부채의 86.5%를 차지한다. 시중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2조8000억원이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의 95% 이상이 시중 금리와 연동되는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만을 놓고 봐도 시중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약 1조9000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생기게 된다. 2005년 7월과 비교할 때 시중 금리는 현재 1.15%가 올라 있는 상태다.

콜금리→CD금리→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지는 ‘이자 폭탄’

이런 가운데 지난 7월13일 LG경제연구원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5%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7월 초까지 연 4.59~4.60%로 안정세를 보이던 CD금리가 열흘 사이에 최고 4.64%까지 올랐다. 이는 한 달 전 4.36%에 비해 0.28%포인트 오른 것으로 콜금리 인상폭(0.25%포인트)을 넘어선 것이다.

CD금리의 인상은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CD금리에 1.2~2% 가산금리를 더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10일 이후 국민은행을 비롯한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CD금리 인상분을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반영했다. 주택담보대출의 95% 이상이 변동금리라는 점에서 신규 대출자 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도 꼼짝없이 추가 이자 부담을 해야 하는 구조다.

7월 말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변동금리 대출은 여전히 고정금리 대출보다 낮은 이자를 보장한다. 문제는 앞으로 추가로 금리가 오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리 추가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지난 6월호에 실시한 향후 금리 변동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도 전문가 5명 중 3명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 초 콜금리 0.25%를 인상했고, 이후에도 이성태 한국은행장은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7월19일 현재 콜금리는 4.25%. 이성태 한국은행장의 잇단 발언이 아니라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2007년 초까지 금리를 6%까지 올린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데다, ‘0% 금리’를 고수하던 일본이 오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 지난 7월14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콜금리가 오르면 CD금리에 전가되고, 이는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인상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 대출 예정자나 이미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 1  변동금리 대출자는 2% 이상 오르면 갈아타라

잇단 금리 인상으로 불안한 주택담보대출자들은 일단 향후 금리 인상 동향을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여유 자금이 있으면 원금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섣불리 갈아타기에 나설 타이밍은 아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통상 3개월 단위로 변동금리가 적용받는 걸로 대출받았다 해도 앞으로 금리가 2%포인트 이상 올라야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시중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 이자율이 8%에 달한다. 금리가 실제 2%포인트 이상 오른다고 해도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별도로 계약하지 않았을 경우엔 수수료를 제하면 갈아타기가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7월 말 현재, 신한은행 염창동지점에 따르면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 대한 문의는 늘어나고 있지만 변동금리 상품이 고정금리 상품에 비해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갈아타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이 지나치게 부동산담보대출에만 전념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만큼,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는 과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시중 금리보다 싸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셈. 통상 3개월 단위로 금리 조정을 받는다고 해도 최소 2~3개월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것이다.

선택 2   신규 대출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e-모기지 시스템’이 최선

콜금리 인상에 이은 CD금리 인상, 전형적인 부동산 비수기, 한시적인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의 여파로 집담보대출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다. 시중 주요 4개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액을 보면 지난 5월 3조원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6, 7월 들어서는 은행별로 10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6월에도 2000억원을 기록한 은행이 없을 정도다. 신한은행 대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비수기인 데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다보니 고객들이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오히려 발길이 부쩍 몰리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는 것과는 반대로, 고정금리의 모기지론을 공급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e-모기지론’이 그 주인공이다.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금리를 올리는데 촉각을 기울이고 있던 지난 6월, 주택금융공사는 금리를 0.3% 낮추는 역발상으로 대출 희망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인터넷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e-모기지론’은 고객이 주택금융공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www.e-mor

tgage.co.kr), 인터넷을 통해 상담 및 신청이 이뤄진다. 고객이 대출에 필요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공사 측은 신청자의 개인 대출 신청 정보와 담보 주택의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금액, 원리금 상환액 및 대출 조건을 즉시 알려준다. 대출은 제휴사인 LG카드를 통해 이뤄지는데, 모집 첫날 170억원 규모의 신청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함태규 홍보팀장은 “지난 6월29일부터 7월18일까지 하루 평균 80억원의 대출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출 신청 대비 대출성사율은 30~

40%에 이른다. 공사 측은 “월 급여, 주택 가격 등에 대해 신청자들이 생각하는 금액과 공사에서 파악하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사전에 항목을 꼼꼼히 체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모기지론’의 대출 금리는 10년 만기 5.8~6.0%, 15년 만기 5.9~6.1%, 30년 만기 6.06~6.25%에 달한다. 근저당 설정비와 이자율 할인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면 추가로 0.2%의 금리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연말소득공제 대상자가 만기 15년 이상의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연 4% 선으로 떨어진다. 고정금리이므로 금리 변동과는 상관없다.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 상품인 보금자리론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출 신청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띄었던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5월 732억원, 6월 855억원으로 대출 신청이 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의 변동금리형 담보대출이 급격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사 측은 “올 1월 최저 668억원에서 매달 꾸준히 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하나, 외환은행을 비롯 국내 12개 금융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선택 3 금리 인상기 예금은 특판 상품을 주목

금리 인상기엔 대출은 고정금리로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예금은 거꾸로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예금 상품 중에서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오렌지 정기예금’이 유일하다.

결국 고정금리 상품 중에서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을 찾아야 하는데, 은행들이 기존 금리에 가산 금리를 얹어주는 특판 예금이 가장 낫다. 특판 예금은 은행들이 새로운 고객 유치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꾸준히 은행 신상품을 확인하는 발품이 필요하다.

단기 여유자금이 있다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돈을 넣어두는 것도 한 방법. 신한은행이 1억원 이상 넣어두는 고객에게 연 3.2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국민, 하나은행 등도 3%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1000~3000만원의 자금을 넣어두어도 0.9~1%의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통예금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낫다.

최근 증권사 등에서 적극적으로 급여통장 및 재테크 수단으로 권하는 자산관리계좌(CMA)는 금액별로 연 2.5~4.5%의 이자를 줘 증시 침체기 자금 이탈을 막는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금리는 일반 은행 예금 상품보다 높은 게 사실이지만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