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지속되던 고금리가 사라지고 우리나라도 은행 예금 금리가 4%대인 저금리 시대가 됐다. 열심히 저축만 하면 큰 자산이 보장되던 시대나 불어나는 이자만으로도 노후 생활비가 충분히 보장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소비자가 직접 금융기관 선택부터 금융상품, 위험관리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스로 재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지만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은 복잡한 세제 및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자산관리 및 위험관리를 받을 수 있는 재무 설계사(Financial Planner)가 필요한 것이다. 또 단순히 재무적 문제만이 아닌 가족의 건강, 자녀 교육, 미래 은퇴 후 생활, 삶의 질 등의 다양한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더욱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파이낸셜 플래닝(Financial Planning, 재무 설계)이 점점 부각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파이낸셜 플래닝이란 개인 자산의 적절한 관리를 통하여 개인이 재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전문 재무 설계사(FP)가 개인의 재무적 또는 비재무적 자료를 수집, 분석한 후 개인이 원하는 재무 목표나 계획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 실행, 점검해 주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흔히, 파이낸셜 플래닝은 자산이 많고 소득이 높은 부자들만을 위한 자산관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초기에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무 설계 서비스를 했으나, 금융환경이 복잡, 다양해진 요즈음 개인 재무 설계는 자산이나 소득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무 설계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일반 가계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재무 목표는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은퇴 자금 마련, 자녀 교육 자금 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전략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파이낸셜 플래닝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행한 설문조사에서 재무 설계가 필요한 가장 큰 10가지 이유는 그림1과 같았다.

위의 결과를 보더라도, 대부분 고객들의 관심사는 단순한 고수익의 재산 증식보다는 위험관리 및 은퇴 자금, 주택 자금, 자녀 교육 자금 등 삶의 질과 연관된 재무 목표임을 알 수 있다.

돈과 인생을 같이 설계해야

이제, 실제 고객의 사례를 통해 파이낸셜 플래닝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자.

얼마 전 상담을 의뢰한 소아과 개업의 박 원장은 연소득이 2억원 가량으로 누가 봐도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바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과 자녀 교육 및 생활비 등에 대한 부담이 바로 그것. 현재로선 큰 부담이 없지만 앞날을 예측할 수 없고, 또 현재 자산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담 결과 박 원장의 자산 포트폴리오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어떤 가정에서나 볼 수 있듯이 소득 원천이 모두 가장인 박 원장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둘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6%로 보유한 금융 자산의 평균투자율을 상회하고 있고,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정기예금에 금융 자산이 집중 투자되어 있었다. 셋째,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부동산 경기하락 시 자산 손실 및 유동성 문제가 예상된다. 넷째,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기 때문에 충분한 은퇴 자금 마련이 필요하나, 준비가 없다. 다섯째, 출산율 감소와 의료 개방으로 인한 사업소득 감소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안별로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시했다. 첫째,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제안했다. 모든 소득원이 박 원장에게 집중되어 있어 불의의 사고에 의한 가장의 유고 시 가족들에게 큰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게 될 것이다.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취득하도록 해 소득원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취득, 등록, 양도세 등 많은 비용이 수반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리스크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방법보다는 종신보험 가입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임대업자가 건물을 자산으로 임대수 입을 얻는다면, 박 원장은 자신의 건강한 몸이 자산이므로, 몸값에 맞는 종신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몸값에 맞는 종신보험이란 현재 연 수입의 4~5배 정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 하겠다. 이에 박 원장에게 20년 납입의 월납 보험료 130만원 정도인 변액종신보험(종신보장 10억원, 5억-종신, 5억-15년 정기) 가입을 권유했다.

둘째, 대출금 상환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대출금리보다 높은 확정이자율을 주는 금융상품은 없다. 현재 주택 자금 대출 이자로 월 6%를 내는데, 정기예금은 이자소득세를 제하면 실수령 이율이 3.38%에 불과하므로 매월 2.62%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 만기 시, 1억5000만원으로 주택 자금 대출금 상환을 제안했고, 남은 1억5000만원 중 1억원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으면서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가 되어 안정적인 저축은행에 부부 명의로 각각 5000만원씩을, 나머지 5000만원은 10~15%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주식파생상품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셋째, 체면 유지비와 간병 자금을 고려한 노후 생활비를 준비하도록 했다. 은퇴 후에는 생활비가 지금보다 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가시간이 많아짐으로 여행과 같은 풍요로운 비용은 상승하게 되고, 의학의 발달에 따른 수명의 증가로 간병 비용도 같이 증가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2005년 삼성생명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은퇴 후 풍요로운 생활을 하려면 적어도 현재 가치로 연 400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넷째,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도록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한 투자처에 집중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자산관리다. 또 노후 생활비는 반드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준비해야 하고, 종신토록 지급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 박 원장에게 변액연금 월납 300만원으로 노후 기본 생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했고, 적립식펀드에 200만원을 투자해 자녀 유학비 등의 목적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비상 예비 자금 마련을 위해 월 1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은 CMA 또는 MMF통장에 예치하도록 했다. 파이낸셜 플래닝을 통한 고객 상담으로 박 원장의 경우 재무적 문제 뿐 아니라, 비재무적 부분(본인 유고 시 가족에 대한 불안, 막연한 노후에 대한 불안)까지 검토, 제안함으로써, 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가정의 파이낸셜 플래닝을 의뢰하여 이제부터라도, 계획적이고 안정된 미래를 향해 자신 있는 발걸음을 내딛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