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언론에서는 재테크 기사가 주요 테마로 부상했고 경제관련 서적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다. 국민적 관심이 만들어낸 현상들이다. 하지만 저금리, 고령화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재테크는 죽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재테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이익만을 고려한 재테크는 지우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자산관리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왜 자산관리인가

 안전자산의 대명사는 은행 정기예금이다. 이 정기예금은 안전성에선 문제가 없지만 수익성이 문제다. 지난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까지 연 13%였던 수신금리는 2005년 현재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이는 단순금리만을 나타낸 것으로 대개 자산의 가치를 표시할 경우에는 실제 가치를 기준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금리 3.5%는 이제 플러스 수익을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다.

 아래의 그림은 1996년 이후 2004년까지 시중은행 수신금리의 평균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세금리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2004년 이후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0.15%의 금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서 한 가지 빠진 부분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인데 2004년까지 일반 과세되는 16.5%의 세금을 감안하면 실세금리는 마이너스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이러한 실세금리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문제다. 이러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주로 피셔의 방정식을 예로 든다. 피셔의 방정식이란 대표적인 적정금리 산정방식으로, 적정금리 수준이란 잠재경제성장률에 인플레이션을 더한 값이다. 즉 적정금리는 잠재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합으로 표시된다. 우리나라의 잠재경제성장률은 최근 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최근의 물가상승률을 3.5% 정도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금리 수준은 ‘5%+3.5%

=8.5%’가 적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므로 이 방정식에 대입해보면 아무리 경기를 낙관한다 해도 예전처럼 두 자리 숫자의 금리를 지급하는 시기가 오기는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 산업혁명과 같은 비약적 산업 발전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정부 정책자도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니 시쳇말로 ‘아! 옛날이여’ 하던 시대는 가고 없다.



 노후설계 프로그램 시급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 비해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기간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평균수명은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에 대한 대비가 개인적,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하는데 알다시피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노후를 대비하기엔 불충분한 점이 많다. 따라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표1]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가는 소요 년수와 도달 년수에 대해 선진국인 미국 및 일본과 비교한 자료다. 미국의 경우 고령사회로 가는 기간이 71년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9년 만에 도달하게 됨으로써 노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가 당연시되는 현재로서는 더군다나 자산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빨리 시작해야 한다. 과거 정년이 보장된 경우에는 그나마 수입과 지출의 정점 시기에 별 차이가 없어 어느 정도 생활이 유지됐지만 최근에는 이 정점의 괴리가 점차 확대돼가고 있다.

 대개 대학을 졸업하고 27~28세 전후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30세에 결혼을 하여 곧바로 자녀를 가진다고 해도 45세면 자녀의 나이가 15~16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는 자녀의 대학교육 시기인데,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교육 시키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의 정점은 빨리 끝나고 지출의 정점은 한참 후에 발생하니 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자녀의 대학교육을 책임지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이 될 것이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80세가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은 20년 벌어둔 돈으로 50년을 살아야 한다는 얘긴데, 안전자산만 고집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마 끔찍한 노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단기적이고 무모한 돈 불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테크와 자산관리의 차이점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재테크와 자산관리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표2]참고)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나 자산관리가 별반 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첫째는 투자기간에 관한 것이다. 재테크는 대개 단기적인 상황을 가정한다. 향후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투자기간에 행하여진다. 하지만 자산관리는 투자목적에 따라 짧게는 3년, 5년, 10년, 길게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수단이다. 가령 20대 후반 사회 초년생의 경우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서 향후 3년간(또는 5년간)의 투자기간을 설정해야 하며 자녀 교육비는 최소 10년 이상, 노후자금은 길게 30년 이상의 기간에 따라 준비돼야 한다.

 둘째는 관심분야로, 재테크는 개별상품에 치중하지만 자산관리는 포트폴리오(Portfolio)에 중점을 둔다. 재테크적 마인드는 소위 인기 있는 상품에 편입하려 한다. 그래서 부동산·선박펀드 등 모든 상품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산관리에 충실한 사람은 시장의 급변에 대비해 여러 가지 자산을 하나의 군으로 하는 포트폴리오를 항상 염두에 둔다.

 셋째는 투자시기에 관한 것이다. 재테크는 시장상황에 민감하여 시장이 오를 때만 투자하려는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이 최고라 여기지만 자산관리는 투자를 쉬지 않고 하되 자산을 나누어서 투자하는 분산투자와 적정한 시점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

cing)에 더욱 가치를 둔다. 이럴 때 시장의 전망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수익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재테크는 단기 고수익을 위해서 무모한 베팅을 하지만 자산관리는 장기 안정적 수익을 지향한다. 재테크의 단기 고수익 사례는 지난 99년 코스닥 시장에 몰린 자금과 최근의 금융사기 사건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 안전 자산을 선호하다가 어떤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베팅하는 경향이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자산관리에 충실한 사람은 당장의 고수익을 위해 지나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가장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법은?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공통분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산별 성과를 기초로 한다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산관리를 좀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2005년 상반기 각 자산별 성과는 어땠는지를 살펴보고 하반기 개인의 상황별 관심분야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상반기 성과를 살피고 하반기를 미리 점검하는 것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어느 곳에 좀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지를 점검하는 것으로 장기적 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표3]은 대표적인 몇 가지를 선택한 것으로 이외에도 다양한 자산군이 있으므로 단지 참고자료로만 이용해야 할 것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올 상반기 최고의 수익을 올린 것은 코스닥 지수에 투자했을 경우다. 다음이 간접투자상품이며 달러보유와 해외지수에 투자했을 경우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코스닥 지수는 전 세계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군에 속한다. 바이오, DMB 사업 등 호재가 지수상승을 견인했다. 종합주가지수도 1000포인트 회복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형주는 11% 정도 상승한 반면 중소형주는 약 40%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주식인 삼성전자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간접투자 방법인 펀드의 경우 고배당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가 20% 이상의 고수익을 올려 펀드지존의 자리를 지켰다. 채권과 정기예금의 수익은 채 2%도 되지 않았으며 달러 및 선진시장인 미국 지수에 투자했을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주식관련 상품의 강세 및 채권형 상품의 약세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시장의 공통된 추세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딱 잘라 어느 특정 지역이나 상품을 고르기보다는 자신의 현재 포트폴리오나 처한 여건 등을 감안해 스스로에게 잘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자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켓타이밍은 신의 영역이다. 누구도 장기적으로 시장을 정확히 예견할 수 없으며 투자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는 생각으로 바로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