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36세)씨는 얼마 전 변액보험에 덜컥 가입했다가 몹시 후회하고 있다. 변액보험이 펀드와 별반 차이가 없는 걸로 알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험설계사의 설명만 듣고 변액보험 가입 후 바로 해약해도 약간의 수수료만 물면 원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약하려고 하니 가입한 지 얼마 안 돼 납입보험료를 거의 받지 못한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저금리로 펀드,변액보험에 몰려

 최근 은행권에선 적립식 펀드가, 보험권에선 변액보험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들 상품에 대해 혼동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두 상품 모두 전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자동차로 치면 승용차와 트럭과 같은 경우여서 이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모아 펀드를 구성한 후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배분해주는 실적배당형 보험을 말한다. 적립식 펀드와 유사한 자산운용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실적이 좋을 경우에는 사망보험금과 환급금이 증가하지만 투자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환급금이 원금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펀드처럼 전적으로 계약자가 부담하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확정금리 형태로 받는 만기보험금의 실질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변액보험이다.

 적립식 펀드 역시 변액보험과 마찬가지로 간접투자상품의 하나로서, 일정 기간마다 적금을 붓듯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방법을 말한다. 투자 시점을 여러 차례로 나눠 분산투자함으로써 한 번에 투자하는 위험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분산투자로 자연스럽게 가격이 쌀 때 많이 사들이고 가격이 비쌀 때 적게 사들여 전체적인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변액보험이나 적립식 펀드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금리 탓이다. 저금리로 인해 구매력 저하가 빨라지면서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장기 투자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계산공식 중 72법칙이라는 게 있다. 72를 연수익률이나 금리로 나눈 값이 바로 투자 원금이 2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이라는 계산 법칙이다. 예를 들어 연간 10%의 수익률로 운용하게 된다면 투자금액을 두 배로 늘리는 데 72를 10으로 나눈 값, 즉 7.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반대로 돈의 값어치가 얼마 만에 반으로 줄어드는가 하는 계산도 72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4%로 가정할 때 72를 4(%)로 나누면 18(년)이 나오게 된다. 이 18년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의 구매력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기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 중 절반 가량이 종신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가장 사망시 유가족들에게 상당한 사망보험금이 나오므로  어느 정도 생활 안정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안심하고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현재 1억원의 사망보험금은 물가상승률을 4%로 가정했을 때 18년 후에는 5000만원 수준으로 구매력이 떨어지게 되고 36년 후에는 2500만원의 구매력밖에 갖지 못하게 된다. 보험 설계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종신보험과 같은 확정금리형 보험이나 저축상품은 가치 소멸성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구매력 저하를 막기 위해 결국 변액보험이나 적립식 펀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10년 미만이면 펀드가 유리

 그렇다면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 투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적립식 펀드는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만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분을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변액보험은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실적배당형 상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보험상품이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부차적인 요소이며 본래 기능대로 사망이나 재해, 질병, 노후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입자나 가족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을 받는 데 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 

 즉 변액보험은 투자기능보다는 위험보장기능이 더욱 강조돼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사망하게 되면 적립식 펀드의 경우 그동안 불입했던 투자금과 투자손익만 환매받을 수 있으나 변액보험은 보험가입금액에 해당되는 사망보험금과 투자손익이 추가로 지급돼 남은 유가족에게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분이 손실이 났더라도 최저 사망보험금을 보장하고 있다. 또 암이나 상해·질병·입원 특약 등에 가입하면 추가 보장도 가능하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변액보험은 적립식 펀드와 뚜렷하게 다르다. 변액보험은 펀드와 같이 운용에 따른 운용보수 외에도 보험판매에 들어간 각종 비용인 사업비를 원금에서 공제한다. 즉 보험료에서 사고시 보상을 위한 위험보험료와 모집인 수당, 보험계약 유지 등을 위한 비용(보험료의 5~14%) 등을 뺀 저축보험료만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매월 30만원을 변액보험에 불입한다면 일반적으로 초기 7년 정도는 위험보험료와 각종 비용을 뺀 저축보험료 25만원  정도만을 투자한다.

 반면 적립식 펀드는 투자평가액의 평균 2.5% 정도를 운용 및 판매보수 등으로 떼고 나머지 모두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이 같은 운용 수익률을 거뒀다고 할 때 초기 5~7년 동안은 적립식 펀드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변액보험의 비용 공제가 끝나는 7~10년 후부터는 적립식 펀드보다 변액보험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또 변액보험은 가입시 채권형이나 혼합형, 주식형 등을 선택한 후 중간에 소액 또는 별도의 추가수수료 없이 연 12회 정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반면 적립식 펀드는 펀드 변경과 중도 인출이 허용돼 있지 않다. 펀드를 변경하거나 중도에 돈을 찾기 위해서는 펀드 자체를 해약하는 환매만 가능하다.

 또 세금 측면에서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투자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투자수익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10년 뒤 추가되는 금액과 수익에 대해서도 비과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10년 이내 중도 해지 때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적립식 펀드는 별도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15.4%의 이자소득세가 적용된다. 생계형 저축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일부 상품만 비과세될 뿐이다.

 만기시 적립된 자금의 활용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변액보험은 적립된 금액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연금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 연금 형태로 받을 때도 추가 부담 없이 정액연금 또는 변액연금 형태로 선택이 가능하다. 따라서 노후 자금 마련 등의 목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적립식 펀드의 투자자금을 연금으로 활용하려면 펀드를 모두 해지한 뒤 새로운 연금상품에 다시 가입해야 되며 이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본인의 투자 목적과 투자기간 등에 따라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년 미만 단기자금 마련에는 수수료가 낮고 인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적립식 펀드가, 10년 이상 장기자금 마련에는 세제혜택과 만기자금 활용 등에서 변액보험이 유리하다. 또 투자만을 원한다면 적립식 펀드가, 보장기능을 동시에 고려한 장기투자를 원한다면 변액보험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