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계에 사상 초유의 ‘솥뚜껑 시위’가 벌어진 2004년 말. 주로니(36) ‘레드망고’ 사장은 ‘140호점 가맹점 깃발’을 꽂고 있었다. 2002년 12월31일 외국계 투자은행(CSFB) 자산유동화 차장직을 던진 지 2년 만의 일이다. 사표 던질 때 만류하던 동료들은 지금은 ‘레드망고’ 주요 주주로 바뀐 상태다. 무주공산처럼 ‘주인’이 없던 국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시장을 석권한 주로니 사장. 그가 2003년 2월 달랑 직원 2명 데리고 서울 이대 앞에 세운 ‘레드망고’는 현재 166개 점포로 이 분야 1등 브랜드로 떴다.

 # 튀는 이력

 지난 7월7일 오후 4시 서울 홍대 부근 본사서 만난 주로니 사장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주로니. 이름부터 튀었다. 열일곱 살 때 가족이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이민자 출신.

 한국명은 주종남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하와이 주립대학 경영정보학과를 졸업, 연세대 국제대학원 장학생으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원 졸업 후인 지난 1998년부터 2년간은 아더앤더슨 미국 공인회계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대부분 자영업계서 잔뼈가 굵은 국내 여타 프랜차이즈 CEO 경력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잘나가던 억대 연봉의 샐러리맨이던 그의 창업 동기가 유별나다. “투자은행 CSFB에서 맡았던 기업 인수합병과 자산유동화 업무가 너무 재미 있었다”는 게 이유다.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했지요. 그 바람에 사귀던 애인한테서 결별 통지서를 받기도 했고요. 그러다 갑자기 이러다 평생 금융권 월급쟁이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둘때 연봉이 9만8000달러였으니 1억원 조금 넘었죠.”

 사업 결심이 선 이상 모든 신경이 ‘어떤 사업을 할까’로 모아졌다. 평소 ‘공상’이 취미라는 그의 사업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2년 초가을 업무차 방문했던 서울 압구정동의 카페 ‘르네’. 손님 대부분이 똑같은 걸 먹고 있지 않은가. 정답은 요쿠르트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는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하와이 시절 매일 먹던 열대과일 ‘망고’를 브랜드화하는 것도 그때 생각해낸 아이디어.

 “뭘 할까를 찾는데 장고를 거듭했었죠. 막상 아이템을 선택하니까 1호점 개업까진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 사업 30개월 성적표

 퇴직 후 2003년 2월 그가 첫 도전장을 던진 곳은 서울 이화여대 정문 앞 35평 매장. 이대앞은 ‘대한민국 외식업체 실험소’로 통한다. 스타벅스, 미스터피자도 이대 앞에 1호점을 띄워 100개 이상 점포를 확장한 업체들이다. 이곳서 뜨면 사업이 될 것을 확신한 그의 선택이다.

 “완전히 ‘블루오션’이었어요. 고객들은 (요쿠르트 아이스크림을) 많이 찾는데, 뚜렷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곳이 없었죠. 물론 저보다 먼저 시작한 업체(아이스베리)도 있었지만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어요. 공격적으로 해 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주 사장을 눈여겨본 이는 많지 않았다.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남들이 죽쒔던 지난해 한 해에만 135개(2003년 6개)를 개설한 뒤였다. 그는 “2003년 8월 강남에 120평 점포(3호점)을 열면서 자본금을 초기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리는 ‘베팅’을 한 게 주효했다”고 말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CSFB 동료들이다. 당시 이천기 대표도 주 사장에게 투자했다.

그러나 그는 사업 경력 30개월에 불과한 신출내기 사업자다. 7월말 현재 레드망고는 모두 166개. 직영점이 6개이고 가맹점이 160개다. 숫자로만 본다면 과거 치킨전문점 BBQ나 맥주체인점 쪼끼쪼끼 성장세보다 분명 느리다.

그러나 그는 이미 프랜차이즈업계서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 30대 CEO로 자리 잡았다. 레드망고는 매장 1개당 평균 2억~5억원씩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주 사장이 밝힌 지난해 레드망고 매출액(점포 기준)은 240억원. 순익은 40억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올해엔 400억원대 매출액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본사 매출액도 올해엔 최소한 150억원을 넘어선다는 게 주 사장 전망이다.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레드망고는 올 들어 가맹 개설이 주춤한 상태다. 올초 목표치로 세워뒀던 200호점 개점까지는 아직 36개가 남아 있다. 올해 반환점을 돈 7월 현재 25개 증가에 그쳤다. 특히 아이스베리, 펄베리, 초코크로아 등 경쟁 브랜드만 20여개가 난립한 상태다.

주 사장은 “기존 점포 경쟁력 제고에 신경을 더 썼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폐점한 점포는 단 2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레드망고 점포당 평균 일매출은 여름철 120만원, 겨울철 80만원으로 압도적 1위라는 게 주 사장의 자신감이다.



 # 뭐가 다른가

 그는 “사업 2년여 사이 이 분야는 이제 ‘레드오션’이 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점포 경쟁력만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레드망고가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가 밝힌 성공 포인트는 크게 ‘3P 차별화’다. 3P란 제품(Product), 가격(Price), 입지(Place)다. 그는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된다”며 “철저하게 고품질로 승부한다”고 말한다. 실제 레드망고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보통 아이스크림(15-30%)에 비해 훨씬 작은 0.97%이고 칼로리는 100g당 120Kcal에 불과하다.

 가격은 ‘고가’ 전략을 구사한다. 레드망고를 다녀온 고객 중 십중팔구는 ‘맛은 있는데 비싸다’는 반응을 보인다. 레드망고 대표상품인 저지방 과일 요구르트 빙수는 6700원(2인용)이다. 그러나 주 사장은 “카페서 커피를 마셔도 2명이면 7000~8000원은 든다”며 “따지고 보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말한다.

 입지는 굳이 1층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나 30평 이상 대형 평수를 선호한다. 경쟁점포인 배스킨라빈스가 1층 10평 미만 소점포로 승부한다면 레드망고는 2층 대형 매장이 표준인 셈이다. 그는 “레드망고 사업 성격상 테이크아웃보다는 매장 매출이 크다”고 이유를 밝힌다. 현재 레드망고 멤버십 카드를 소지한 고객은 24만명에 달한다.

 그는 경쟁 상대를 자사 고객 연령대와 제품군별로 구별하고 있었다. 가령 10대와 20대 초반 고객들은 아이스크림 업체 ‘배스킨라빈스’를 꼽았고 20대 중후반 고객들은 ‘스타벅스’가 경쟁상대라고 분석한다. 빙수 쪽에선 아이스베리를 꼽았고 과일 아이스크림은 ‘나뚜루’를 경쟁상대로 지적했다. 철저하게 고객과 제품별로 세분화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 꿈

 그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7평 남짓한 집무실도 사장실이라기보다는 예술가의 작업실 같았다. 벽엔 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 한쪽에선 고양이를 키운다. 원예, 그림 같은 섬세한 취미가 있다. 여성 고객이 90% 이상인 ‘레드망고’ 고객층에 딱 맞는 성격인 셈이다.

그러나 한 번 일에 돌입하면 몰두하는 형이다. 사업 결심 후 점포 오픈을 2개월 만에 후닥닥 해치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1호점 개업 때부터 프랜차이즈 본사를 지향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세계적 업체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올해 그는 외국 진출을 가시화할 작정이다. 지난해부터 이미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 ‘러브콜’을 받아놓은 상태다. 연내 1~2개 지역 파트너를 뽑는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그는 “장수하는 회사는 그 기업만의 컬러, 곧 문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레드망고에선 직급이 따로 없고 전직원이 ‘로니’ ‘케빈’ 식으로 영어 닉네임을 쓴다. 레드망고 알바생을 ‘두리바치(둘이 함께 모여 힘을 합침이란 뜻)’로 부르는 것도 특징.

 예민한 미각을 위해 담배와 술을 전혀 안 한다는 주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브랜드 ‘레드망고’에 담긴 뜻처럼 사업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망고는 열대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죠. 익어가면서 초록색에서 점차 붉은색으로 변하고 완전히 익으면 노란색이 됩니다. 변화에 빠른 과일인 셈이죠. 특히 레드망고는 익기 바로 전 망고로, 겸손함을 뜻합니다. 전직원 55명이 20~30대로 구성된 젊은 기업답게 세계 일류 프랜차이즈 기업에 도전할 겁니다. 제가 샐러리맨에서 사업가로 변신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