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상승세 둔화와, 비록 소형 평형 중심이긴 하지만 아파트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치솟는 집값과 분양가 상승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살피기만 하던 이들에겐 반가운 뉴스. 전통적인 비수기에다 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인 관망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식지 않는 부동산 경매 시장을 살펴보았다.

울 강서구 염창동에 살고 있는 오진경씨(35)는 지난 2005년, 결혼 6년 만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남편과 내 집 마련 종자돈을 모으던 중 2002년 현재 거주중인 아파트가 재개발될 무렵,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전매해 두었던 것.

결혼 후 전셋집 옮겨 다니느라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당분간 내 집에서 맘 편하게 살고 싶었던 그녀는 집값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살면서 분양이나 경매 물건을 노려보기로 한 것이다. 분양 시장은 나름대로 공부를 해 알고 있는데, 경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던 차에 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의 김형태 투자팀장의 현장 답사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동행했다. 김형태 팀장은 먼저 투자자 오진경씨와 함께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방화 뉴타운 지역에 나온 경매 물건의 현장 답사를 제안했다.

오진경(진경): 오늘 잘 부탁드려요. 제가 관심은 있지만 따로 공부를 못해서 초보거든요. 먼저 현재 경매 시장 상황은 어떤지가 제일 궁금해요.

김형태 팀장(김 팀장): 흔히 경매 시장은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라고들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응찰자(경매 참가자)가 조금 줄었어요. 그에 반해 낙찰률이나 낙찰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를 시장이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가수요가 빠진 거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진경: 저는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 주택에 관심이 있어요. 상가나 토지는 요즘 거래가 잘 안된다고 하는데 맞나요?

김 팀장: 아파트는 시세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볼 수 있고 관심도 제일 많기 때문에, 낙찰도 잘돼요. 이에 비해 상가나 토지는 시세 판단이 어려워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덤비기 힘든 분야죠. 오늘 분석할 재개발 물건은 아파트에 비해서는 시세 정보가 정확하지 않지만 상가나 토지에 비하면 쉬운 물건이라 할 수 있어요.

진경: 오늘 현장에 가서 분석해 볼 물건은 어떤 건가요?

김 팀장: 열흘 뒤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될 물건으로 감정가격이 1억원으로 책정된 20평형대 연립주택이에요. (복사한 물건의 상세정보 복사본을 보이며) 전세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걸로 돼 있어요. 6000만원에 전세 들어 있군요. 현재 매물에 전세 들어 있는 분과 권리관계만 잘 정리하면 되기 때문에 이른바 ‘깨끗한 물건’인 셈이네요.

진경: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아무래도 시세 파악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1억원 감정가가 적정한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김 팀장: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현장 답사가 필요해요. 일단 매물의 현재 상황을 잘 살펴봐야죠. 지금처럼 주택인 경우, 주변에 술집이나 모텔이 몰려 있는 유해환경과 붙어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이 학교 통학하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등도 살펴야 합니다.

현장 답사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아요. 실제 낮에 볼 때는 괜찮았는데 밤에 와 보면 유흥업소가 의외로 많이 보일 수도 있거든요. 소음도 낮과 밤이 달라요. 상가 같은 물건은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낮과 밤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살펴야죠. 이건 단순히 경매 물건 분석만이 아니라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원칙이기도 해요. 현재의 시세와 향후 전망은 중개업소를 통하면 파악할 수 있어요. 한 곳만 가지 말고 2~3곳을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시세와 향후 계획도 파악할 수 있죠.

4가지 투자원칙 지켜라

두 사람은 번지수에 적혀 있는 연립주택으로 이동했다. 정보지에는 101호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2층이 101호였다. 김 팀장은 “현장 답사가 필수인 것은 서류로 파악할 수 없는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92년에 지어진 건물의 외관 상태는 양호했다. 김 팀장은 “뉴타운 개발이 늦어져도 그 기간 동안 충분히 거주할 수 있는 양호한 물건”이라고 했다.

진경: 이번엔 전문가인 팀장님이 직접 선별한 물건을 가지고 현장 탐사을 하는데, 일반 투자자가 경매 대상에 오른 물건 중 어떤 물건이 괜찮은지는 어떻게 판단하죠?

김 팀장: 경매 물건을 선정할 때는 크게 4가지 원칙을 지키면 됩니다. 첫 번째는 최초 감정가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물건을 고르라는 겁니다. 터무니없이 감정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싼 물건을 우선 살피다 보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현 감정가가 시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물건입니다. 어떤 물건이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는 통상 6개월 정도 기간이 걸립니다. 아파트 값이 폭등할 때는 6개월이란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아요. 실제 2005년 가을 경매에 나온 반포 지역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가 5억2000만원이었어요. 2005년 초반에 감정한 가격이었는데 경매 당시 시세는 10억원 정도였습니다.

진경: 그런 물건은 경매에 내놓은 사람이 크게 손해 보게 되는 상황이 아닌가요?

김 팀장: 최저 응찰가가 그렇다는 얘기죠. 응찰하는 사람들도 시세를 파악하기 때문에 실제 그 가격에 낙찰될 수 없어요. 최소 8억~9억원 선은 돼야 낙찰 받을 수 있어요. 시세 파악이 정확하고 빠른 아파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진경: 나머지 두 가지 원칙은 어떤 건가요?

김 팀장: 세 번째는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물건입니다. 당장은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가치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죠. 경매는 실제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이익의 폭도 커질 수 있죠. 마지막으로 주택의 경우 리모델링이 가능한 물건, 상가나 토지는 용도, 형질 변경이 가능한 물건에 주목하라는 겁니다. 이쪽은 초보가 쉽게 접근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금세 배울 수 있어요.

진경: 신문이나 정보 업체들을 보면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강북 대부분 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돼 있어, 잘 모르는 사람은 전체 지역이 모두 투자 유망지역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 팀장: 재개발 지역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명 차이가 납니다. 지금 저희가 답사 나와 있는 이곳 방화동은 방화 뉴타운으로 지정돼 있는데, 사업 방식이 구역을 나눠 주민들이 자체 재개발하는 방식이에요. 서울시나 정부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도로나 각종 간접시설만 지원하는 형태죠.

그런가 하면 서울시 자회사인 SH공사나 토지공사 등에서 주택과 토지를 일괄 수용한 뒤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는데, 보상가를 두고 갈등이 많아요. 사업 진행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반대로 주민 자체 재개발은 합의에 의한 개발이기 때문에 잡음이 적죠.

2007년 지하철 9호선 개통의 호재 같은 것도 지금 우리가 이 지역 연립주택을 보고 있는 이유예요. 주택 같은 건 뭐니 뭐니 해도 교통과 교육 인프라가 최우선이거든요.

진경: 경매 물건은 권리관계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김 팀장: 소유권을 넘겨받는 건 문제가 안돼요. 대개 세입자와의 문제가 가장 커요. 상가라면 보증금 외에 권리금 문제가 더 있기 때문에 사전에 물건에 대해 잘 알아봐야죠. 주택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안돼요. 오늘 우리가 함께 본 물건은 연립주택이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요. 세입자 문제만 풀면 되거든요.

진경: 경매진행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사고 싶은 물건을 골라 분석한 다음, 경매에 참가해 낙찰 받은 다음 과정이 궁금해요.

김 팀장: 일단 적당한 물건을 찾으려면 경매전문 사이트에 들어가서 물건들을 훑어봐야 해요. 경매를 신청한 사람이 누구고, 해당 물건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금액은 얼마인지도 상세히 알 수 있죠. 맘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오늘처럼 현장 답사를 해서 건물의 위치, 상권, 관리비 체납 여부를 확인해야 해요. 주택인 경우, 공용 관리비는 낙찰 받은 사람이 내야하기 때문에 잘 알아둬야 합니다. 동사무소에 들러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이 해당 세대주인지도 확인해 보고요.

최저 매각 가격은 감정가인데, 유찰될 때마다 감정가의 20%씩 내려가요. 응찰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정보 사이트에 인근 지역 비슷한 물건이 얼마에 낙찰됐는지, 주변 현 시세는 어떤지 등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에 응찰 가격을 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경매 결과 최고가에 사겠다고 매수 신청한 사람이 낙찰을 받는데 통상 일주일 뒤 법원에서 낙찰여부를 최종 결정해 통보해요. 경매를 신청한 매도인이 이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할 시간을 주는 거죠. 낙찰됐다고 최종 결정이 오면 응찰 보증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대금을 1개월 내에 납부하면 됩니다. 잔금을 납부하면 소유권 이전등기 촉탁이라고 해서 소유권 등기가 이뤄지기 전에 이 물건에 대한 법적 소유가 낙찰자에게 자동 이전됩니다. 물건의 세입자에게는 인도명령 신청서가 통보되죠. 세입자는 서류를 가지고 낙찰자에게 가서 명도 확인서를 받아서 법원에 제출해야 해요. ‘낙찰자와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졌음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낙찰자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해 법원에 제출해야죠. 혹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면 강제집행 절차가 이뤄지고요. 통상 이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데에는 1달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진경: 현장을 돌아보고 물건 분석을 해보니 경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좋은 물건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오늘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김 팀장: 초보 투자자들은 일단 물건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오늘처럼 괜찮은 물건이 보였다 싶으면 실제 현장에 가서 몇 번이고 확인하고, 전문가 상담과 컨설팅도 받아보세요. 경매 물건은 보면 볼수록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이 생기니까요.

진경: 잘 알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기획, 진행=오성택 기자,전문가=김형태 지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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