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본격화되는 인터넷전화가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밟았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중소업체들의 출혈경쟁과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그동안 업계에서 ‘판도라의 서비스’로 불렸다. 인터넷전화가 대중화되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란 기존의 유선전화가 아니라 인터넷선을 이용해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는 통신기술이다.

 인터넷 전화는 무료로 메일을 이용하듯이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통화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유선전화로 시외나 해외로 전화하려면 요금이 만만치 않은데, 인터넷전화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화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0년 새롬기술이 다이얼패드라는 인터넷전화 상품을 개발하면서부터다. 그런데 다이얼패드는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통화품질도 떨어지고 사용도 불편했다.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었다.

 다이얼패드의 가장 큰 단점은 전화를 걸 수만 있고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반 유선전화에는 ‘02-7XX-67XX’처럼 고유의 번호가 있지만 인터넷전화에는 이런 식별번호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인터넷전화의 문제점이 이제는 거의 해결됐다. 가장 큰 계기는 착신번호를 부여한 것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2004년 10월부터 일정수준의 통화품질을 확보한 별정통신사업자에게 인터넷전화 공통식별번호인 ‘070’을 부여했다. 전화를 걸 수만 있고 받을 수 없었던 인터넷전화에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제 ‘070-7XX-67XX’이라는 식별번호가 부여된 인터넷전화를 가지고 있으면 일반 유선전화와 같이 전화를 걸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요금은 기존 전화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하다.

 “인터넷전화가 제2의 다이얼패드가 되지 말란 법 있나요.”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딘 통화품질의 개선과 착신 기능 등 예전의 다이얼패드와는 다른 모습을 갖추었지만 광고 외에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취약한 수익구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유사업체 등 악재가 다이얼패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다이얼패드 닮은 꼴 많아

 인터넷전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선례가 다이얼패드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화 상용화를 앞두고 “과거 다이얼패드 사례를 볼 때 섣불리 기대하지 말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다이얼패드의 시행착오는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에게 강렬하게 남아 있다.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를 만든 벤처기업 새롬기술은 1999년 당시 폭풍처럼 불었던 닷컴 열풍을 타고 탄생했다. 새롬기술은 지난 1999년 10월 미국 현지법인 다이얼패드사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2000년 4월에 다이얼패드닷컴이 미국내 벤처캐피탈업체로부터 1675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15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오상수 당시 새롬기술 사장은 2000년 10월 다이얼패드에 335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새롬기술의 주가는 2000년 초 액면가 대비 600배나 뛰어올랐고, 다이얼패드는 벤처 신화의 상징이 됐다. ‘전화기 100년 역사가 바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이얼패드는 오상수 사장과 새롬기술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하지만 급증하는 사용자와 달리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바로 통신설비의 비용구조 때문이었다. 인터넷전화는 속성상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망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그만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됐고 생각했던 만큼 광고 매출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서 매출구조는 악화일로였다.

 2001년 7월 무료서비스를 부분 유료화로 단행했지만 몇 달 가지 못하고 거품은 꺼져버렸다. 수익은 나지 않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네티즌은 하나둘 다이얼패드라는 이름을 잊어갔다. 새롬기술도 2003년 다이얼패드사업을 접었다. 이로써 인터넷전화사업으로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새롬기술과 오상수의 야망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다이얼패드가 외면 당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통화품질이 실망스러웠다. 다이얼패드는 중간에 끊기거나 착신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료로 전환하자 더 이상 다이얼패드를 쓸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오상수 전 사장이 분식 회계·허위 공시로 구속되는 등 기업 이미지가 흐려진 것도 다이얼패드 몰락에 한몫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인터넷전화는 기술을 개선해 통화품질을 높였지만 그래도 다이얼패드와 닮은꼴이 많아 마케팅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다이얼패드가 수익 모델을 잘못 잡았다고 지적한다. PC에서 일반 전화기로 통신하는 방식은 가입자가 늘면 늘수록 유선망 이용료가 많아져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인터넷망 이용료 확정…요금 이점 없어

 이에 따라 8월부터 상용화된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이 새롬기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일단 시작부터 난항이기 때문이다. 8월 서비스를 시작하는 인터넷전화 이용요금은 3분당 39원인 일반전화보다 비싼 40∼50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료는 대체로 2000∼5000원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8일 인터넷망 이용료(접속료) 확정 등 인터넷전화 요금체계의 기본 골격을 발표했다. 이용요금은 사업자가 자율 결정하며, 기본료가 높으면 이용료를 낮추는 등의 연동요금 체계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입장에선 일반전화가 선을, 인터넷전화가 인터넷망을 사용한다는 점 외엔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전용 전화기는 따로 사야 한다. 이용요금이 높은 것은 일반전화가 시내(3분 39원), 시외(3분 261원)로 차별되지만 인터넷전화는 시내·외 구별 없이 평균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시작됐지만 인터넷전화가 요금, 서비스 면에서 기존 유선전화와 차별점이 적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반전화보다 더 불리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정통부의 망 이용료 확정안에 대해 별정통신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한 번 다이얼패드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인터넷전화의 망 이용료가 가입자당 1500원으로 책정돼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요금상의 메리트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접속료 1500원을 책정할 경우 결국 이용요금은 3분당 40~50원 수준이 되는데 3분당 261원 정도인 기존 시외전화보다는 저렴하지만 39원 수준인 시내전화에 비해서는 비싸다. 여기에 품질개선은 이뤄졌지만 인터넷전화의 통화품질은 여전히 기존 유선전화의 70% 선이란 점도 아직까지는 약점이다.

단말기 가격도 아직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랜 포트가 달린 전용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최소 20만원을 호가한다. 특별한 부가 기능도 없는 데다 비싼 단말기 가격, 사생활 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대중화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화는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당장은 유선전화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KT, 삼성네트웍스 등 대기업이 당분간 기업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내부 사업 전략을 세운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별정통신사업자들도 정통부의 망 이용료 확정 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니유저넷, 큰사람컴퓨터 등 별정사업자들은 정통부의 안을 수용할 경우 요금면에서 메리트가 없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별정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월 500원 또는 무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후죽순 사업자들 출혈경쟁 불가피

 사업자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제살깎기식 출혈경쟁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인터넷전화 시장을 위해 사업자등록을 마친 업체는 최근 기간사업자로 지정된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7개 사업자 외에 삼성네트웍스, 애니유저넷, 큰사람컴퓨터 등 모두 120여개사에 달한다. 서비스는 애니유저넷,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등 8개 별정사업자가 8월 초에 시작하고 KT, 하나로텔레콤 등 7개 기간사업자는 연내에 시작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중소업체들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여 요금인하 경쟁 등 대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20개 업체가 사업을 신청, 경쟁이 심해져 이용요금이 많이 인하될 것”이라며 “기본료를 면제하는 업체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업체들의 경우 기간통신사와 달리 등록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인터넷전화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인터넷 전화업체 수는 앞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중소업체는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7개 기간사업자로부터 인터넷전화 번호를 재부여받아 10월 이후나 돼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들은 브랜드 파워와 고품질 제품, 서비스 차별화 전략 등을 앞세운 중대형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요금인하 경쟁은 불가피한 상태다.

 또 별도 구축망이 없는 데다 품질인증마저 거치지 않아 저가 요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요금 인하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은 당연한 일.

 업계 관계자는 “120개 업체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인 데다 신규업체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돈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요금이 신고제로 운영되는 만큼 저가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출혈경쟁이 인터넷전화 서비스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가능성을 점치는 주장도 만만찮다. 전국적으로 1300만명 이상이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가미된다면 단기간 내에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이얼패드와는 달리 통화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착신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인터넷전화는 PC 상호간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따로 돈 들 일이 없어 비용구조도 개선돼 성공가능성은 다이얼패드보다 높다”고 말했다 .

 새롬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그때 뿌리내린 씨앗이 다시 새롭게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이 첫 선을 보인 지 5년 만에 다시 뜰 수 있을까. 그동안의 기술적인 진보로 통화품질과 착신기능 등 과거의 약점이 보완돼 성공 가능성도 있지만 ‘거품’도 있는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