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인 프로슈머(Prosumer)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프로슈머는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 소비자군을 뜻하는 신조어.

 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길 즐기고, 미디어(광고 포함)를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다. 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각자 취향에 맞게 제조업체에 요구하며, 광고와 프로모션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만든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미국 프로슈머들은 단순히 반(半)제품들을 사서 집안을 손보고, 가구를 조립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DIY(Do It Yourself)를 즐기던 과거 프로슈머와는 다르다. 나이로 보면 대략 18세에서 35세에 속하는 이들은 기존 매스마켓에 싫증을 느끼고 자신만을 위한 제품을 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텀 메이드(맞춤 제작)’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왕성한 의사전파력으로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 입소문, 화젯거리를 만들어 소비자 관심을 유도하는 마케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커스텀 메이드’ 트렌드는 반제품들을 사다 자신의 노동력을 보태 제품을 완성하는 전통적인 DIY 개념이 아니라,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생산과정에서부터 ‘커스터마이즈’하도록 요구한다.

 기업화, 대량 생산의 개념과 더해진 이 커스텀 메이드 제품들의 예는 무수히 많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카페 라테 하나를 주문하는 데도 수십 가지의 맞춤 상품이 존재한다. 저칼로리 설탕을 넣을 것인지 저지방 우유를 넣을 것인지, 생크림을 얹을 것인지 말 것인지, 베이스를 우유로 할 것인지 두유로 할 것인지 등 소비자들은 최대한 자기 입맛에 맞는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최근 한 미국 친구의 파티에 초대돼 갔다가 기발한 아이디어의 1회용 종이컵을 본 적이 있다. 1회용 컵 한 쪽에 손톱으로 긁어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모두 똑같이 생긴 종이컵이지만 이렇게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놓으니 절대 남의 컵과 헷갈릴 일이 없다. 참으로 재치 있는 맞춤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나이키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스니커즈를 주문 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본적인 몇 가지 디자인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컬러와 소재로 스니커즈를 맞춤 제작하는 것이다. 집으로 배달되기까지 약 2주일 걸리며, 한 켤레 가격은 120달러 선이다.

 버즈 마케팅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프로슈머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는 인터넷이다. 현재 미국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천, 수만 개의 활성화된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lantfeedback.com, thecomplainstation.com 등에 가보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침없고 신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은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매장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Ipodlounge.com(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iPod), niketalk.com(나이키), mini2.com(자동차 mini cooper), tivocommunity.com(디지털 방송 서비스 Tivo) 등은 각 브랜드들이 공개적으로 소비자들이 그들의 의견을 나누도록 마련한 웹사이트들이다.

 이들 프로슈머들은 마케터들에게 커다란 응원군인 동시에 강력한 안티 그룹이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용한 제품 가운데 무엇은 좋았고 무엇은 나빴는지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마케터들은 이 프로슈머들이 전체 판매의 80%를 좌우하는 상위 20%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어떤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6~18개월 먼저 제품 사용을 시도하는 ‘얼리 어댑터’들로 구매력이 강한 소비자들이다.

 전통적인 광고와 프로모션으로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힘들다. 이들은 미디어 다이어트에 능해서 광고를 배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지능적으로 받아들인다. 일방적으로 브랜드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신문광고나 TV광고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가는 브랜드의 가치를 중시하며, 주위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평가에 깊은 신뢰를 갖는다. 이들을 공략하고자 하는 마케터라면 이들이 브랜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탐험하고, 무언가 이야기할 거리를 던져주어야 할 것이다.



 P&G, 소비자 아이디어로 제품화

 브랜드들이 주최하는 디자인 콘테스트와 광고 공모전 등은 프로슈머들을 의식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들이다.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Converse), 자동차 메이커 캐딜락과 벤츠, 시계 브랜드 타이맥스, 맥주 브랜드 쿠어스 등은 이들의 광고 캠페인에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을 제품 개발에까지 참여시키는 기업으로는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이 대표적이다. R&D 연구원들을 7000명 이상 거느리고 있는 생활용품 회사 프록터&갬블은 그들만의 독특한 ‘Connect+

 Develop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스위퍼(Swiffer Wet Zet)’, ‘오레이 화장품(Olay Daily Facials)’ 등이다. 자동차 메이커 BMW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 개발의 아우트라인을 제안할 수 있는 양식(tool-kit)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이 양식을 통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게 했다.

 소비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안으려는 브랜드들의 노력은 실질적으로 제품 개발에 보탬이 되기도 하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무언가 화젯거리를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끌고 갈 수 있어서 좋고, 다양한 콘테스트는 경제적 보상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마케팅은 이제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을 조종하고 움직이려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서히 소비자들과의 쌍방 통행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프로슈머들이 그 선두에 서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