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닉 라일리(Nick Reily. 57) 사장이 영국신사답게 약속을 지켰다. 2001년 해고됐던 직원들을 전원 복직시킨 것이다. 그는 3년 전 노조에게 이 같은 약속을 했었다. 물론 GM대우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5월9일 서울 종로 GM대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 웨일스 출신의 닉 라일리 사장은 190cm의 장신으로 한국의 보통 성인남자보다 체격이 좋았다. 명함을 내밀며 서투른 발음이지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그가 이미 한국인을 닮아가고 있는 듯했다.

GM대우는 2001년 정리해고된 1725명의 대우자동차 직원들 중 재입사 희망자 1609명 전원복직을 지난 5월2일 최종 완료했다. 3년 전 노조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신규 채용을 할 경우, 해고된 직원들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약속했었습니다. 2005년 들어 모든 공장의 생산라인을 주야 2교대로 풀 가동해야할 정도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습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생산직 근로자가 필요하게 되어 그들과 약속했던 복직을 지킬 수 있었던 겁니다.”

3년 전 약속 ‘해고자 전원 복직’

사실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했을 것’, ‘이미 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력은 퇴색했을 것’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함께 GM본사에서는 해고자 복직으로 노조가 강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경영자가 회사에 노사 갈등의 위험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회사를 경영할 수는 없다. 경영자라면 노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회사를 운영해야한다”며, 본사를 설득했다. 이런 닉 라일리 사장의 생각이 그를 ‘노사상생의 달인’으로 불리게 했다.

“한국인들은 직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장을 자주 바꾸는 서구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또한 한국 사람만큼 성실하고 헌신적인 근로자는 없었어요. 때문에 그들의 복직이 저뿐 아니라 회사에도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복직 결정을 하게 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현재 복직된 근로자 모두가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먼저 복직돼 일부 생산라인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신규 채용된 근로자들보다 숙련된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6월부터는 복직 근로자들을 속속 현장에 투입시켜 부평 2공장을 주야 2교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2교대 가동을 하고 있는 부평 1공장, 창원공장, 군산공장과 더불어 GM대우 완성차 전 공장이 주야 2교대 풀 가동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GM대우는 출범 3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옛 대우차 시절까지 포함해 역대 최다 판매 실적도 올렸다. 2002년 41만 대에서 2005년 115만 대로 3년 동안 판매가 세배나 늘었다. ‘매출 8조2900억원, 당기순이익 647억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GM대우는 북미를 제외한 GM전체 생산의 13%를 담당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최근 GM대우는 GM의 차세대 소형차 모델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와 관련, 그는 “GM이 GM대우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GM대우가 개발한 차가 GM의 유럽 시장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3년 동안 시장점유율 유지에 주력했던 GM대우는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2~3%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제품 개발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올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 안에, 매그너스 후속으로 출시된 토스카를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며, 그동안 생산하지 않았던 SUV차량(윈스톰)과 디젤엔진 차량을 향후 12개월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환율 하락·고유가에 장단기 전략 세워

반면 최근 미국 GM 본사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지난 3월24일 미국 내 근로자 11만3000명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키로 미국 자동차노조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퇴직 대상자는 전체 종업원 32만4000명의 3분의 1이 넘는다. 2004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행진에 지난 1980년대만 해도 40%를 넘던 북미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6.2%로 뚝 떨어진 데에 대한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닉 라일리 사장은 “GM은 이미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동안 비용구조 계획을 전사적으로 실시해 연간 7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올 하반기부터 그 효과가 가시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닉 라일리 사장은 국내 다른 수출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환율하락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2년간의 환율 변동은 무척 심했습니다. 원화뿐 아니라 유로, 엔, 중국의 위안까지 모두 강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원화강세를 상쇄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환율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환율하락의 영향은 앞으로 1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GM대우는 일단 통화의 결제를 다양화해 원화로 집중되는 위험요소를 줄이는 등의 단기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환율과 함께 고유가도 문제다. 그는 소비자들이 연비를 고려해 자동차를 선택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카’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2002년 한국에 오자마자 GM대우 직원들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닉 라일리 사장.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CEO다. 얼마 전, 인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직원들과 함께 달리기도 했으며, 체육대회 때는 직원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기도 했다.

“지난번에 축구를 하다가 살짝 발목을 다쳤습니다. 무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체육대회 때는 심판만 볼 생각입니다.”

GM대우 사장이 된지 4년여. 한국 생활이 이제는 익숙하다. 평소 특별한 일이 없을 땐, 스테이츠맨을 몰고 다닐 정도라고. 인터뷰하는 동안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이 주는 그의 외모 이면에, CEO의 카리스마가 엿보였다. 인터뷰 말미에 직접 “외유내강형 CEO가 맞냐”고 묻자, 바로 “I did”라고 웃으며 답했다.

plus tip

20여 년간 근무한 부평공장 탁용관 공장 인터뷰

“해고자 복직으로 생산성 향상돼”



부평공장의 탁용관(47) 공장(현장에서 최고 직급이다)은 오는 9월이면 근무한지 20년이 된다. 지난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GM대우까지 그간의 일을 모두 겪은 부평공장의 산증인이다. 때문에 2001년 외환위기 당시와 얼마 전 전원 복직을 마무리 한 후의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는 최종 복직된 근로자들과 내부자들의 화합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5년 동안 손을 놓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업무를 익히고 있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먼저 복직이 되어 생산라인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패기와 열정은 과거 5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간 겪었던 여러 가지 고초들이 있어 직장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음 치유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탁 공장은 말한다. 그래서 회식이나 야유회, 팀 활동을 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단다.

근로자를 다시 복직시킨 후, 부평공장은 주야 2교대로 쉴 틈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들의 복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의 효과도 미미하지만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당 60대를 만들던 과거와 달리 인원 충원을 하면서 최근에는 시간당 63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들의 복직이 생산성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2만5000명의 근로자 대부분이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재입사한 근로자들은 그때보다 나이가 들었지만 업무 파악이나 현장 적응력이 신입사원보다 빠르다고 탁 공장은 말한다.

이제 갓 복직한 근로자들은 약 1주일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안전교육을 비롯해서 회사 정책이나 정황, 사업계획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복직 근로자들에게 해고 전 임금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한다.

탁 공장은 “현장을 이해하려고 하는 닉 라일리 사장이 권위적이기 보다는 동료애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GM대우를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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