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 모토로라의 휴대폰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2006년 1분기 실적 발표). 휴대폰 판매도 4610만 대로 분기사상 최고 기록이다. 더불어 모토로라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이 두 자리 숫자를 넘어섰다. 과연 모토로라코리아는 재기하고 있는 것인가. 길현창(47) 모토로라코리아 사장을 만나봤다.

때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던 모토로라의 명성은 1996년 스타텍 이후 퇴색했다. 모토로라하면 십중팔구 마니아들의 소장 품목에 올랐던 스타텍을 떠올릴 정도였으나 그 이후 이렇다 할 제품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택에, 국외에서는 노키아에 밀려 휴대폰 업계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모토로라와 모토로라코리아가 전례 없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한 제품들을 내 놓으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가장 큰 예로 얇은 면도날을 연상시키는 ‘레이저 V3’라는 이름의 초슬림 휴대폰이 2005년 1분기에만 모토로라 전체에서 약 120만 대가 판매됐다. 덕분에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고, 세계 시장점유율(17.1%)을 1.4%포인트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모토로라코리아 역시 시장점유율이 두 자리로 상승했다. 모토로라코리아가 모처럼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길 사장은 기술력만을 고집했던 것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간 모토로라는 디자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던 시대가 아니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이지요. 소비자들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측면에 대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우선순위를 소비자에게 둬 편의성과 기술력, 디자인이 3박자를 이루는 차별화된 휴대폰 개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각광받던 모토로라의 스타텍이 투박하다고 느끼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 실패했던 것을 들 수 있다. 바뀌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CDMA 전략에 박차

모토로라 전체 그룹에서 모토로라코리아가 차지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시장 규모가 큰 중국, 인도와 달리 모토로라그룹 내에서 한국 시장이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기술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 모두가 얼리어답터 수준으로 제품을 받아들이고 또 피드백이 다른 어느 곳보다 빨라, 빠르게 발전하는 시장입니다. 그런 면에서 모토로라코리아의 위상도 높습니다.”

미국의 모토로라 본사가 한국을 글로벌 CDMA의 전진기지로 성장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말한다.

모토로라는 최근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캐노피와 메쉬네트웍스’를 앞세워 국내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가 지난해 2월, CDMA 부문 제품을 생산하는 어필텔레콤을 인수하면서 CDMA 전진기지로 국내 CDMA 제품뿐 아니라 글로벌 CDMA 제품 연구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어필텔레콤과의 합병은 모토로라코리아에 대한 모토로라의 꾸준한 투자 계획에 대한 첫 결실입니다. 본사는 1967년 이래 총 70억달러를 한국 시장에 투자했습니다. 향후 모토로라 CDMA 사업 확장과 함께 한국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 및 지원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높아진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은 그간 부진했던 기술적인 측면을 강화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킨 레이저에 이어 최근 출시한 제트가 주목된다. 제트가 주목되는 이유는 모토로라코리아에서 상품 기획부터 연구 개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을 기획하여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제트를 기점으로 모토로라코리아는 글로벌 CDMA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작년부터 모토로라코리아는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연구 개발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또 유능한 디자이너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내부 디자이너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간 간과했던 R&D 인력의 확충을 뜻한다.

길 사장은 1984년 모토로라코리아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한 지 20여 년 만에 대표이사가 됐다. 1967년 국내에 진출한 모토로라코리아에서 처음으로 평사원 출신이 대표이사가 돼, 그에게 쏟는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모토로라코리아의 재무와 회계 쪽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특히 재무 분야의 경험은 더욱 넓은 시야를 갖는데,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해줬습니다.”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거쳤던 모든 직함이 현재 대표이사가 된 그에게 큰 메리트를 주고 있다. 회사 전체 경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회사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길 사장은 말한다.

윤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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