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80여 개국에 셋톱박스를 수출하는 홈캐스트가 이제는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라는 새로운 엔진을 달았다. 신욱순(51) 홈캐스트 사장은 셋톱박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2위로 밀렸던 휴맥스와도 이제는 한 번 해보자는 자신감을 보였다.

톱박스 업체들이 최근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셋톱박스 시장이 매년 10% 가량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만 10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적인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LCD TV 사업에 뛰어들었다.

셋톱박스 업계 2위였던 홈캐스트도 지난 5월15일부터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PMP) ‘티버스’의 예약판매에 나서며 본격적인 디지털 멀티미디어기기 사업에 나섰다. 특히 셋톱박스 업계 2위였던 홈캐스트는 휴맥스의 LCD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는 두고 보자’며 벼르고 있다. 신욱순 사장은 “이제는 ‘셋톱박스’ 업체가 아니라 ‘디지털 멀티미디어기기’ 업체로 불러 달라”며 “누구의 선택이 맞는지 2~3년 후에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홈캐스트는 지난해 무역의 날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기업. 설립 5년 만에 매출액이 1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홈캐스트가 DMB를 바탕으로 전환점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셋톱박스를 개발했던 우수한 기술력을 티버스에 쏟아 부었다”며 “기존의 R&D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PMP 업계 선두주자인 디지털큐브가 전자파 문제로 리콜조치를 한 것과 달리 티버스는 엄격한 품질관리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사장은 이 기기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DMB기기 중 가장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은 마침 티버스의 예약판매가 시작된 첫 날이었다. 오전 3시간 동안에만 벌써 50여 대가 팔렸다며 신 사장은 싱글벙글 이었다.

국내시장 공략 기반 마련

신 사장이 싱글벙글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환율 하락 시기에는 홈캐스트와 같은 수출 기업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팔아도 돈을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출혈을 감수하며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싶지만 셋톱박스는 국내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티버스가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는 점이 그에게는 기쁨 그 자체였다.

또 주요 타깃 고객층인 10~20대에 먹혀들었다는 신호라는 점이 그에게 웃음을 머금게 했다. 티버스에 대한 사전 시장조사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고객층은 20대(50%), 10대(20%), 30대(20%), 40대 이상은 10%로 조사됐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이름(브랜드)보다는 각종 사이트와 인터넷을 뒤져 기능과 가격을 비교해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는 젊은층이 선호한다는 것은 이제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는 것.

이러한 성과는 디자인과 기술,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 사장은 “디자인 기획 단계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기구 엔지니어가 모두 참여하는 이른바 ‘동시 공학적’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티버스는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일단 티버스의 외모는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유선형의 시원한 선이 인상적이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각종 버튼은 좌우 대칭형 디자인으로 주로 두 손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최대한 고려했다. 버튼의 위치 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는 것이 신 사장의 설명이다. 사용자를 위한 세심함 배려가 묻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휴대성’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보인다. USB포토, 전원, A/V Out 등을 모두 지원하는 받침대(크래들)도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조치다. 4.3인치의 와이드 LCD를 장착해 ‘보는 맛’도 살렸다.

디자인과 기술뿐만 아니라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교육 및 입시 관련 콘텐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신 사장은 주요 대학입시 학원과 콘텐츠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티버스의 탄생은 쉽지 않았다.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해 단점을 보완하고 지난 3월 말까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실제 제품 출시는 거의 한 달 반가량이 늦었다. 방송·통신 관련 기술은 우수했지만 PMP기술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상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월드컵을 겨냥한 특수도 기대보다 작아졌다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PMP에 첫 발을 담그면서 가진 수업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티버스를 셋톱박스를 대신할 홈캐스트의 ‘즉흥적인 대안’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티버스는 DMB기기 기술혁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란다.

신 사장은 셋톱박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그는 1987년 삼성물산에서 처음 셋톱박스를 만났다. 삼성물산 신기술사업부에서 벤처 투자팀에 있을 때였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보다 먼저였다. 이것이 발단이 돼 그는 2003년 홈캐스트의 CEO가 됐다.

그가 CEO로 재직하면서 홈캐스트 기업 규모는 2배가량 성장했다. 이제 그는 삼성물산 신기술사업부와 셋톱박스 분야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제는 DMB와 PMP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DMB를 접목한 PMP 사업은 신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향후 미래성장동력을 DMB로 보고 1년 전부터 세심한 준비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 사업은 셋톱박스 사업의 한계에 따라 ‘얼떨결에’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는 홈캐스트가 지상파 DMB 사업자인 유원미디어의 2대 주주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신 사장은 DMB가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면서 디지털 컨버전스의 큰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긴 안목을 가지고 티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버스가 올해 5만 대 가량, 내년에는 10만 대 이상 팔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2008년부터는 셋톱박스와 버금가는 매출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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