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수석입학,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국내외 M&A 40여개 성공, 뉴브리지캐피털 한국대표. 지난 3월24일 하나로텔레콤 사령탑에 취임한 박병무(46) 사장의 경력이다. 그는 취임 후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매각을 위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5월12일 서울 여의도 옛 한나라당 당사 9층,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하나로텔레콤의 현 상황은 위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실적에 비춰보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사실 하나로텔레콤은 영업력 강화 정책으로 지난 4월부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실적이 다시 순증으로 돌아섰고, 전화 가입자는 매월 순증 폭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7월 서비스 개시 예정인 TV포털 서비스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음성과 데이터,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이 결합되는 컨버전스 통신 시장 환경을 얼마나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개척하느냐에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경영목표를 가입자와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 영업조직을 핵심 자산으로 통신 서비스의 한계를 벗어난 종합 미디어 회사로 세웠다. 그러면서도 영업력 강화 등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가 매각을 위한 사전 몸값 높이기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가설’이라고 단호하게 잘랐다.

지난해 손실의 내용을 보면 4분기에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1월 합병된 두루넷의 영업권 감액 및 지분법 평가 손실 등 두루넷 합병에 따른 손실과 지난해 단행한 구조조정 비용 등 총 1645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하나로텔레콤이 약 2000억원의 원활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사실상 흑자 기업이면서도 장부상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감가상각비 때문이다. 1997년 설립한 이후 그 동안 통신설비에 투자한 비용이 4조6000억원이 넘는다. 감가상각비는 올해 최고점에 달한 후 내년부터 감소추세로 전환할 것이다.

그동안 장기간의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 때문에 누적적자가 1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5월3일 50% 자본감소를 완료해 약 1조1583억원의 감자 차익으로 2005년까지의 누적적자 금액인 1조729억원을 충당해 누적적자를 일시에 해소했다.

-KT, 파워콤 등과의 경쟁은 쉽지 않다. 현재 시내전화 사업이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하나로의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ADSL 상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이 하나로텔레콤이다. 현재 제공 중인 광랜 서비스도 2001년부터 제공해왔을 정도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안정적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100Mbps급 광랜, VDSL 등 가입자망 고도화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가입자가 느끼는 속도나 안정성 등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시내전화 사업도 두 자리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 올해 초부터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객의 혜택에 초점을 맞춘 번들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를 결합한 번들상품은 타 사업자가 제공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가격이다. 실제로 전화고객의 70% 이상이 초고속인터넷과 전화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올해 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1월 대표이사 내정자로 선임되면서 하나로텔레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5대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 경영 목표라기보다는 우선적으로 고쳐야 할 것들이다.

첫째, 가입자 기반 유지 및 강화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지난해 말 다소 빠졌지만 이는 인력조정 및 두루넷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하락세가 감소하면서 4월에는 증가로 돌아섰다. 둘째, 비용절감이다.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비의 경우 당초 계획 대비 17% 줄였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투자비를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두루넷과의 성공적인 통합인데 이는 이미 3월에 완료했다. 넷째는 고객 서비스 강화로, 하나로텔레콤 520만 가입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 목표는 조직문화 혁신이다. 현재 전사적으로 성과주의 기업문화 정착에 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5대 경영 목표가 적힌 카드를 모든 임직원들이 가지고 다녔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전상진 커뮤이케이션스 실장도 이 카드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CEO를 맡은 후 회사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먼저 CEO를 정점으로 한 회사 조직도를 ‘고객’을 정점으로 모든 부서가 그 아래에 있는 구조로 바꿨다. 고객이 회사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영업력 극대화에 집중했다. 올해 초부터 두 달간 전국의 영업 현장을 돌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불만사항이나 개선사항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 조치했다. 직원들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데 힘썼다.

또 개인이나 팀 차원의 업무 성과에 대해 합리적 보상을 실시하는 성과주의 문화 정착 분위기가 확산돼 가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조직 문화의 모습과 직원들의 진작된 사기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하는 이 시점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인터뷰 도중 그가 내민 회사조직도의 가장 위에는 ‘고객’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고객 접점 부서와 영업조직이 있었고 가장 아래가 CEO였다. 그는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모든 역량을 고객 서비스 강화에 모았다고 했다. 이외에도 각종 결재서류를 없애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빠른 조직으로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3개월 걸리던 주요업무의 의사결정 단계를 2주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으로 간소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KT와 같은 공룡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한 발이라도 빨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CEO로서 하나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면 무엇인가

하나로텔레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유통망, 그리고 360만 명의 초고속인터넷 고객과 160만 명의 전화 고객의 가입자 기반이다. 이 3대 자산을 바탕으로 하나로텔레콤을 단순한 통신 회사가 아닌 네트워크 기반의 세일즈&마케팅 컴퍼니이자 종합 미디어 회사로 변화,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네트워크 기반의 세일즈&마케팅 컴퍼니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변신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네트워크 기반의 세일즈&마케팅 컴퍼니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상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다. 현재 하나로는 초고속인터넷과 전화에 대한 매출 비중이 큰데 이를 차츰 줄일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분야가 캐시카우긴 하지만 네트워크만 공급하는 회사에 머물러선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만 확보하면 충분히 새로운 매출을 창출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세일즈&마케팅 회사로의 성공적인 변신은 로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기 보다는 다양한 변신시도에 따른 성과가 차곡차곡 누적되면서 달성될 것이다.

-종합 미디어 회사로의 변신의 중심에 TV포털 서비스가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TV포털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

TV포털이란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전용 셋톱박스를 이용, TV를 통해 VOD는 물론 생활정보, 게임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오는 7월 상용화해 2008년부터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TV포털은 채널수가 제한된 기존 매체와 달리 수십만 개까지 채널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콘텐츠는 이미 1만5000시간 분량을 확보했다.

-TV포털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콘텐츠 조달 방안 및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TV포털 사업에 있어 콘텐츠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장르별로 경쟁력 있는 사업자와 제휴 관계를 갖는 형태나 전략적 지분참여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영업 활성화와 실적 호전을 위한 각종 활동 등이 M&A 전문가로서의 이력과 더불어 매각을 위한 사전 몸값 높이기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뉴브리지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적 재무 투자자다. 따라서 현재의 미션은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키도록 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이를 매각의 수순으로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가설이다. 현재 매각 계획은 없다.

-최근 외국자본 역할에 대한 찬반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국자본의 역할론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PEF, 산업자본 등 각각의 자본의 역할과 투자 철학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외국자본에 대한 편견보다는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열린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박 사장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유무선 대체 현상으로 점차 감소되고 있는 시내전화 시장에서 사업자간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많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정경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50%가 넘을 정도로 여전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KT가 하반기에도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올해에도 약관 인가 대상 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시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