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적 위기관리를 위해서 조직의 리더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리더들의 전략적이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없는 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이슈를 커다란 위기로 꼬이게 만들곤 한다. 이러한 예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1. 2005년 5월, 당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 중 “외환 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가, 이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되어 외환시장에 대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승 총재 한 마디 설화(舌禍)로 1조원 날렸다”라고 한 신문은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예2. 2006년 3월, 구글의 CEO인 조지 레이즈가 “(구글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며 성장세 둔화가 가파르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발언하자, 시장에 우려가 확산돼 주가가 13% 폭락했으며, 시가 총액만 약 10조원 감소했다.

예3.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최근 전업주부를 “집에서 노는 엄마”라고 표현했다가 수많은 비난을 사야 했다.

예4. 이해찬 전 총리가 파업 첫날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자, 총리실 공보수석은 “총리가 파업 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위험과 기회를 수반하는 위기

위기라는 한자가 위험(危)과 기회(機)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말 한마디와 커뮤니케이션은 그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도 하고, 더 험악한 위험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효율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조직의 리더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점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위기상황에서 리더는 두 가지 ‘의사(意思)’를 신경 써야 한다. 하나는 위기관리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고, 또 하나는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실제 상황관리(예를 들어 화재진압)와 함께 그 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관리(예를 들어, 화재 사건에 대해 사업 관계자 및 언론에게 설명하는 것)가 필요한 것처럼, 위기상황에서 리더는 의사결정 못지않게, 의사소통에 신경 써야만 한다.

위기관리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상황에 대한 조직의 입장을 빠른 시간 안에 정리, 발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입장을 제대로 정리한다는 것은 위기상황에 대한 조직의 메시지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뜻을 같이한다. 위기상황에서 의사소통에 대한 실수로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단적이면서도 자주 일어나는 상황은 바로 위기상황에서 언론을 무작정 피하거나 막는 행위다.

둘째, 위기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하지 않고, 평소 일반적인 개인 커뮤니케이션(personal communication)처럼 별 생각 없이 언론에 이야기하다가 실수하는 경우다.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 커뮤니케이션(public communication)이다.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느낌, 생각, 지식 등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느낌, 생각, 지식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다수를 향하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무엇보다 청중을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장기를 두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수를 읽으며 둔다고 한다.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고려하고, 뚜렷한 설득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말실수

많은 리더들이 말실수를 하고 나서 “와전되었다”, “오해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중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도 못지않게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하는가이다. 박승 총재나 김문수 후보의 말실수들은 그들의 의도나 의미를 떠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메시지였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연습(practic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위기상황에서 보게 되는 많은 말실수는 사실 충분한 연습과 준비를 통해 줄일 수 있는 것들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한가롭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가?’라고.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기업의 준비된 CEO들은 위기가 닥치기 전에, 평소에 위기상황을 가상하고 언론 앞에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법에 대해 코칭을 받고, 연습해 둔다. 메시지는 직원들이 준비해 줄 수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이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말실수 하나가 조직의 위기관리에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말 안하고 있으면 안 되느냐고. 미안하지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진정한 리더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제대로 된 리더란 회사의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만 앞에 나가서 발표하고, 부정적 위기상황에서는 뒤로 숨어서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언론에서 설화를 만드는 리더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될 것이다. 늘 말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쓰는 리더, 설화를 만들기보다는 조직의 명확한 입장과 메시지를 가지고 떳떳하게 설득하려는 리더가 돼야 할 것이다.

김호 에델만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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