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경매의 시즌이다. 유명 작가들의 명작이 주로 거래되는 근현대 경매는 물론 중저가 작품의 열린경매, 그리고 최첨단(cutting edge)의 감각으로 무장된 젊은 작가들의 커팅엣지전이 6월에 예정돼 있다. 미술 시장에 익숙한 컬렉터는 물론 미술작품 구입을 이제 막 시작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질 구매에 나서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내용과 가격대의 미술작품들을 꼼꼼히 비교 분석해보는 ‘발품 팔이’도 미술 시장의 안목을 높이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제8회 인사동 열린경매

열린경매는 말 그대로 누구나 쉽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경매다. 지난 3월, 7회 열린경매에서 낙찰된 작품 총 102점 가운데 500만원 미만의 작품이 약 90%인 91점이었다. 이 가운데 100만원 미만 작품도 28점이나 됐다. 가격대가 낮다는 것을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유명작가의 판화나 드로잉, 그리고 시장에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열린경매에서는 특히 현대적인 감각과 우리 전통성을 잘 조화시켜온 이만익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정제된 선들과 원시적이지만 차분한 색을 통해 정감의 세계를 표현하는 이만익의 작품에서는 우리 가족의 모습처럼 친근한 얼굴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렵거나 모호하지 않은 그의 작품은 굵직한 윤곽선으로 뚜렷한 형상과 토속적인 색채로 고유의 정감을 드러낸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은 약 10호 크기의 캔버스 유채 그림으로 추정가는 700만~800만원이다. 제8회 열린 경매는 오는 6월10일 오후 3시에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7일부터 미리 볼 수 있다.



제4회 서울옥션 현대 미술품 경매 커팅엣지

서울옥션은 2004년부터 젊은 작가들만을 선별해 미술 시장에 소개하는 커팅엣지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보유하는 것은 그들의 신 감각을 공유하는 즐거움 외에도 컬렉터 자신의 안목을 시험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확인되듯 오늘날 미술 시장은 젊은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껴안는다. 따라서 그들이 시장에서 판단을 받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번 커팅엣지전에 나오는 작가로는 윤병운과 정혜련 등이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윤병운은 기억과 망각으로 점철되는 인간의 삶을 그리는 작가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모던한 감각으로 소화시킬 줄 아는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찰튼햄아트센터와 긴자오노화랑 등 해외에서 다수의 전시 경력을 갖고 있다.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혜련은 모더니즘적 권위에 반하면서도 그렇다고 단순히 모든 의미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던에도 반기를 든다. 근대의 권위와 현시대의 무의미 사이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지난 해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에 선정됐으며 예술의 전당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경력을 갖고 있다.

커팅엣지전은 오는 6월23일부터 29일까지 평창동 서울옥션 하우스에서 열린다.



제102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

제102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도 열린다. 미술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가 작품에 대한 입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권진규의 테라코타 흉상 작품이 선을 보인다. 시선을 빨아들일 듯한 날카로운 눈매와 엄숙한 표정, 그리고 길게 드러낸 목과 가파르게 깎아내린 어깨. 한눈에 권진규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조각의 주류와 무관한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를 확립한 권진규의 작품은 자아의 내면세계로 향한 깊은 성찰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고딕적 엄숙성과 신비로운 분위기와 결합하여 더욱 정적인 사색의 깊이를 부여해 주고 있다. 추정가 별도 문의.

102회 경매는 29일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개최되며 작품은 6월13일부터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