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면적은 달랑 10평. 좌석이라곤 보조석까지 들여놔도 고작 16석. 유동인구가 드문 C급 입지. 하루 영업시간은 고작 6시간. 이곳서 일평균 1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면 소점포 사업의 모범 사례다. 참치회 전문점 ‘e-한라참치’ 서울 용답점이 주인공.

2000년 10월 김기수(37) 사장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선 그를 ‘미쳤다’고 수군댔다. 장사가 하도 안 돼 기존 점포도 접고 나갔던 판국이었다. 답십리 역세권에 들어가지만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의 C급 입지인 탓이다. 실제 한 시간을 서있어 봐도 지나는 사람이 거의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이 달랐다. 도시철도공사가 지척이고 자동차 정비소가 밀집해 30대 이상 장년층 인구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머릿속엔 ‘단골만 잡자’란 생각뿐이었다. ‘10평 매장에 꽉 차도 16석이 전부인 소점포에서 길거리 사람을 다 잡아올 순 없지 않은가.’

7500만원 투자 6년째

월 순익 700만원

10여 년간 인쇄업에 몸담아온 그의 인생 2막은 7500만원으로 시작됐다. 이 중 4500만원이 빚이었다. 자리가 좋으면 보증금이 비싸고 보증금이 싸면 자리가 맘에 안 드는 상황에서 서울 용답동을 최종 낙점했던 것.

매장이 워낙 좁아 인테리어는 소형 ‘다찌노미’(입식 바 형태)로 꾸몄다. 31살 나이에 재산도 없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그는 이곳서 ‘빛’을 발했다.

운도 따라줬다. 창업 당시 중저가 참치회 전문점이 워낙 붐을 탄 덕분이다.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가게 밖에 줄을 서 기다릴 정도였다. 일 매출 100만원을 훌쩍 넘길 때도 많았다.

투자비의 65%였던 빚은 1년 만에 다 갚았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운만은 아니다. 2002년 1월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당시 잘 나가던 참치회 전문점이 철퇴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업소에서 소위 열대어를 고급 참치로 둔갑시켜 사회 이슈화했던 것.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던 참치집들이 일거에 퇴출당했다.

그가 대단한 건 이 때문이다. 그 파동을 딛고 6년째 매장을 알짜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인 e-한라참치(www.

tuna114.co.kr)의 장병민 영업부장은 “당시 참치회 전문점의 90%가 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버틴 김기수 사장의 노하우는 뭘까. 그는 “단골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님 중 90%가 고정 고객이라는 게 김 사장의 비결이다. 요즘도 한 달 평균 매출액 2000만~2200만원 선에 월 순익만 700만~800만원을 올리고 있다. 하루 영업 6시간(오후 6시~밤 12시)에 비하면 짭짤한 장사다.

그러나 생각만큼 참치횟집이 쉬운 장사는 아니다. 배달된 참치의 품질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수다. 본사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험치가 필요한 일들이 수두룩하다. 냉동 참치 해동도 만만치 않다. 잘못 해동하면 비린내가 나고 물컹한 식감을 내기 십상이다.

그는 “식염수 해동법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삼투압 작용을 이용, 영양분 손실 없이 참치 특유의 맛과 색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영하 60도로 얼린 참치를 냉동고에서 꺼내 3% 정도 농도의 식염수에 5~10분간 담가놓는다. 그리고 이를 꺼내 깨끗한 천으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 후, 다시 마른 천으로 싸서 냉장고에 20~30분간 보관한다. 그러면 참치 숙성이 진행되면서 선명한 발색과 윤기가 잘 빠진다는 얘기다. 횟감을 썰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부위별로 써는 방향이나 두께 등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제 맛이 살기 때문이다.

“일요일엔 장사 안 합니다” 배짱

이 집의 메뉴는 단출하다. 모둠(1만5000원), 특(2만5000원), 스페셜(3만5000원) 등 세 가지다. 모둠은 새치류가 주가 되고, 특은 눈다랑어, 수입도로(뱃살), 눈주위살 등을 제공한다. 스페셜은 수입도로와 눈주위살 외에 참치 최고급 어종인 참다랑어를 제공한다. 이 중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특메뉴다. 참치회 외에 식사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손만 많이 갈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점 이미지도 더 굳어졌다.

여기서 그의 사업 노하우 한 가지. 그는 “1만5000원짜리 모둠을 시켜도 2만5000원짜리 특 메뉴처럼 퍼준다”는 것. 참치 한두 점이 아까워 연연하다보면 고객들은 귀신 같이 알고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참치 종류에 따라 1kg에 5500원부터 22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크다”면서 “참치 맛을 모르는 손님에게 저가 참치를 내놓고 싶은 유혹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내 인건비 200만~300만원을 안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비싼 재료만 써왔던 게 단골 확보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무제한 뷔페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일정량 이상 회를 올리지 않는 것은 금물이다. 이는 손님을 쫓아내는 짓이다. 그는 오히려 질릴 정도로 많은 회를 내준다. 그러면 그 고객이 다른 손님들을 데려온다는 것이 그의 경험담이다.

특히 그는 고객 성향 파악에 목숨(?)을 건다. 개인별로 회를 먹는 입맛이나 취향 등을 살펴  특별히 좋아하는 부위가 있으면 다음에 찾았을 때 그 부위를 중심으로 내놓는 전략이다. 처음 오는 손님이다 싶으면 어떤 부위가 가장 맛있냐며 꼬치꼬치 캐묻기도 여러 번 했다. 웃으며 퍽퍽 퍼주는 정성을 싫어하는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주방장 역할도 해왔다. 창업 전 투자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줄잡아 10여 곳 점포를 발로 뛴 노력은 기본이다. 그는 설거지 도와주는 주방보조만 1명 고용한 사실상 ‘1인 사장’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일요일엔 아예 가게 묻는 닫는 배짱도 부린다. 그는 “월 300만-400만원 매출 더 올리려고 쉬지 않고 일했다가는 1~2년도 못 버텼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롱런 비결도 들려줬다.

plus tip

참치 전문점 경쟁 현황

국내에 가장 먼저 등장한 참치 전문점은 지난 1989년 동신수산식품이 서울 서초구에 개설한 동신참치 1호점. 이어 1992년 동원식품과 사조냉장이 참치회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동원참치가 전국에 140여 개, 사조참치가 100여 개, 동신참치가 50여 개 가맹점을 확보중이다. 나머지 군소 독립형 참치 전문점들은 대부분 이 세 회사에서 참치를 분양받는다.

1990년대 말에는 저가형 뷔페식 참치 전문점들이 등장,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유통단계를 줄이고 중급 참치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였으며, 입식 바 형태 매장 구성으로 인건비를 줄여 소점포 사업의 유력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1인분에 1만3000~1만5000원만 내면 참치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개념이 먹혀들면서 한때 문전성시를 이뤘다. 40~50개의 브랜드가 각축을 벌일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고, 설상가상으로 2001년 ‘가짜 참치’ 파동까지 일어나면서 열기가 식어 1~2년 새 시장 자체가 아예 죽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참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저가형 뷔페식 참치 전문점 중에서는 현재 독도참치가 가장 활발하다. 전국 120여 개 가맹점을 보유중이다. 그 외 e-한라참치, 참치마루 등이 10여개 가맹점을 개설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웰빙 트렌드에 맞아 경쟁 업소가 드문 곳이라면 고려해 볼만하다.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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