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봐 온 경우가 부동산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전국의 부동산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연재한다.

동산 투자로 돈 번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좋은 교훈을 주는 사례는 ‘투자 실패기’다. 이번에 소개할 김상덕씨(가명)의 사례는 잘못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강남에 사는 35세의 김상덕씨는 소위 말하는 오렌지족이다. 이른바 부모님을 잘 만난 덕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미국의 어느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국내로 돌아와서 친척이 경영하는 IT회사에 입사했다. 그때가 1999년.

1999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IT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해다. 새롬기술이 몇 달 사이 수백 배 올라 최고가 30만8000원을, 다음이 40만6500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골드뱅크, 데이콤 등 IT 기술주가 수배에서 수십 배씩 치솟던 해가 바로 1999년에서 2000년 초반이다. 당시 잘나가던 IT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회사 사장인 친인척의 정보를 듣고, 할아버지가 상속해 주려던 돈을 미리 받아 주식투자를 하여 나이 서른에 40억원이 넘는 돈을 불과 몇 달 만에 주식으로 벌어들이게 된다.

사우나에서 김씨에게 들은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필자지만 “세상에 이렇게 돈 번 사람도 있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김씨의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젊고 노는 거 좋아하는 그에게 세상은 천국이었고 그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그 중에 사기꾼 안모씨도 포함돼 있었다. 안씨가 김씨를 꼬드긴 내역은 이렇다.

‘충남 보령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중의 하나인데도 변변한 숙박시설이라고는 한화콘도 한 곳밖에 없다. 이제 주5일근무제도 시행되고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되어 대천까지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으니 이곳에 펜션을 지어 분양하면 대박이 터질 것이다. 가뜩이나 예금금리가 사상최저로 내려가고 있고 마땅히 돈을 투자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분양도 문제없이 끝날 것이고 내가 이곳 출신이니 인허가 받는 것도 문제없다. 당신이 땅만 사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 땅값 12억원만 투자하면 1년 반 만에 최소 40억원은 벌수 있는 사업이다.’

안씨는 김씨와 함께 현장도 수차례 방문하고 보령시청에도 들어가 인허가 여부도 같이 짚어보는 등 믿음을 주는 여러 액션을 취했고 김씨는 그런 안씨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부동산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김씨였기에 모든 것을 안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안씨가 하자는 대로 사업을 진행시켜갔다.

사기꾼이 그냥 사기를 칠 리는 없다. 뭔가 그럴듯하게 사기를 치기 마련인데 실제로 대천의 펜션 프로젝트는 김씨 명의로 회사도 설립하고 땅을 매입한 후 인허가를 획득하고 분양 광고를 통해 청약을 받아 분양을 시작했다.

대천 펜션사업의 청약경쟁률이 1.5대 1이었으니 분양은 100% 완료되었고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는 그날 김씨는 분양계약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의 대표로서 거창한 연설을 했다. “여러분은 이제 대박을 터뜨리신 겁니다.” 사실 분양률 100%는 김씨가 분양계약자들에게 연간 10.25%의 운영수익률을 회사가 보장한다는 조건을 붙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씨가 분양계약으로 인해 받은 분양수수료는 계약금 10%. 원래 그것이 시장관행이라는 안씨의 말에 김씨는 계약금 10% 전부를 안씨에게 주었다. 돈을 받아 챙긴 안씨는 건축공사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게 된다. 물론 건설회사를 선정한 것도 안씨였다.

‘돈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중요’

보령이라는 시골(?)에서 자연녹지 지역의 순수임야를 평당 4만원씩이나 주고 산 것부터 시작해서 분양수수료로 계약금 10%를 지급해 이미 사업은 심각하게 경제적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김씨가 사라지고 나자 ‘당연히’ 현장은 엉망이 되어갔고 공사업체는 공사를 중단한 채 공사대금만 독촉하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건설공사의 경험이 없고 곱게 자란 김씨가 험한 건설현장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현장이 멈추게 되자 분양계약자들은 중도금 납입을 지연시키게 되고 회사에는 매일같이 건설회사로부터 공사대금 언제 줄 거냐는 전화가, 분양계약자들에게는 공사현장이 왜 멈춰서 있느냐, 내가 낸 돈은 어떻게 되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

사업이 몰리게 되고 법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되는 위치에 있던 김씨에게 한 가닥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다. 모 컨설팅업체를 운영한다는 박모씨가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해왔던 것이다. 앞으로 건축공사에 대한 모든 사항과 분양계약자들에 대한 관리는 자신이 할 것이니 계약금으로 지금 2억원을 주고 준공이 되고나면 2억원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을 것 같았던 김씨는 박씨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 업체와 컨설팅 계약서를 쓰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박씨는 자신의 경험과 수완을 발휘해서 먼저 계약한 건설업체를 현장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업체를 현장에 투입시켰고 분양계약자들을 한군데로 불러 모아 지금까지의 사업부진의 원인을 설명하고 기한 내에 건축공사를 완료하고 계약자들 앞으로 등기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박씨의 성실한 태도와 열정적인 추진력으로 사업은 다시 본 궤도에 올랐다.

문제는 준공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했다. 그간 계약금 2억원을 받고 사업을 진행시키던 박씨가 김씨에게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목은 자신이 받은 계약금을 사업진행에다 썼다는 것이다. 김씨는 계약금 2억원뿐 아니라 그간 박씨가 요구한 공사비 등으로 10억원 이상을 줬기 때문에 더 이상은 못준다고 버텼고 박씨는 돈을 더 못 내면 사업이 망가질 수 있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그 무렵 필자가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의 사정을 듣고는 얽힌 사업을 푸는데 비상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소개시켰다.

지금은 어찌어찌하여 건물 준공검사를 받고 계약자들에게 등기도 이전해주고 펜션도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필자가 친구를 소개시킨 이후에도 김씨는 그 사업장에 1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쏟아 붓게 된다. 지금은 그 펜션의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원래 이 사업은 원만히 진행만 됐어도 40억원은 남는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 중간에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로 김씨는 주식으로 번 돈 거의 대부분을 이 사업장에 쏟아 붓고도 여전히 연간 10.25%라는 배당금 부담에 시달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아는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부동산을 통해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명심보감>쯤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돈을 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키는 것이고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리는 것이고 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