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가 자리잡으면서 ‘일물일가’ 원칙이 깨졌다. 똑같은 공산품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기왕이면 한푼이라도 싸게 사는 게 현명한 소비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최저가’를 외친다. 최저가가 아닐 경우 신고하면 5000원짜리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가격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최저가는 한 곳뿐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가격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할인점부터 실제 최저가 점포가 어디인지 살펴봤다. 향후 할인점을 중심으로 인터넷쇼핑몰 등 업계내 가격 경쟁은 물론, 혼수·가전용품 등 품목별로 업태간 가격 비교도 시도할 계획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대형 할인점 빅5 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품목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대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의 2004년 매출액 랭킹 상위 19개 품목(맥심모카믹스, 참진이슬로 360㎖, 하이트캔 355㎖×6, 신라면(멀티팩), 양념돼지갈비(국내산), 하이트피처 1.6ℓ, 건양물레방아맛쌀 20kg, 기획 화장지 70×24롤, 옥천맛쌀 20kg, 초이스골든모카믹스100입, E-PLUS 우유 1000㎖, 매일ESL 우유 1000㎖, 맥심오리지날믹스100입, 짜파게티(멀티팩), 하이트병 500㎖, 삼양라면 120g×5, 철원영양쌀 20kg, 카스캔맥주 355㎖×6EA, 함양농협미풍당당 20kg)을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시점은 5월10일 저녁 8~10시에 이뤄졌다. 방법은 본지 기자 5명이 5대 할인점(이마트 본점, 홈플러스 북수원점, 롯데마트 서울역점, 까르푸 가양점, 월마트 일산점)을 동일 시간대에 방문, 현장 조사했다. 취재 결과 19개 품목 중 쌀 4개 품목과 양념갈비, 기획 화장지, E-PLUS 우유 등 7개 품목은 점포별 기준이 달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후 12개 아이템의 가격을 비교했다.



 울 갈현동에 사는 주부 이현경씨(37)는 평소 차로 10분 거리인 이마트(응암동 본점)에서 주로 쇼핑을 한다. 맞벌이인 탓에 주로 쇼핑 시간은 밤 9시께다. 1주일에 한두 차례 올 때마다 10만원대 소비를 한다. 이마트를 즐겨 찾는 까닭을 묻자 “국내 최대 할인점인 데다 최저가격신고보상제를 하는 걸 보면 가격도 가장 쌀 것”이란 대답이 나왔다.

 과연 그럴까.

 이씨가 카트를 끌고 1층 매장에 들어서 바구니에 처음으로 담은 제품은 1회용 커피 맥심 모카믹스(100개입)다. 가격표를 보니 9500원. 그러나 같은 시간대 일산3동에 사는 하희주씨(31)는 월마트 일산점에서 똑같은 제품을 7780원에 샀다. 이씨는 하씨에 비해 같은 제품을 22%(1720원) 이상 비싸게 산 셈이다.

 그러나 지하 1층에 있는 우유 매장에서 이씨가 매일 ESL우유 1000㎖를 샀을 땐 1490원으로 월마트 일산점 가격 1700원에 비해 12%(210원) 이상 쌌다.

 찾는 점포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가격차가 만만치 않다. 이에 <이코노미플러스>가 5대 할인점을 찾아 주요 공산품(커피, 라면, 우유, 소주, 맥주) 가격을 직접 비교해 봤다.

 그 결과 12개 품목 중 까르푸(가양점)가 5개 품목에서 최저를 기록, 최저가에 가장 근접한 점포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음은 월마트가 3개 품목에서 최저가를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2개 조사 품목 중 4개 품목은 5개 할인점에서 동일가를 보였다. 12개 품목 중 67%(8개 품목) 분야에서 가격차별화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할인점업계 빅5 중 4, 5위권인 까르푸, 월마트 공산품 가격이 가장 쌌다는 점이다. 반면에 업계 1위 이마트는 1개 품목(매일 ELS우유 1000㎖)에서 까르푸와 함께 공동 최저가를 보인 것에 그쳤다. 특히 업계 2, 3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북수원점)와 롯데마트(서울역점)는 최저가 품목이 단 1개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12개 품목을 소비자가 한 가지씩 모두 구매했을 경우엔 월마트가 5만5110원으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까르푸로 5만6740원이었다. 반면에 이마트는 5만7390원으로 3위, 롯데마트(5만7540원)와 홈플러스(5만7550원)가 최하위권에 그쳤다. 월마트 이용 고객이 홈플러스 고객이 비해 4% 이상(2440원) 싸게 산다는 계산이다.



 홈플러스·롯데마트 최저가 전무

 구체적인 품목별로 들어가 보자. 가격 격차가 비교적 크게 나는 1회용 커피류를 보자. 한국네슬레가 제조원인 초이스골든모카믹스(100개입)를 살 때는 까르푸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까르푸에선 9350원인 제품이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선 9850원에 팔렸다. 롯데마트도 9800원으로 까르푸에 비하면 비쌌다. 최고가와 최저가 사이에 5% 가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인근에 까르푸가 없다면 월마트(9360원)를 이용해도 괜찮다.

 동서식품의 맥심오리지날믹스(100개입)를 살 때도 까르푸가 9280원으로 가격경쟁력이 가장 높았다. 월마트에선 9400원 하는 제품이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선 9550원, 롯데마트에선 950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반면 맥심모카믹스(100개입)에선 월마트가 7780원으로 가장 쌌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9500원이었고 롯데마트는 9550원. 최고인 까르푸는 이 품목에선 100개짜리가 없고 50개짜리를 4900원에 팔고 있었다. 100개짜리로 환산할 경우엔 9800원으로 가장 비싸다는 계산이 나왔다.

 롯데마트에서 만난 전가영씨(25)는 “집(금호동) 근처인 LG마트에서 주로 쇼핑한다”며 “가격은 이마트가 제일 싸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정보 없이 최고 22%나 차이나는 가격에 1회용 커피를 사고 있는 셈이다.

 가격차가 거의 없는 분야는 주류였다. 특히 맥주의 하이트나 소주의 진로 참이슬은 5개 할인점 전체 가격이 모두 같았다. 하이트캔(355㎖×6)은 6960원, 하이트피처(1.6ℓ)는 3630원, 카스캔맥주(355㎖×6)는 6960원으로 가격이 똑같았다. 하이트 병맥주(500㎖)는 월마트만 1090원으로 가장 쌌고 나머지 할인점은 1140원으로 동일했다. 소주류 참진이슬로(360㎖)도 월마트가 850원으로 가장 쌌다. 가장 비싼 곳은 롯데마트로 930원이었고 이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등 3곳은 890원으로 같았다.

 인스턴트식품인 라면 역시 가격 격차가 크지 않았다. 5개들이 짜파게티(멀티팩)는 까르푸가 2650원으로 최저가를 보였고 월마트도 2710원으로 싼 편이었다. 반면 업계 1~3위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2750원. 5개들이 삼양라면(120g)은 까르푸만 2240원으로 가장 쌌고, 나머지 4개 할인점은 2320원으로 같은 값을 보였다. 특히 신라면(멀티팩 5개입)은 2350원으로 5개 점포가 모두 같았다. 라면(삼양)의 경우 가격 격차는 최대 3.6% 정도다.

반면 우유 제품은 가격차가 많이 났다. 매일 ESL우유(1000㎖)를 비교한 결과 이마트와 까르푸가 1490원으로 가장 쌌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1650원을 받았고, 맥심모카믹스에서 최저가를 보인 월마트는 17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마트 단 한 곳서 최저가

 어떤 제품은 가격차가 크고 또 어떤 제품은 가격 격차가 크지 않을까. 이는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의 시장지배력과 관계가 깊다. 쉽게 말해 시장점유율이 팽팽한 분야일수록 가격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희진 롯데마트 인스턴트식품 바이어는 “라면의 농심이나 주류의 하이트맥주 등 시장점유율이 막강한 업체일수록 유통업체 매장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고 말한다. 이마트의 커피 바이어인 이응규 과장은 “커피나 우유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선 각종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이 많아 가격차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소비자들이 가격 잣대만으로 할인점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할인점 고객들은 주로 접근성(교통)과 가격, 품질, 서비스를 골고루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까르푸 가양점에서 만난 오진경씨(36)는 “서비스 면에선 원플러스 행사가 많은 홈플러스가 가장 낫지만, 품질 면에선 이마트가 가장 앞선 것 같다”고 말한다. 홈플러스에서 만난 김소희씨(37)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24시간 개점하는 홈플러스(북수원점)가 편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가격 정보를 꿰뚫고 있다면 가격이 싼 곳으로 옮길 의사는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마트 일산점에서 만난 하희주씨는 “더 싼 곳이 있다면 거리가 좀 멀더라도 옮길 의향이 있다”면서 “쇼핑 때마다 5000원씩만 아껴도 한달에 몇만원은 절약될 게 아니냐”고 말했다. 변명식 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현명한 소비자라면 접근성, 편의성뿐 아니라 품질과 가격까지 꼼꼼히 따져볼 만하다”며 “동일한 조건이라면 낮은 가격이 아직까진 쇼핑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현재 각 할인점들은 ‘최저가보상제’를 시행중이다. 이마트는 점포내 반경 5km 이내 대형 할인점에서 이마트보다 싼 값을 신고하면 5000원짜리 상품권을 내준다. 롯데마트도 최저가 점포를 신고하면 그 차액만큼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신고보상제’를 운용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