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미용실 체인점 ‘블루클럽’으로 유명한 정해진(44) 리컴인터내셔널 사장.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그를 본 순간 허리에 찬 호랑이 버클이 첫눈에 들어왔다. 정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지 18년이 넘었어도 그 버클을 풀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자 “호랑이는 굶어죽어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정신을 뼛속 깊이 새기기 위해서란다. 적당히 돈 좀 벌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배격하겠다는 각오다.

 내를 받아 7평 남짓한 대표 집무실로 들어서자 서류 더미가 군데군데 산처럼 쌓아 올려져 있다. 광고사 AE 출신답게 ‘정리’보다는 ‘산만함’이 마음 편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 중 벽면 한쪽을 빽빽하게 메운 사진들이 마치 잘 꾸며 놓은 인테리어처럼 눈길을 끈다. 블루클럽 점포 개업식 사진들이다. 어림잡아도 500여장을 웃돈다.

 그는 “벽이 좁아 사진 붙이기를 그만뒀다”고 했다. 전국의 블루클럽 매장은 5월6일 현재 872개. ‘남자가 미용실에 간다’는 게 금기가 아닌 일상사로 만들어 놓은 주인공이 바로 정해진 사장이다.



 사업초 동내 미용실 데모때 힘겨워

 책상에 마주 앉자 그는 마치 ‘황소’ 같았다. 172cm의 키에 73kg으로 단단한 체격이 그러했다. 그러나 말투는 조용조용했고 대답은 핵심을 콕콕 찔렀다. <삼국지>에 견준다면 장비 몸매에 조조의 머리라고나 할까.

 그는 단돈 7000만원으로 출발, 7년만에 무려 872개 매장을 세웠다. 3일에 하나 꼴로 매장을 늘린 셈이다. 월평균 330만명의 한국 남자들이 이곳에서 머리를 깎는다. 점포 한 곳당 최소 한 달 평균 매출액으로 1000만원만 잡아도 점포 매출액만 연 1000억원을 웃돈다. 양적으로 보면 국내 이미용업계 단연 톱 브랜드다.

 이런 성공 앞에서도 그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정사장 욕심은 그의 공격적인 사업 전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블루클럽을 포함, 현재 체인 브랜드만 6개에 달한다. 지난 2003년 3월 여성 미용실 ‘바이칼라’(23개)를 시작으로 외식브랜드 ‘돈&치킨’(19개), 야미까사(1개), 한의원 프랜차이즈 ‘오렌지한의원’(1개), 한국형 헬스클럽 ‘바디웰’(1개) 등 총 점포는 917개다. 자회사도 전국 매장에 미용사를 대주는 미용산업교육원, 미용 잡지인 뷰티투데이신문사, 외식재료업체인 리컴푸드엔서비스 등 4개나 된다.

 이제 가만히 놔둬도 굴러 간다는 평을 듣는 블루클럽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변에선 ‘편안히 먹고 살지 왜 그러느냐’는 얘기도 이젠 신물나게 들었다. 실제 본사인 리컴인터내셔널은 신규 브랜드 개발비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 지난해 25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는 “적당히 할 것 같았으면 광고사 국장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세계 넘버원 프랜차이즈가 되겠다는 것. 이런 비전 때문인지 일찌감치 중국 대련(2000년 9월)과 미국 LA(2002년 7월)에 현지법인을 띄워 놓았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도 ‘세계경영’으로 한때 풍미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다.



 사업 후 술·골프 끊어

 그는 무섭게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술을 끊었다. 골프도 지난 7년간 딱 세 차례 나갔다고 한다. 정사장은 “일요일에도 단 하루를 쉬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인 그 자체다. 98년 6월 인천 효성점 1호점 개업 후 그도 힘든 고비를 몇 차례 넘겼다.

“사업초 개업할 때마다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렀습니다. 주변 미용실과 이발소의 사장들이 와서 속된 말로 ‘깽판’을 친 거죠. 미용실은 왜 5000원만 받아 남의 영업을 방해하느냐며 소리쳤고, 이발소에선 미용실에서 왜 남자를 받느냐는 식이었죠. 막무가내식으로 물리력으로 몰아세우니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실제 98년 당시만 해도 미용실 평균 요금은 7000원 정도였다. 이를 가격 파괴했으니 미용실의 반발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발소에선 남자 손님을 빼앗겨 영업 방해라며 나선 것.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이발사협회와 미용실협회가 손잡고 아예 행정관청에 ‘남성미용실’이란 상호를 쓰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한 것. 그는 “팔자에 없는 법적 소송을 두 차례 치러 승소 끝에 외부 불만이 한풀 꺾였다”며 옛날 얘기를 꺼냈다.

 산 넘어 산이라고 겨우 한 고비를 넘긴 정사장에게 닥쳐온 시련은 내부 불만. 사업초 공격적 매장 확장에 주력하던 정사장에게 기존 블루클럽 점주들이 “신규 확장보다는 ‘점포 관리’에 힘쓰라”며 ‘점주연합회’를 결성, 공공연한 개설 방해에 나섰다. 잠도 못자고 목은 쉴 정도였다.

 결국 정사장은 모든 점포의 점주들을 모아놓고 “잘못했다”고 사과한 후, 신규 개설과 지점 관리에 50대 50으로 공을 들였다. 이때 조직된 모임이 본사와 점주간의 첫 경영 회의다(이후 블루클럽은 1년에 두 차례씩 전국 점장 경영 회의를 하고 있다).

 “(일에) 미쳐야 성공한다”고 강조하는 정사장의 성공 2조는 ‘변화’란 단어다. 남자 미용실이란 아이템 자체가 기존에 없던 틈새 업종이다.

 “사업 아이템을 잡는 데만 6개월을 썼습니다. 광고쟁이였던 제게 이미용업은 너무나 낯설었죠. 미국, 일본을 돌면서 한국형으로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미국에선 한 미용실을 하루 종일 관찰하다가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어요.”

 가격 전략도 당시엔 파격적인 5000원을 구사했다. 보통 30분씩 걸리던 커트 시간도 10분 이내로 단축했다. 점포당 평균 3명씩 두는 미용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직접 자회사(미용산업연구원)를 세우는 파격 조치도 단행했다. 11회 이용 때마다 1회 무료인 마일리지도 당시엔 낯선 서비스.

 정사장은 “광고사 AE 시절 90여개의 기업 광고 전략을 짜면서 ‘역발상’ 기법을 썼던 게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남들과 다른 차별화가 블루클럽의 성공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블루클럽은 초창기 5000원짜리 단일 메뉴에서 요즘엔 고급컷(8000원), 염색 서비스, 비듬·탈모 클리닉 등 서비스 다변화를 시도중이다. 정사장은 “블루클럽이 잘되자 모방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발빠른 변화를 따라오기는 힘들다”고 강조한다(현재 블루클럽과 같은 남성 미용실로는 ‘못말리는 이발병’ ‘미스터 바리깡’ ‘커트클럽’ 등 10여개의 브랜드가 난립중이다).



 기네스북에 오른 ‘커트 신기록’

 정해진 사장이 들려준 세번째 성공 비결은 “프로가 되라”다. 그가 말하는 프로는 ‘실력과 겸손을 겸비한 자세’다. 1999년말 제2건국위원회로부터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정사장은 2000년 12월엔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처음에 벤처기업을 신청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미용실이 무슨 벤처냐고요. 시간이 지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제가 미용업에 몸담지 않았다면 저도 아마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니다.”

 지난 2001년엔 ‘최단 시간내 가장 많은 미용실 개설’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엔 한 해에만 210개의 체인점이 개설되는 ‘대박’이 터졌다.

 외형적 확장뿐 아니라 내실이 더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내실 평가의 대표적 잣대는 폐점률.현재 블루클럽의 폐점은 1년에 30~40건이다. 872개의 점포에 비하면 연간 폐점률은 0.5% 이하인 셈이다.

 “솔직히 미용사들의 무성의 시술이나 불친절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게 많습니다. 헤어디자이너의 잦은 교체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고요.”

 그는 몇년 전부터 외부 모임도 나가지 않는다. 한때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으로 대외 활동도 활발했지만 곧 사퇴했다. 1차 고객인 소비자는 물론 2차 고객인 점주의 만족까진 갈 길이 멀다는 게 정사장의 판단이다.

 그에게 사업가와 직장 생활 중 어떤 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난주 여의도 쌍둥이빌딩에서 LG화학 과장급부터 임원까지 300여명 앞에서 한 ‘블루클럽 성공 사례’ 강연 내용을 요약해 줬다.

 “사업과 직장 생활 둘 다 재미있죠. 그런데 차이점이 있어요. 직장은 아마추어도 때론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사업은 프로만 살아남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업은 어려운 게 아니예요. 사업은 ‘영화 보기’와 닮았습니다. 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겁니다. 아주 쉽죠. 영화를 보려면 돈을 내지요. 사업도 똑같습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죠. 다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을 하고 내 식대로 평가하면 그만이지만 사업은 내가 감독과 주연, 조연, 때론 위험한 스턴트맨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정사장에게 2005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다. 그의 눈은 늘 세계로 맞춰져 있다. 블루클럽은 향후 2~3년 이내에 국내 1200개면 상권이 꽉 찬다. 서울엔 10% 물량밖에 남지 않았다.

 인터뷰 직후인 5월9일엔 중국 상해 출장이 잡혀 있었다. 5월 셋째주엔 호주 일정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차례 이상은 외국에 간다. 세계적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꼭 이미용업계에만 시선이 박혀 있지도 않다.

그는 “4월말엔 미국내 체인점 성장률 1위인 샌드위치 전문점 ‘퀴즈노스서브’와 국내 업무 대행 계약을 맺었다”면서 “올해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베트남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이 새로운 까닭은 지금까지 사업 7년간 국내 1위로 키워 왔다면 향후 7년 후인 2012년엔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 시한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엔 코스닥 입성에도 나선다(현재 교보증권이 상장 주간사로 작업중이다).

 “창업 때 후배 7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이제 3명(박대성 이사·박영식 이사·손영민 본부장)만 남았어요. 쉬지 않고 달려온 창업 멤버를 비롯, 직원들과 점주들에게도 일정 지분(9%)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는 창업 후 아침 7시면 포이동 집을 나서 8시쯤 논현동 본사에 도착하는 생활 리듬은 한결같다. 논현역 7번 출구 세라빌딩 8층에 여전히 전세살이다.

 정해진 사장은 “우연히 가맹 점포 앞을 지나칠 때 고객들이 줄지어 머리를 깎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하면 가족의 불만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고3, 중2로 다 커서 괜찮다”고 말할 정도로 ‘일 욕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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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클럽 창업 포인트

 입지 역세권, 오피스가, 아파트 주택가

 평수 10~13평

 체인 투자비 6000만원(점포 제외)

 총 투자비 1억~1억2000만원

 평균 매출액 월 1100만~1300만원

 평균 순익 월 350만~450만원

 Plus CASE 울산공업로타리 점주 서경애



 사업 재미 붙자 남편도 제2 점포 개업 



 “우리는 블루클럽 부부입니다.”

 울산 남부경찰서 옆에서 블루클럽을 운영중인 서경애씨(36). 금융회사에 다니던 서씨가 창업 전선에 나선 때는 지난 2002년 3월말.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결심 후  점포 개설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1개월여. 평소 여성 혼자 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기술 없이 개업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블루클럽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23평 규모에 미용 의자 5개로 시작한 서씨의 초창기 매출액은 하루 평균 40만~50만원선. 현재도 50만~60만원으로 매출액이 꾸준하다. 휴무 없이 운영되는 서씨 점포의 한달 매출액은 약 1500만원. 여기서 4명 인건비(500만~600만원), 월세(150만원), 로열티(35만원), 기타 잡비(100만~200만원)를 뺀 500만~600만원이 한달 순익이다. 총 투자비 1억3000만원에 비하면 월평균 투자수익률 4~5%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한 셈이다.

 이어 서씨가 제2 점포를 개설한 건 지난해 11월. 사업에 자신감이 붙자 공업로타리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야음점’을 연 것. 차이점이 있다면 1호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인 반면, 야음점은 주택가 입지란 점이다.

 이곳은 현재 화학회사 샐러리맨이던 남편 손호익씨(40)가 지난 2월부터 운영중이다. 이로써 서씨 커플은 ‘블루클럽 부부 점주’가 됐다. 11평 규모인 2호점의 현재 하루 평균 매출액은 40만~50만원선. 점포 면적에 비하면 오히려 1호점보다 효율이 높은 셈이다. 이곳에서도 월평균 400만~500만원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는 이들 부부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직원 관리다. 미용업 특성상 헤어디자이너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 서씨는 “가끔씩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충도 함께 듣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하루 평균 100명 안팎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이 중 80% 이상이 단골”이라며 “초기에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손님 접대에 나선 게 안정적 매출의 비결인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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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장이 들려준 성공 요인

 1 미쳐야 성공한다.

 2 변해야 성공한다.

 3 프로가 되어라.

 4 꿈을 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