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평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새내기 임원이 4년 후에도 회사에 남을 확률은 50%, 삼성전자 신임 임원이 5년 후에 임원 자리를 지킬 확률은 60%에 불과하다고 한다.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어렵지만, 임원이 되는 그 순간부터 또다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는 말이다.

 과거 임원은 그저 상사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일 임원 승진 후 해당 사업부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퇴직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부담감 속에서 직장인들은 스스로 경력 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경력 관리 빠를수록 좋아

 최근 필자를 찾아온 김경철씨도 이런 고통을 호소했다. 외국계 전자회사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 마케팅팀에 취업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전자회사로 전직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AICPA(미국공인회계사)를 획득할 정도로 자기 계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덕분에 3년 전부터는 그가 원하던 재무회계 파트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CFO나 컨트롤러와 같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외면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김씨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그는 전공과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다. 또한 5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함으로써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요사이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앞으로 자신이 리더가 되어 다른 부하 직원들을 통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때문에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쫓기며 살아 온 그는 삶의 상당 부분을 회사 업무에만 치중해 시야도 매우 좁았다.

 이 상태에서 그가 불안감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상태에선 직함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전문성을 키우는 데 좀더 집중해야 한다. 전공과 다를 뿐 아니라 경력을 쌓은 직무도 분산돼 있으므로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늘리면서 리더십도 키워야 한다.

 직장 경력이 8년 이상 되면 자기 성과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지만 팀워크를 높여 팀내 성과를 상승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특히 일반 기업의 재무회계 파트는 개인적 업무 성격이 강해 독립적인 편이다.

 이런 조직에서 리더십을 개발하려면 외부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단조로운 회사 생활에 치중하는 사람들이 대인 관계에 있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경철씨는 이런 액션 플랜을 실천함으로써 업무에 집중하고 인사 고과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평생 직장 시대에서 평생 직업 시대로 전환된 지금, 직장인들은 경력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감과 직업 수명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얼마 전 HR코리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자신의 직장과 직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어느 정도입니까”란 질문에 직장인의 49.8%가 “안정된 상태로 일하고 있지만, 때때로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안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진로 불투명성’이었다. 현재 조직에서 얼마만큼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또 조직을 떠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진로 문제와 관련해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는다”고 했고, 의논할 상대가 있더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비전문가에게 하소연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전문 코치와 의논하라

 더 큰 문제는 개인의 불안이 기업의 위기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들이 인재 확보와 유지, 관리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은 고용이 유연화된 사회 탓도 있지만 개인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새로운 조직으로의 이탈을 출구로 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불안한 개인들이 업무에 매진하지 못하면 그들의 잠재능력을 이끌어내기란 더욱 힘들다. 결국 이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성과를 저해하고 인재 이탈을 초래함으로써 기업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비전을 찾아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려면 경력 관리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력 관리 전문가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직장인들의 경력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키 위한 전략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커리어 코치, 인재 발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헤드헌터 등이 해당된다.

 직장인들은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경력 관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치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하지 않을 때도 업계 동향이나 경력 관리에 대해 논의하면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자신이 안정적으로 일할 때일수록 자신을 마케팅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하는 성태연씨는 불혹의 나이가 가까워지면서 자기 입지와 전문성에 회의가 든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경력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직을 해야 할지, 제2의 경력을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평가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10년 후에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그저 걱정만 했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했던 셈이다. 

 미국에서 상담을 원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4.3%가 시간 관리 및 경력 설계에 대한 걱정을 호소했다고 한다. 경력 관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일 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럴 때 그저 막연히 걱정만 하기보다는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