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그것은 3막으로 이뤄지는 생존 게임이다.

 1막의 주인공은 몸무게가 500kg에 이르는 황소다.

평온하게 지내던 이 소가 투우 행사 하루 전부터 암흑 속에 갇히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24시간의 공포 상태에서 투우장으로 끌려 나온 이 소는 갑자기 환해진 환경과 관중들의 함성으로 극심한 불안과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때 조연급 투우사가 소의 등골에 있는 급소 주위를 창으로 찔러 소의 힘을 빼는 작업으로 1막은 끝이 난다.

 2막에선 좀더 숙련된 조연급 투우사가 소의 급소에 꼬챙이를 찔러 넣음으로써 소는 더욱 흥분되지만, 상처로 인해 힘이 약해진다.

 제3막은 또다른 주인공인 주연급 투우사(마타도르)의 등장을 알리는 악대 연주로 시작된다. 소는 색맹이다. 마타도르가 흔드는 빨간 천(물레타)을 보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위협을 느껴 달려드는 것이다.

 극도로 흥분해 위협적인 뿔을 앞세우고 달려드는 소를 가능한 한 몸 가까이 유인한 뒤, 두 발을 땅에서 떼지 않고 물레타로 통과시키는 아슬아슬한 연기가 투우사의 인기를 결정하는 열쇠다. 관중들은 소를 통과시킬 때마다 함성을 질러대며, 경기장 분위기는 극에 달한다.

 20여분이 지나 최후 순간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면 투우장은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어리둥절해진 소와 물레타 대신 장검을 손에 쥔 투우사와 1대 1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다.

 함성도, 움직임도 순간적으로 멈춰 버린 상태에서 가만히 서 있는 황소 등 위에 있는 우표 크기만한 급소를 찔러 소를 죽여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마침내 마타도르가 급소를 단번에 정확히 찔러 힘을 가하면 1m 길이의 장검이 심장을 관통하고 잠시 후 소는 숨을 거둔다.

 그러나 급소를 제대로 찌르지 못하면, 소는 더욱 광폭해져서 투우사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된다. 17세기말부터 스페인에 투우가 생긴 이래 유명한 투우사 125명 중 40여명이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짧고 중요한 시간, 즉 단 한 차례의 동작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그들은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MOT)이라고 한다.



 제로섬 피하고 윈윈 게임돼야

 사업, 그것은 또다른 투우다. 완전한 믿음이 없는 상태의 상대방을 설득키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준비하고, 때로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내세운 간접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일단 만난 뒤에도 일정 시간은 상대방의 장점 또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소재를 찾는 탐색 시간이 제 1막과 2막이다.

 투우 3막의 하이라이트가 트럼펫 소리와 함께 찾아 온 일순간 고요함이라면, 사업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본론을 시작하려 할 때 이제까지 의례적인 표정과는 달리 경계 자세로 변하는 상대방의 태도와 눈빛을 감지하는 순간이다.

 이때가 비즈니스의 MOT다. 다만 틀린 점이 있다면 MOT를 거쳐 투우에선 한쪽이 목숨을 잃는 생존 게임을 펼치지만, 사업에서는 상대방의 성공도 동시에 보장해야 하는 상생 게임을 펼친다는 것이다. 투우가 1m나 되는 장검으로 소의 심장을 찔러야 한다면 사업은 70~100cm 이내의 비즈니스 거리에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우가 제로섬 게임이라면 사업은 윈윈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