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터넷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오는 6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제1 사업자인 KT는 휴대인터넷을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통신시장의 큰 형 노릇을 계속할 수 있을까. 휴대인터넷의 활성화가 KT의 유선인터넷과 무선랜 사업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인터넷(와이브로)은 ‘무선 광대역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로 무선 환경에서 유선 초고속인터넷 수준의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와이브로는 경쟁 휴대인터넷 서비스 표준인 인텔의 ‘와이맥스(WiMax)’에다 초고속인터넷망이라는 뜻인 ‘브로드밴드(BroadBand)’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 와이브로는 지난해 삼성전자·KT·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순수 국산기술이다.

휴대인터넷은 노트북PC, 휴대전화, PDA 등을 이용, 시속 100Km 속도로 달리는 차안에서도 끊김없이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유선인터넷에 맞먹는 최고 초당 6Mb(데이터를 올릴 때)~18Mb(내려 받을 때)의 속도로 무선 접속이 가능하다.

무선인터넷 접속이라는 점에서 와이파이(무선랜)와 비슷하지만 와이파이는 정지중이거나 천천히 걷고 있을 때, 제한된 지역에서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와이파이의 중계기인 AP(Access Point)는 전파가 미치는 범위가 반경 100m 정도에 불과하다.

AP의 전파가 미치는 범위인 반경 100m를 벗어나면 인터넷 접속이 끊어진다. 이용자가 중계기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다른 중계기 지역으로 전파를 넘겨주는 ‘핸드오버’가 안 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은 와이파이와 달리 핸드오버는 가능하지만 요금이 사용량에 따라 부과돼 동영상 파일을 전송받기라도 한다면 수만원이 부과된다.

KT는 오래전부터 휴대인터넷 사업을 준비해 왔다. 2002년부터 기술개발에 나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계기를 개발했으며, 휴대인터넷 서비스 도입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1월 결국 정부의 휴대인터넷 사업자 심사에서 함께 사업권을 신청한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을 제치고 1위로 사업권을 획득했다.

KT는 4월부터 서울 신촌과 강남 일대, 경기도 분당 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6월부터는 서울과 수도권을 시작으로 상용화 서비스에 나선다.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대중화 되면 인터넷 전화, 텔레메틱스, 동영상 대화 등의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돼 퉁화요금이 비싼 이동통신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범서비스에 돌입한 휴대인터넷이 어떤 평가를 이끌어낼 것인지, 과연 휴대인터넷의 성공이 KT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나리오 1_

미래 통신 시장에 날개 달아줄까

가입자수 311만명,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 3만3000원, 당해 매출 1조2000억원. KT가 세운 2010년도 휴대인터넷 사업의 목표수치다. KT는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가 휴대인터넷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무선데이터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목표달성이 무난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인터넷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음성보다는 데이터 통신으로 확대된 것이 탄생배경이다. 무선데이터시장은 매년 20~40%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포화, 유선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2008년에는 현재의 유선데이터시장과 비슷한 6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T는 휴대인터넷 사업이 유선전화 사업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확보된 유무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조기에 전국망을 구축해 절반을 훨씬 넘는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인터넷은 KT에게 미래 신 성장 동력, 그룹 역량 극대화, 컨버전스시장 주도권 장악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휴대인터넷은 성장정체에 들어선 주력 사업인 유선인터넷을 대신할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는 휴대인터넷이 유선영역에서 벗어나 무선데이터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미래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단순히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통신 서비스’로 나갈 매개체로 삼고 있는 것이다.

KT가 휴대인터넷을 미래 핵심성장 동력으로 보는 데는 국내 최대의 유무선 가입자망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출발한다. 이는 SK텔레콤과는 달리 휴대인터넷과 계열사인 KTF를 통해 투자한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KT는 그룹 역량 극대화를 위해 KTF와 공동으로 통합포털을 만들고, 그룹사 전체가 보유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동시에 신규 유망 콘텐츠를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통합포털은 SK텔레콤의 유무선 포털인 ‘네이트’와 필적할만한 상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휴대인터넷은 KT로서는 정체된 유선인터넷 분야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다. 휴대인터넷을 무선 인프라 및 핵심콘텐츠 확보를 가능하게 하면서 미래 유비쿼터스 서비스시장을 선도하는 역할로 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KT는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에게 휴대인터넷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휴대인터넷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전략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메가패스의 커버리지를 무선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다면, KT는 이를 통해 모바일 TPS(방송+초고속인터넷+전화)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홍원표 휴대인터넷 사업본부 전무는 “휴대인터넷은 KT에게는 개인형 브로드밴드 서비스로 본격적인 무선 TPS 시대를 열어갈 제2의 인터넷 혁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인터넷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무선랜 서비스를 보완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KT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과연 휴대인터넷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시나리오 2_ 유선인터넷과

무선랜 서비스를 잠식할 수도

하지만 반대로 휴대인터넷의 활성화에 따라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무선랜 서비스인 ‘네스팟’을 잠식해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휴대인터넷은 접속 장소가 고정될 수밖에 없는 유선 초고속인터넷,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약된 무선랜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유선 초고속인터넷 및 무선랜에다 이동성을 보완한 것. 또 현재의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보다 시스템 투자비가 낮고 전송속도가 높아 저렴하게 제공된다.

따라서 휴대인터넷이 활성화될수록 유선인터넷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휴대인터넷이 노트북이나 모바일PC 등 휴대형 단말기로 이동 중에도 고속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선인터넷과 같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선인터넷의 ‘보완재’라기보다는 ‘대체재’가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주요 타켓 층인 노트북을 주로 사용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유선인터넷을 대신할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안에서도 휴대폰 사용이 익숙해진 것처럼 PC도 고정형에서 탈피해 휴대인터넷을 통한 이동형 서비스가 본격화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인터넷이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선시장을 밀어내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KT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스팟’을 놓고도 고민에 빠져 있다. 오는 6월 휴대인터넷이 상용화되면 네스팟 가입자 증가세는 더욱 둔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네스팟의 가입자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둔화되고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2002년 11만3000명에서 2004년 6월 50만1000명으로 늘었지만 이후 신규 가입자가 거의 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만2000여 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까지 KT는 네스팟 가입자를 62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목표에 한참 미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시티폰이 휴대전화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된 것처럼 신기술인 휴대인터넷 때문에 구 기술인 네스팟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휴대인터넷과 네스팟이 선 없이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일정 지역(네스팟존)에서만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현재는 네스팟 중계기가 설치된 곳도 별로 없어 이동 중에는 연결이 끊기기 때문이다.

고심하고 있는 KT는 일단 휴대인터넷 상용화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네스팟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KT는 이미 휴대인터넷이 먼저 상용화하는 서울 등 인구밀집 지역에 대한 AP 확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에 대해 KT 측은 너무 때 이른 예상이라며 수요가 다른 만큼 당분간 커다란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초기엔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으로 한정되는 만큼 당분간은 네스팟 수요층과 와이브로 수요층을 차별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휴대인터넷과 유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매가패스, 무선랜 서비스인 네스팟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확보된 유무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비를 줄이고, 중계기 및 네스팟 연동을 통해 음영지역 해소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휴대인터넷과 무선랜을 연계투자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밖에서는 휴대인터넷으로, 집안에서는 무선랜으로 한다고 해서 투자비가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들은 무선랜에도 따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연계투자는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휴대인터넷은 SK텔레콤을 속에 품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도 높다. 휴대인터넷이 활성화할수록 무선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오히려 KT의 덕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KT가 휴대인터넷에 적극 나설 경우 그룹 내 역량이 오히려 분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핌’, ‘매직엔’ 등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F와의 협력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 휴대폰 무선인터넷과 휴대인터넷 간 상충효과로 KTF의 매출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KT와 KTF 간 의견조율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무선데이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역할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인터넷이 활성화할수록 KT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장시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