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피실험자에게 30초짜리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농구 시합중인 선수가 같은 편에게 몇 번이나 패스를 하는지를 세어 보라고 합니다. 동영상이 나오면 피실험자들은 열심히 패스의 횟수를 셉니다. 그러는 와중에 동영상에는 고릴라로 변장을 한 사람이 나옵니다. 고릴라로 변장한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가슴을 두드리기도 하고 소리도 지릅니다. 필름이 멈추자 사람들은 열심히 카운트한 패스의 횟수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피실험자들에게 “동영상에서 고릴라를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고 답합니다. 피실험자들은 패스에만 몰두한 나머지 고릴라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실험결과 나온 비율은 놀라울 정도여서 실제 4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10명만이 고릴라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교수인 리처드 와이즈만 교수가 쓴 책 <Did you spot the gorilla>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할 때 “두 눈으로 똑바로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 원인으로는 ‘지나친 집착’, ‘스트레스’, ‘생각의 관성’ 등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놓치게 되는 것이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특히 예술을 이해하는 데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간단하게 여러분들의 출근길에 빨간색으로 된 것만 찾아보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물건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안보이던 고릴라를 보거나, 빨간색을 보겠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물들이 보이는 것은 다 일상에서 벗어난 관조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류인력을 발견하거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은 모두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일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뉴턴이나 아르키메데스가 과학적 발견을 한 곳은 실험실이 아니었습니다.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한 이스트케이트 빌딩

최근 각 분야의 학자들이 개별 분야의 학문은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을 했다고 합니다. 특정의 고립된 분야에서의 단독적인 발전은 한계에 왔다는 것입니다. 단지 기능의 개선이나 성능의 향상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많은 학자들은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교류와 통합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좁은 시각을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나 현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는 분야와의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가 믹 피어스는 한 펀드회사로부터 아프리카의 한 도시에 에어컨이 필요 없는 빌딩을 지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낮에 에어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아프리카 도시에 에어컨이 필요 없는 건물을 지어달라는 요구를 그는 흔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보낸 믹 피어스는 흰개미가 자신들의 집을 어떻게 시원하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흰개미의 냉방 방식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흰개미들은 낮에는 자신들의 집 아래쪽에 있는 축축한 공기가 집으로 올라가도록 구멍을 뚫어서 온도를 낮추고, 반대로 밤에는 시원해진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합니다. 즉, 새로운 통풍공을 만들거나 통풍공을 막아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던 것입니다. 피어스는 개미집을 그대로 응용해 1996년 ‘이스트게이트(Eastgate)’라는 건물을 만들었고 이 건물은 기존 건물에 비해 에너지를 10%만 소비하면서 최대한 냉방의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믹 피어스는 자연을 모방한 설계를 최초로 시도한 혁신적인 건축가로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건축가였지만 생물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못 보던 고릴라를 보거나 어린 시절 보았던 개미집에 착안해 아프리카 한가운데 에어컨이 필요 없는 빌딩을 짓는 것과 같은 행위는 새로운 형태의 창조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인 프란스 요한슨은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매몰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만이 진정한 창조와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그의 책 <메디치 효과>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던 메디치 가문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당대의 학자와 예술가를 서로 교류하게 함으로써 르네상스의 원동력을 만들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이런 점에 착안해 서로 다른 분야가 교류를 해서 최대한 시너지를 내는 것을 메디치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또 그는 서로 다른 관점이 만나는 곳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런 곳을 교차점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교차점을 많이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째 다양한 문화를 접하라. 둘째 다양하게 배워라. 셋째 가설을 뒤집어라. 넷째 다양한 관점을 시도하라 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차점을 만들고 수없이 새로운 아디이어를 얻을 수 있는지는 국내에도 번역돼 나온 <메디치 효과>를 보면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유명 최고 경영자 두 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금융과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약간은 엉뚱하게 ‘예술경영’과정에서 공부를 하는데 기업경영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오히려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얻는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차점을 많이 발견하시고 작은 집착에서 벗어나 ‘고릴라’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르시길 기원합니다.

고종원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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