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한 대학원에서 위기관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최근 수업에서 자주 거론되는 케이스는 단연 롯데월드 사건이다. 지난 3월6일 놀이기구 탑승자 추락·사망 사고라는 위기를 겪고, 이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26일 무료개장 행사를 철저한 준비 없이 기획했다가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낸 롯데월드. 그리고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롯데월드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발생한 사고도 사고지만, 이에 대한 대응에서 어이없는 말실수 등으로 위기를 더욱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롯데월드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위기관리 관련 교훈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기업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에 근거한 사고를 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일이 꼬이려면 꼭 꼬이게 되어있다(If something can go wrong, it will)’는 것이다. 사람들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혁신 연찬회를 통해 ‘역(逆)발상’ 토의를 했다고 한다. 즉, 산업자원부 관리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산업자원부가 빨리 망할까?’라는 주제로 토의를 했다는 것인데, 이는 머피의 법칙을 활용한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머피의 법칙의 진정한 의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일이 꼬일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롯데월드가 머피의 법칙을 활용했더라면, 무료개장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이 몰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보통 일이 잘 풀려나가는 방향만을 고려하는 성향이 있으나 일이 잘못 될 수 있는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즉, 롯데월드 측은 무료개장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산업자원부가 한 것처럼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행사가 꼬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았어야 했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은 “한꺼번에 수만 명이 몰릴 줄 몰랐기 때문에 사전에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을 고려하지 않는 기획은 뜻밖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헨리 키신저가 “이슈를 무시하는 것은 위기를 초대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 것은 바로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잠재된 이슈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둘째, 더욱 중요한 머피의 법칙의 의미는 이렇게 꼬일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미리 예방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롯데월드의 경우, 무료개장 행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예방책을 세웠어야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무료개장을 하려면 인터넷 추첨 등으로 이용권을 미리 나눠주는 방법을 택했어야 사고도 막고 시민 불편도 덜 수 있었다. 그렇지만 롯데월드는 선착순으로 무료입장객을 끊겠다는 발상을 했다. 시민들이야 와서 줄 서서 기다리건 말건 애당초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 위기상황에서 임원들이 쏟아내는 말실수에 관한 것이다. 최근 최연희 의원이 성추행 사건 후 “식당 여주인인줄 알고 그랬다”고 하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바 있다. 롯데월드의 마케팅 임원은 사고 후 “저는 손님들께서 문화의식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해, 위기상황을 관리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분노를 자극했다.

왜, 위기상황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말실수를 할까?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임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공개적인 자리에서 회사의 입장을 말하곤 하는데, 이곳에서 말실수를 하여 위기를 관리하기 보다는,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꼴이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준비된 회사의 입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롯데월드의 경우, 위기가 발생한 후 자신들의 입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미리 준비했더라면, 이와 같은 말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위기상황에서 담당 임원이 별 생각 없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다가 조직 전체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 조직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위기관리의 CAP원칙

위기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위기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care·concern)를 표시하는 것이다. 롯데월드 사건에서 35명이 다치고, 70여명의 미아가 발생했으며, 롯데월드 측의 미숙한 배려로 기다리다가 돌아간 사람들이 수만 명이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롯데월드가 취하게 될 조치·행동(action)들을 상세하게 이야기하여 사건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발생한 사건의 내용 못지않게 이들이 사건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외부에 알려주어 안심시켜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위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불안하게 만들고, 그 조직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시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인가(perspective)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의 앞 글자를 따서 ‘CAP원칙’이라고도 한다.

이제 롯데월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사건에서 보여 준 위기관리에서의 행위들(crisis behavior)을 정리해보고, 이로부터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 무엇인가’ 를 자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어떤 점들이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위기관리란 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즉, 일반적으로 사고가 난 뒤의 조치를 위기관리라 생각하지만, 진짜 위기관리는 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미리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교과서가 씌어진다면 롯데월드 사건은 최악의 사례 중 하나에 포함될 것이 틀림없다. 되도록,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김호 PR컨설팅회사 에델만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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