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테크의 최대 화두는 적립식 펀드다. 이는 투자 트렌드가 간접 상품 쪽으로 급격히 이동중이라는 증거다. 부동산시장은 어떨까. 부동산펀드의 탄생 과정을 따라가 보자.

부동산펀드 제조 과정



 투자의 중심이 간접 상품으로 급격히 이동중이다. 증권사는 물론 보험사, 은행에서도 투자 상품 판매에 사운을 걸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은행 예금 이율은 시중 유동 자금을 간접 상품으로 이동시킨 직접적 원인이다. 저축하듯 원하는 금액을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테크 관심사 1위에 올라 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몰아쳤던 ‘벤처 광풍’ 당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직접 투자의 위험을 뼛속까지 체험한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가 간접 상품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올해 인기를 끈 선박펀드,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간접 투자 상품이 금융 소비자에게 대세로 인식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간접 상품인 부동산펀드는 어떨까. 부동산 간접 상품을 개발, 운용하는 마이에셋자산운용의 전유훈 이사(42)는 “전체 부동산시장을 놓고 보면 직접 투자가 아직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간접 투자 상품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고 했다. 2004년 8월 부동산신탁1호를 통해 부동산 간접 상품을 처음 시장에 내놓은 마이에셋은 지금까지 모두 8개의 펀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36개월짜리 상품들이다. 투자 대상은 아파트 개발이 대부분이다.

 “처음 부동산 간접 상품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장기적 전망은 있었지만 금방 시장의 호응을 얻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지금까지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거의 대부분 PF(Project Financing)를 통한 개발형 상품입니다. 시행사에 고정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운용이 끝난 뒤 돌려받는 원리지요.”

 부동산 간접 상품은 개발형과 수익형으로 나뉜다. 수익형 부동산은 빌딩이나 오피스텔 등을 매입, 임대를 한 뒤 임대 수입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형식이다. 자산운용사에선 건물의 투자 가치를 산정한 뒤 목표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투자받아 운용하는 형태를 띤다.

 “PF를 통한 개발형 상품은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하다고 느껴요. 그런데 수익형 상품은 건물의 매입 가치가 시간이 지난 뒤 떨어지게 되면 원금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투자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습니다.”

 운용 1년여를 맞고 있는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은 현재까지 괜찮은 편이다. 평균 6~8%(연간 수익률 환산, 한국펀드평가 자료)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 이자의 2배가 되는 셈이다. 펀드 운용 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뒤 수익을 올리는 ‘펀드 오브 펀드’, 부동산 경매 전문 펀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이사는 “그동안 안정적 수익이란 측면에서 PF 상품에 주력했는데 올해는 해외 부동산펀드, 펀드 오브 펀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부동산펀드는 1단계 프로젝트 접수부터 10단계 피드백까지 모두 10단계를 거친다.

 “현재 프로젝트를 접수받아 진행중인 게 2~3건 있습니다. 투자 상담 수로 치면 20건 중 1건 정도가 프로젝트로 접수가 됩니다. 이렇게 접수된 프로젝트의 4~5건 중 1건 정도가 상품으로 만들어집니다.”

 투자 대상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지 계약, 각종 인·허가, 사업 진척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법규상 운용사는 자격을 갖춘 3명 이상의 부동산 전문가를 두어야 펀드 운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이사는 그 팀장 격이다.

 “PF 형태의 상품은 사업자가 부지 매매 계약을 했는지, 인·허가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기본적으로 사업에 필요한 용도 변경 등이 돼 있는지를 우선 봅니다. 그런 다음 시공사의 도급 순위 등 시공 능력, 분양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되죠.”



 부동산펀드 수익률 은행 이자 2배

 서류 검토 등을 거쳐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원이 현장 답사를 나간다. 전이사는 오늘도 대전, 경기도 광주로 직원이 답사를 갔다고 들려준다. 그는 서류상 하자가 없더라도 부동산은 현장 답사를 꼼꼼히 해야 하는 건 간접 상품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이를 사이트 비지트(Site Visit)라고 한다.

 “어디와 어떻게 협상이 진행중인지는 상품이 최종 판매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보안에 부쳐집니다. 그러나 진행 절차 중 3단계에 속하는 맨데이트 단계, 1차 업무협약서를 맺으면 거의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8개의 상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이 단계 이후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없어요.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수익성을 검토하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의 역량이 결국 승부처인 셈입니다.”

 마이에셋의 부동산펀드 모집 목표는 5천억원이라고 했다. 이를 월간 단위로 나누면 한 달 평균 1개 이상의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지난 3월엔 330억원, 110억원짜리 2개 펀드가 시장에 나와 투자자를 모집했다. 4월중에도 2~3개가 투자자 모집에 나설 예정으로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고 했다.

 “부동산 간접 상품이 아파트에 집중되는 이유는 부동산 투자자 특유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험률이 높은 매입형 상품의 경우 공모보다는 사모 형태로 주로 합니다. 부동산 상품은 투자 대상인 부동산의 복잡한 성격 때문에 비교적 상품화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아파트 건설만 봐도 지구 단위 개발, 개별적 재건축·재개발 등 유형과 조건이 각각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따지고 챙겨야 할 부분도 많고, 최종 사업성 평가에도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죠.”

 운용 기간은 고객이 원하는 구조에 맞춰 짧아지는 추세다.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판매를 담당하는 판매사와 운용 기간을 협의해 설정한다. 1년반에서 2년, 그리고 3년짜리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 이후 개인들이 아파트 등의 부동산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익률 계산이 어렵기도 하고요. 부동산 간접 상품은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다, 안정 장치가 잘 마련돼 있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시장에 안착했다고 봅니다.”

 전이사는 저금리 추세가 계속 이어지는 한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은 앞으로도 유효한 투자 수단으로 직접 투자자들의 발길을 간접 투자 상품으로 돌리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