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기업 이미지 광고에 장애인 모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에서부터 역경을 이겨낸 희망의 메신저로 장애인을 등장시켜 기업 이미지 재고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대하는 이들 기업의 실제 모습은 광고와는 또 다르다.
 “평생을 달리지 않는 개가 있습니다. 발을 밟혀도 짖지 않는 개가 있습니다. 강토와 함께 라면 석종씨에게 세상은 언제나 밝은 것입니다. 해피 포에버.”

 지난해 9월 TV를 통해 방영된 삼성화재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광고의 내레이션이다. 한 마리의 개가 클로우업 되더니 지하철 바닥에 앉아있는 개의 발을 탑승자가 밟고, 이어 횡단보도를 시각장애인과 함께 건너는 영상이 흐른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캠페인성 광고다. 또 삼성화재가 시각장애인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안내견 분양 등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묵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형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다.

 장애인을 모델로 한 광고는 침투효과가 한층 극대화된다. 인간의 가장 약한 본성을 자극하는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심정적 동의를 얻어내기가 그만큼 수월하다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 장애인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넘고 싶은 건 163센티미터의 높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지난 2002년 시각장애인 높이뛰기 선수를 모델로 한 SK텔레콤의 이미지 광고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역시 개도성 광고다.

 SK텔레콤은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자폐증 장애인 배형진씨도 광고모델로 등장시켰다. 초원을 배경으로 얼룩말과 달리는 모습이 최근까지 TV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으로 전달됐다.

 KTF는 국내 단 두 명뿐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하이퍼 아이지엠 신드롬((Hyper Igm Syndrome)’ 환자인 신원경 어린이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냈다. TV다큐프로그램 <병원 24시>를 통해 일반에 알려진 그의 꿈은 CF모델. 평소 모습부터 광고 모델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이 광고에 담겨져 있다.

 한때 광고업계에 금기시됐던 장애인 모델들이 불과 2~3년 전부터 부쩍 기업 이미지 광고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기업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는 한편 온갖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장애인의 의지가 오버랩 되면서 호소력과 침투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고만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따스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보더라도 광고에서와 같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없다. 나눔 경영의 이름으로 최근에는 오히려 장애인 지원 사업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침투효과 극대화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올해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무선통신부문 공식 파트너로 동·하계 올림픽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왔던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까지 후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국제 장애인올림픽 위원회 및 2006 토리노 동계 장애인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계약을 체결, 3월10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됐던 토리노 동계 장애인올림픽에서 참가 선수들의 가슴, 등 번호에 삼성 로고를 독점 사용했다. 또 토리노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 웹 케스팅 타이틀 스폰서로서의 권리도 행사했다. 

 장애인올림픽 후원은 삼성전자가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헌 사업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삼성 로고의 독점 사용권으로 인한 광고효과까지 고려하면 장애인 후원 사업이라는 명분의 순수성은 의심된다. 오히려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하지만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는 각종 장애인 관련 사업들이 한층 돋보인다.

 삼성전자가 전개하고 있는 장애인 관련 지원 및 후원 사업은 시각장애인 컴퓨터교실 운영을 비롯해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재활승마 운영, 장애가정 대학생 대상 ‘디딤돌 장학생’ 선발, 장애인 전용공장 ‘무궁화전자’ 설립, 장애인먼저운동 지원 및 전국 117개 장애인 시설에 대형버스 32대와 소형버스 85대 기증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 계열사 가운데 장애인 관련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화재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원 사업, 시각·휠체어 장애인 사회적응훈련,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밝은 얼굴 찾아주기 등. 이 가운데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시각장애인의 재활을 돕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안개견 학교는 기업이 후원하는 전 세계 유일한 안내견 학교다. 지난 1994년 처음으로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매년 2~3회의 분양을 통해 현재 92두가 기증되어 59두가 활동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원 사업은 광고로 제작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한편 TV 드라마로도 방영돼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이끌어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 첫 방영 이후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앙코르 방영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첫 여성사용자 전숙연씨의 수기를 극화한 <내 사랑 토람이>가 그것이다.

 삼성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활발한 장애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전 계열사가 사업을 분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2005년 집행한 사회공헌 비용은 4926억원. 2004년에 비해 200억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 지원 및 협찬 등을 포함한 사회복지부문 비용은 44.7%인 2200억원으로 전년 33%보다 11.7%P를 늘렸다.

 삼성그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K그룹도 장애인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시각장애인 점자달력을 배포하고 있는가 하면 성남과 일산에 장애인 자립기반을 위한 무료 IT교육센터 구축, 취업을 돕고 있다. 전국 맹학교에 시각장애용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기증하고 장애인 전자도서관인 ‘오픈 디지털’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를 개최하고  장애청소년 해외연수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단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SK그룹은 베트남의 얼굴기형 어린이들에게 무료시술도 해주고 있다.

 LG그룹은 LG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진주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 기증, 장애인 가정에 자원봉사자를 투입한 이동 목욕차량 운영, 매년 시각장애특수학교에 교육용기자재 지원, 장애인 원격영상교육시스템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장애인 금강산 등반대회, 중증 재가장애인 정보화교육을 위한 ‘LG정보나래’와 난치병 어린이 소원을 들어주는 ‘LG Make A Wish’ 프로그램, 사랑 나눔 실천 ‘희망 나들이’ 등을 통해 장애인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장애인 지원 사업은 장애인 모델을 통한 기업 이미지 광고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는 차별 없는 나눔 경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재고효과도 동시에 얻고 있다.

 그러나 광고와 지원 사업 등으로 장애인 차별철폐와 공동체를 주장하고 실천하고 있는 듯 한 기업들도 그 이면에선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된다. 즉 일회성 지원에는 적극적이지만 장애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본질적인 정책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다. 



 광고 뒤에 감춰진 얼굴

 올해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시행된 지 꼭 15년째가 되는 해다. 그러나 30대 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2004년 12월 말 현재 0.97%로 의무고용률 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의무고용률에 미달, 부담금을 납부한 상위 30개 기업의 부담금 총액은 333억1541만2천원에 달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동참을 호소하는 이미지 광고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특히 수백~수천억원의 장애인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장애인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발짝 떨어져 도와만 주겠다는 온정주의적 태도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는 근로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장애인 고용촉진법 등에 의거,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체를 대상으로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한 제도다. 해당 사업체가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강제성 법률이다.

2003년까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의무고용 사업체에 속했으나 2004년부터 50인 이상으로 대폭 강화되었다. 다만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는 당분간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부담금 납부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의무고용 인원에 미달할 경우 매년 장애인 고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2%를 지키지 못할 경우 부담금은 2006년 200명 이상, 2007년 100명 이상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100인 미만 사업체는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노동부는 매년 3월 말 해당 기업들로부터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제출받아 실사를 거쳐 매년 6월경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발표하고 있다.

 노동부가 2005년 6월 발표한 ‘2004년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에 따르면 공기업을 포함한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1만6950개 사업체의 2004년 12월 말 현재 장애인 근로자는 4만6674명으로 고용률은 1.31%를 기록했다. 또 300인 이상 2362개 사업체의 장애인 근로자는 2만8160명, 고용률은 1.26%로 전년대비 5442명(24%), 0.18%P 증가했다. 

 30대 기업집단으로 한정할 경우 장애인 고용률은 0.97%로 뚝 떨어진다. 반면 의무고용률 2%를 넘은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그룹(2.02%), KT(2.40%), 현대중공업(3.18%), 동국제강(2.79%), 대우조선해양(2.61%), KT&G(2.70%) 그리고 STX(2.23%) 등이 2%를 넘었다. 장애인 근무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조선·철강 등 중공업 관련 회사들의 고용률이 높다는 특이점이 발견된다.

 이에 반해 30대 기업집단 가운데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저조한 기업은 대우건설로 194명을 고용해야 하는 15개 계열사에 장애인 근로자는 22명에 불과했다. 고용률 0.22%다. 이어 13개 계열사에서 308명을 고용해야 하는 신세계그룹이 42명만을 채용해 0.27%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61개 계열사에서 3366명을 고용해야 하는 삼성그룹은 475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0.28%의 고용률로 하위 3위를 기록했다. 고용률 1%가 넘지 않은 기업집단만도 모두 18개에 달한다.

 특히 부담금 고액 납부 상위 30대 기업체 가운데 21개 업체가 30대 기업집단에 속해 있어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0.16%. 부담금 액수만도 58억3852만원에 달한다. 대상 기업 가운데 최고 액수다.  이어 LG전자가 0.55%의 고용율로 23억4685만8천원을 납부해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국민은행으로 고용율 0.60%로 부담금 22억2925만원이었다. 10억원 이상의 부담금을 납부한 회사는 이들 외에도 롯데쇼핑, 삼성물산, 우리은행,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기, 신세계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담금 상위 9개 기업의 공통점은 전기·전자 및 서비스 관련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김용탁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원은 “민간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의 여력이 많음에도 장애인 고용률이 더 떨어진다”면서 “전체 민간기업의 고용률보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의 고용률이 떨어지고 이를 다시 30대 기업집단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차이는 더욱 심화된다”고 분석했다.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을 지적하고 마음의 눈으로 장애인들이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사회적 동참을 호소한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코노미플러스>가 기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장애인과의 비교에서 상대적인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와 동료 및 고객들로부터의 위화감 조성 가능성 그리고 물리적 접근성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 지출 등이 가장 많았다.

 생산성 저하 우려와 위화감 조성 가능성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팽배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반면 추가 비용 지출은 기존의 시설을 바꿔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최근 국내 최초의 장애인 기업인 무궁화전자가 독자브랜드로 가전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화제가 됐다. 1994년 설립한 이 회사는 169명의 임직원 가운데 126명이 장애인이다. 특히 1·2급 중증 장애인만도 89명으로 30여명의 직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2억원의 매출에 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격리

 이 같은 경영성과는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장애인 고용을 기피한다는 기업들의 답변을 무색케 한다. 그러나 무궁화전자의 설립 과정을 알고 나면 뒷맛은 개운치 않다.

 무궁화전자는 장애인 자립과 고용촉진을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거해 1994년 삼성전자가 100% 출자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홍보물에서 “고용촉진제도의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고용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고용모델 개발과 이들의 일부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고자 4165평의 부지에 총 234억 원을 투자해 무궁화전자를 건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04년 장애인 고용률이 0.16%에 불과할 뿐 아니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58억3852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한, 장애인 고용에 가장 소극적인 기업이었다.

 일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내부에서 의무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을 기피하고 부담금으로 이를 대신한 삼성전자가 무궁화전자를 설립한 것은 장애인을 안에서는 껴안지 않고 밖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건설해 준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삼성전자와 다르지 않다는 게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장애인은 지원 대상일 뿐,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는 아니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보다는 부담금 납부를 선호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은종 고용개발원 연구원은 “의무고용제 하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고용부담금은 명백한 비용”이라면서도 “그러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비용으로, 장애인 고용에 따른 노동시장의 왜곡을 감수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부담금 납부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리 장애인 고용을 강제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의 고용 여력이나 의지 또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법적 강제력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광고와 사회공헌 사업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각종 활동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기업의 이중성을 한층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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