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영토 확장이 한국에서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류의 붐을 일으킨 문화콘텐츠와 게임관련분야가 주요 대상. 이러한 소프트뱅크 영토 확장의 최전방 수색대장이 바로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문규학(43) 사장이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을 일본 소프트뱅크에 소개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별칭에서 알 수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소프트뱅크의 ‘최전방 수색대’로 불린다.

 ‘최전방’은 인터넷기술 등 IT분야에서 최고인 한국을 뜻한다. ‘수색대’는 그야말로 좋은 회사를 찾아 해외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최전방 수색대가 찾은 회사는 아이큐브, 엔씨소프트, 몬도, 넷마블 등 IT업종이나 통신관련 기업 등 다양하다.

 이 수색대는 지금은 디지털 컨버전스, 초고속통신망, 모바일 서비스 관련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색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에도 100억원대의 투자를 결정해 가리지 않은 식성을 보이고 있다.

 문 사장은 “이미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등 포화상태에 이른 협소한 한국 시장을 벗어나 이제 열리기 시작한 세계 시장을 벤처기업 혼자서는 공략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 역할을 소프트뱅크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전방 수색대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직원은 15명. 그야말로 소수 정예다. 이중 투자 대상 기업을 검토·실사하는 수색대원은 임원급 6명, 심사역 3명으로 모두 9명이다. 이들의 수색범위는 넓지만 투자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진다. 단독투자를 해야 할 경우 9명의 의견이 일치돼야 한다. 1명이라도 반대하면 수색은 없던 일이 된다. 공동 투자일 경우에는 리스크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 3분의 2, 다수결을 택하고 있다.

 수색대장인 문 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삼보컴퓨터에서 3년간 신규사업분야를 담당했다. 이후 신세기통신 설립에 참여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너무 일이 힘들어 떠난 도피성 유학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 소프트뱅크에는 1998년 합류했다. 현재 그는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지만 일본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한 달 평균 20일 이상을 일본서 보낸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콘텐츠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는 “500만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와 85%의 시장장악력을 가진 야후재팬을 가진 소프트뱅크로서는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서비스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콘텐츠를 확보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럼 어떤 콘텐츠를 확보할 것인가. ‘재밌고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가 목표다. 하지만 그런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문 사장은 “재미있으면서 소비도 많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에게 잘 먹히는 콘텐츠의 패턴을 파악해 이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잘 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갖춘 입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콘텐츠를 만들 때부터 글로벌하게 소비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TV가 주요채널

 그렇다면 어떻게 서비스 할 것인가. 그는 당분간 ‘IPTV(인터넷TV)’가 주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인터넷TV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TV에 적합한 멀티미디어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 흐름을 타고 인터넷TV이나 미디어 사업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 유통채널로 인터넷TV를 꼽고 있다.

 이러한 문 사장의 투자 방향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 회장의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손정의 회장도 한국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한 발 앞서 중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데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했다.

 최근에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지난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배용준씨와 함께 130억원을 투자해 코스닥 상장기업인 오토윈테크를 인수했다. 오토윈테크는 사명을 ‘키이스트(Key East)’로 바꾸고, 방송·음악콘텐츠를 제작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에는 배용준씨가 90억원,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10억원, 소프트뱅크조합이 20억원, 배씨의 일본 내 매니지먼트사인 IMX가 10억원을 투자했다. 37.5%의 지분을 보유한 배씨가 최대주주가 됐다.

 문 사장은 이 투자의 배경에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손 회장의 애정 어린 평가가 있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손 회장은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댓글을 다는 한국의 역동성에 반했다고 한다. 문 사장은 “손 회장이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배경으로 한 소비자가 있었기에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배용준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었다고. 손 회장은 배용준의 브랜드 가치와 소프트뱅크의 브랜드 가치가 조화를 잘 이룰 것이라며 한류가 없어지더라도 ‘배용준’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문 사장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손 회장의 부인과 장모는 배용준이 출연한 드라마 ‘겨울연가’를 20번 이상 본 배씨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특히 여든이 넘은 손 회장의 장모는 28번이나 드라마를 보고 일명 ‘배용준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수영으로 건강을 다졌다는 후문.

 지난해 6월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이 막무가내로 우리 것만 내세우면 안 된다며 서로 교류하고 문화를 공유해야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배씨의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문 사장은 손 회장이 배씨를 만나고 난 후 마음편한 배우였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후 9월에는 일본에서 다시 만나 골프를 치며 공동사업 분위기를 다졌다. 이번에는 손 회장이 골프를 굉장히 잘 친다는 얘기를 들은 배씨가 하루 5시간씩 강훈을 했다고. 이렇게 해서 손 회장과 배씨가 공동사업을 펼치게 됐다.

 키이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콘텐츠 제작·배급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대상지역은 일본,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다. 문 사장은 “허리우드에 한국 영화 배급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배급할 수 있는 글로벌한 전문가가 없다. 키이스트가 하려는 것이 이것”이라고 말했다.

 문 사장은 “소프트뱅크의 3대 전략사업은 인프라스트락처, 플랫폼, 콘텐츠로 최근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전 세계적인 문화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최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