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외국계 기업에서 ‘러브콜’이 왔다. 국내 지사장을 뽑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의뢰사 측은 채용의 첫째 조건으로 열정을 꼽았다. 과거 몇사람을 채용해 일을 시켜 봤지만 열정이 부족해 매번 중도에 잘랐다고 했다. 이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아 한 사람씩 면접에 들어갔다. 그러나 의외였다. 열정을 가진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딴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널렸지만 열정의 소유자는 구하기 어려웠다.





 외국계 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한 사람들조차 “왜 그 자리에 가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어보면 뚜렷하게 답변하지 못해 난감해 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의식이나 열정 없이 일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CEO 첫째 조건은 열정

 결국 이 회사는 학벌보다는 열정을 선택했다. 학벌은 떨어지지만 난관을 딛고 자기 업무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후보자가 뽑혔다. 이 후보는 자신이 적임자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경영해 나갈지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는 열의를 보였는데 면접 위원들은 이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났을 때 그 CEO 사진과 기사가 신문에 크게 실린 것을 봤다. 이 사람이 대표를 맡은 후, 그 회사가 업계 선두를 탈환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열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좋은 성과를 도출해냈다는 게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열정 있는 사람 곁에 가면 먼저 열이 느껴진다. 뜨거운 열기는 숨길 수가 없다. 밖으로 분출해 나오는 분수처럼 용솟음치기 때문에 막을 수 없는 힘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열정의 대상을 바로잡는 것이다. 방향이 잘못된 열정은 선로를 벗어난 열차처럼 많은 사고를 낼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년 전 미국 서부를 여행하던 중 관광지에서 다른 가족들을 만나기로 한 적이 있었다. 시간을 두고 찾아가야 하는 길이었는데 빨리 가겠다고 서두르다가 한참을 반대편 쪽으로 가고 말았다. 나중에 이것을 알고 되돌아오는데 너무도 멀리 벗어나 있어서 갑절의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그때 깨달았다.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구나.’

 열정이 있는 사람은 일을 할 때 몰입해서 하기 때문에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렇게 몰입해서 일했을 때 성과와 희열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미래를 설계하기에 앞서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은 내가 과연 어떤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느냐를 찾는 것이다. 

 수천 가지가 넘는 직업 중 자신이 싫증을 내지 않고 재미를 느끼며 재능을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중요하다. 스스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찾게 되면 인생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찾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살다 보면 자신에게 전혀 그런 면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의외로 자기가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놀라게 되는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업보다 다른 취미 생활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 자세다. 마음속에 있는 동기 요인을 유발시켜, 열정이 살아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열정을 갖고 일하는 것은 신명나게 춤을 추는 것과도 같다.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어 흥에 겨워하는 그 모습처럼 일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잠재된 능력까지도 발휘할 수 있다. 흥미를 느껴 집중할 수 있고 더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전문가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정은 그 자체가 바로 경쟁력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냉랭한 가슴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가 달려 있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뜨거운 가슴으로 일에 매달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칭찬에 인색치 말라’

 그렇다면 열정을 어떻게 불러일으켜야 할까. 우선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일도 사랑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을 보면 칭찬이 사람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칭찬을 타인에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좋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하면서 열정을 끄집어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현재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열정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찾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삶에 지쳤을 때 열정을 회복하기 위해 남대문시장이나 어물시장을 한 바퀴 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혀 다른 곳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간 잊었던 활력소를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정이 식을 때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대상이나 장소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열정은 연관된 것들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냥 얘기할 때는 전혀 관심도 없는 분야의 일이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을 때에는 꼭 알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열정을 갖고 일하다 보면 점점 가속도가 붙고 깊이가 생겨날 뿐 아니라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좋은 예로 스타벅스 회장의 자서전을 보면 그는 하루에 커피를 열잔 이상씩 마시고 틈만 나면 커피를 생각한다고 한다. 커피를 원료로부터 연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통 커피 생각에 파묻혀 산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친숙한 상품을 새롭게 포장해서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열정은 내 안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잠재력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당신도 오늘부터 열정적인 사람이 되자고 선언해 보자. 그저 주어진 대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갖고 임할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미래가 찾아오더라도 자신감 있게 대처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