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경험 속에서 가장 많이 봐 온 경우가 부동산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전국의 부동산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연재한다.
 자가 서이천에 있는 물류창고를 중개할 때의 일이다. 이 물류창고는 부지가 9000여평에 연면적이 1만2000평이 조금 넘는 초대형 냉동창고였다.  창고 위치가 서이천IC에 근접해 있고,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좋아 물류창고로서는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최근 외국계부동산 펀드나 국내의 부동산 펀드 및 기관들의 보유자산에 편입시키는 부동산의 종류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오피스빌딩에서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올릴 수 있고, 향후 토지에 대한 매각차익도 얻을 수 있는 물류창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100억원 수익 유혹에도 꿈쩍 안 해

 보험사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이 대형 물류창고를 매입하기 위해 물류창고를 건설한 창고회사를 찾아갔다. 창고회사를 찾아가면서 생각하기를, 이 정도 규모의 냉동물류창고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고, 그 자금은 상당 부분이 은행의 차입에 의존했을 것이기 때문에, 준공단계에 있는 이 회사의 입장으로는 보통의 창고 건설회사들이 그렇듯이 창고의 매각을 통해 비용을 털어 내고 긴 시간의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강할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매각가격을 어느 정도 시장가에 근접하게 쳐 준다면, 매매는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처음 대면한 창고회사의 대표 김 사장은 점퍼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허름해 보였지만 코에 걸친 안경 너머로 눈빛이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모든 결정은 실무자인 팀장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그와 잘 상의하라”고 했다.

 매매 의사와 가격을 타진하기 위해 실무팀장을 동석하고 마주 앉은 자리에서 창고회사 김 사장은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시장가의 두 배에 가까운 750억원이란 금액을 불렀다. 당시 필자가 파악한 그 창고의 원가는 400억원 정도, 시장가는 500억원 내외였다. 그런데 그는 750억원을 부른 것이다. 나는 창고회사 대표에게 사려는 쪽이 계산한 시장가 수준과 경부고속도로 기흥인터체인지 부근의 창고 매물가격과 신갈IC 부근, 호법IC 부근의 창고용지의 가격수준 등 비교 가능한 대상들의 현재 거래시세에 대해 설명하고, 창고용지를 조성하는 데 드는 원가를 설명하였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사례를 들어서 창고회사 대표가 제시하고 있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수자가 보험사라는 점, 보험사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는 점, 그쪽은 월급쟁이들이라서 목을 걸고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곁들였다.



 고시원 운영이 준 교훈

 나의 장황한 설명을 말없이 듣고 있던 김 사장은 엉뚱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시작했다.

 “오래 전 일인데, 내가 빌딩을 하나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에다 고시원을 차렸죠. 시설은 주변에서 최고로 갖췄어요. 그런데 4개월 동안 고시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어요, 위치도 좋았는데, 왜 4개월 동안 한 명의 고시생도 받지 못했는지 알아요? 그건 내가 카운터 보는 아가씨에게 고시생을 받는 지침을 주었기 때문이에요. 운동복 차림으로 오는 사람은 받지 마라, 성적증명서를 제출해라, 각서를 써라 등등의 입실 자격을 정해 주었지요. 그랬더니 4개월 동안 한 명의 고시생도 받지를 못합디다. 4개월이 지나고 하나둘씩 채워지다가 1년 정도 되니까 다 채워지더라고요. 근데 1년 후에는 우리 고시원이 소문이 나서 고시원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줄을 서게 됐어요. 왜냐하면 우리 고시원의 고시생들은 합격률이 80% 정도가 됐거든. 한번은 어떤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묻습디다. “사장님 건설업 하시지요?”, “그런데요”. “요즘 시멘트 구하기 어려우시죠?” 그때 당시에 시멘트파동이 나서 한 포대 2000원짜리 시멘트가 1만원에 팔리던 시절이었는데, 건설업을 하던 나로서는 시멘트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는데, 시멘트 구하기 어렵냐고 물으니까, “예, 어렵습니다”하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가 시멘트 도매업을 하는 사람인데, 시멘트 좀 가져다 쓰세요”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 포대 얼마요?”하니까, “아, 한 포대 2000원이지, 얼마긴 얼마예요”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고시생 부모인데, 시멘트 업자도 아닌 사람이 딴 데서 1만원에 사다가 내게는 2000원에 준 겁니다. 자기 아들 고시원에 좀 넣어 달라고. 그래서 넣어 줬는데, 그 애는 시험에 붙지 못하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창고를 지어서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아이템회사예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그걸로 밥 먹고 사는 회사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이쪽 인근의 창고용지 가격이 평당 70만원, 80만원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평당 200만원, 300만원도 더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좋은 위치에 있는 임야를 대규모로 개발해서 형질변경하고, 창고를 지을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업체는 우리 말고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창고를 파는 거지만, 결국은 우리 노하우의 결과를 파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750억원은 받아야겠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몇 번이나 더 보험회사와 창고회사를 들락거리며 가격을 조율하고 거래조건을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보험회사가 몇 번이나 양보해서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것을 목격했고, 최종적으로 600억원의 매수가를 제시했다. 600억원이라! 이 정도 돈이면 이 회사는 창고 하나로 200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양도세를 감안하더라도 120~130억원은 족히 벌어들일 수 있는 거래였다.

 결론은 거래무산이었다. 창고회사 김 사장이 자신이 제시한 750억원에서 한치도 더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를 중개하면서 스스로에게 열 번쯤은 자문했다. 내가 창고회사 대표라면 창고를 600억원에 팔까 안 팔까?  열 번 생각에 열 번 모두 대답은 ‘판다’였다. 그러나 창고회사 김 사장은 팔지 않았다. 200억원을 벌기를 포기한 김 사장의 판단이 옳은지, 나로선 도무지 알 수 없다.

이수언 태평양 감정평가법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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