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를 탄 멋진 남자 모델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눈웃음을 친다. “흔들리니?” 그의 한마디는 보통 사람에게는 신형 휴대폰에 마음이 끌리느냐는 뜻으로 들리겠지만, 곧 다가올 휴대 인터넷 세상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동영상이 아직도 흔들리니?”라는 뜻으로 들릴 것이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끊김 현상 없이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세상에서 흔들림이란 없다.

 이제 거리 곳곳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익다. 책상에 앉아 메신저로 채팅으로 하다가 외출할 때는 모바일로 메신저를 연동하는 모습도 일상이 됐다. 하지만 데스크톱 PC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옮겨 채팅을 계속 하려면 한쪽에서 로그아웃을 한 뒤 다른 쪽에서 로그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느 한쪽에 로그인이 돼 있으면 강제로 접속을 끊고 다시 접속해야 채팅을 할 수 있다. 

 불편함이 어디 이것뿐이랴! 무선 인터넷이 갖는 비싼 요금과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는 또 어떤가. 느린 전송 속도 때문에 올라가는 전화요금은 그것만으로도 통신사가 먹고 산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게임에, 영화에, 채팅에 빠진 수많은 네티즌은 비싼 요금과 느린 전송 속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익숙해져야만 한다. 이것이 현재의 무선 인터넷이다. 지금 무선 인터넷을 쓰려면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빠르고 정확하면서 저렴한

 ‘와이브로’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올해 안에 무선 인터넷의 새로운 시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최신 영화를 감상하고 인기 있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음악은 물론 채팅도  끊기지 않는다. ‘와이브로’라는 최신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와이브로(WiBro : Wireless Broadband Internet)는 시속 60km의 이동 중에도 노트북이나 PDA 등 무선으로 2M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휴대 인터넷 기술이다. SK텔레콤이나 KTF가 준(June)이나 핌(Fimm)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요금이 비싸다. 일례로 휴대폰으로 2분짜리 모바일 영화 10편을 관람할 경우 통신 요금은 4만원에 달한다. KTF의 경우 2분짜리 1편에 통신요금이 3100원. 10편이면 3만1000원이다. 여기에 정보이용료 4000~5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마다 월 정액제를 도입해 2만5000원 내외로 VOD(Video On Demand)를 무제한 수신할 수 있게 서비스하지만 이것 역시 비싼 편이다. 그렇다고 요금을 계속 내릴 수는 없는 일.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에서 마련하는 공중망 서비스이다.

 정부에서 공중망 서비스를 실시하면 개별적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서비스 범위, 데이터 처리 속도, 셀당 평균 데이터 속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공중망 서비스의 대표 격이 바로 와이브로이다.

 이러한 취지로 등장한 와이브로는 2.3GHz 주파수 대역에서 DSL 수준인 2Mbps대의 속도로 60km/h 정도로 이동할 때도 노트북, PDA 등 휴대 단말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저렴한 가격에 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개념으로, 올 연말에 본격 서비스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와이브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서비스 표준을 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올 3월 안에 와이브로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동 속도 면에서는 휴대폰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더 뛰어나다. 현재 휴대폰은 시속 100km 이상의 이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휴대폰이 발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휴대폰의 작은 액정은 답답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동 중에 인터넷을 쓸 것인가 하는 질문에도 확실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이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서비스회사가 뭉쳐야 한다.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넥스모빌에 근무하는 박정운 씨는 “와이브로는 무선 랜(와이파이(Wi-fi))에서 발전한 개념”이라며 “무선 접속 장치(AP)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에서만 사용하는 인터넷을 업그레이드한 기술로서 노트북이나 PDA로 휴대폰처럼 인터넷을 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인터넷 서비스회사와 이동통신사가 갖고 있는 각각의 장점만 수용했다는 말이다. 현재 넥스모빌은 하나로통신 협력업체 선정에 제안서를 넣은 상태다.

 이동통신은 물론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포화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그에 걸맞은 신형 기기가 소비자를 현혹한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서비스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은 와이브로에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해 놨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인터넷을 하고 싶을 때 노트북을 들고 롯데리아나 스타벅스 등 인터넷 서비스회사가 정해 놓은 장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길을 가던 그대로, 또는 잠시 벤치에 앉아서, 심지어 달리는 차 안에서 노트북이나 PDA를 켜고 마음껏 인터넷 바다를 항해하라고 권유한다.



 유무선 이동이 버튼 하나로

 요즘도 걸어가면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데스크톱 PC로 게임을 하다가 “무선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라는 메뉴를 클릭한 뒤 노트북을 열면 데스크톱 PC에 있던 화면이 그대로 켜지는 서비스이다.

 아니면 윈도우 바탕화면을 꾸미듯이 똑같은 사이트라도 사용자마다 메인 화면을 다르게 꾸밀 수 있는 서비스일 수도 있다.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를 클릭 한 번으로 열 수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임에서 피치를 올리고 있던 중 외출을 해야만 한다면 PC를 들고 가면서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인터넷의 어느 사이트,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누구와 주로 대화하고, 어떤 업무를 주로 보는지를 파악해서 그야말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와이브로가 갖고 있는 청사진이다.

 지금처럼만 인터넷이 발전하고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면 와이브로 시행 시기를 연말까지 늦추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바야흐로 ‘멈추지 않는 인터넷’시대가 펼쳐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하영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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