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리더에게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 미국 UPS의 마이클 애스큐 회장이다. 우선 리더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리더란 아무도 보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아무렴,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의 개인적 성격이다”는 게 그의 답이다. 역시 백만 번 옳은 말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고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행동은 전적으로 한 사람의 개인적 성품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의 성격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리더의 성격은 그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그가 이끄는 조직의 운명까지도 결정한다. 미국 정신의학자 스콧 펙은 그것을 좀더 으스스한 표현으로 강조하고 있다.

 "리더는 그와 같은 위대한 권력을 보통 무의식적으로 행사한다.”

 예를 들어 파괴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었다고 하자.  그가 무의식적으로 조직 전체에 파괴적이고 어두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거의 시간문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리더 자신의 정신건강이다. 리더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마음경영에 성공할 때 리더십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한 CEO의 사례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는 매우 권위적이고 파쇼적인 사람이었다. 모든 일에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마음을 놓았다. 아랫사람들의 작은 실수에도 “너 같은 게 어떻게 내 회사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느냐”며 화를 냈다. 임원들 중에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그런 친구들이 어떻게 대학 나오고 임원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드러내곤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자신과 격이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무시했다. 반말을 하기가 예사였고, 그런 일로 상대방이 상처받으리란 생각은 아예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가족도 그에겐 평가의 대상일 뿐이었다. 당연히 아내와 다 큰 자식들한테도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군림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회사가 계속 침체를 겪더니 마침내 위기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는 심신이 피폐해지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문제의 원인이 자신의 성격에 있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주변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성격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성격, 툭하면 아랫사람들을 평가하고 폄하하는 태도가 회사 전체에 무기력과 무능력이란 독소를 퍼뜨리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후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능한 한 권위의식을 버리고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보려고 애썼다. 아랫사람들의 실수에도 화내고 욕을 퍼붓는 대신 “실수를 해야 그걸 개선할 기회도 생기지” 하며, 너그럽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의 변화는 곧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기력하고 무능력하게만 보이던 직원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회사는 침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족한테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나 자식들의 작은 잘못에도 화를 내던 태도를 바꾸었다. 그 대신 존중하고 돌봐 줘야 할 귀한 존재로 여겼다. 그러자 기적처럼 가족들 사이에도 화목함이 되살아났다. 가장 기뻐한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어느 날 그에게 “전혀 새로운 사람과 다시 결혼한 기분”이라고 말해 줘 그를 흐뭇하게 했던 것이다.

 그의 사례는 리더들이 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화가 필요해 상담을 원하는 대부분의 리더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피상적으로밖에는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런 뜻에서 정신의학은 경영학의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기업 컨설팅을 할 때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함께 참여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숨은 갈등의 원인을 알아 내려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홍보팀의 김 부장이 다들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유 없이 그가 싫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가야 할 정보를 차단하기도 한다. 부서간의 파워게임으로 비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유 없이 그가 싫고 나도 모르게 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러다가 상담을 받고 보니 김 부장한테 그런 행동을 한 데는 숨은 원인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김 부장이 늘 경쟁관계에 있던 형을 닮은 데가 있어서 그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 그와 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따라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정신의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경영학과 정신의학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두 분야 모두 사람이 자산이란 점이다. 정신의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요즘 경영의 화두 역시 사람이다.

 두 번째는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본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은 우리가 지닌 능력과 선함을 스스로 발견해서 그것을 잘 키워 나가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다. 그가 지닌 단점은 상담치료 과정에서 그를 파악하기 위해서만 고려될 뿐이다. 그런 다음에는 그가 지닌 장점을 더욱 살려 냄으로써 그 단점이 차지하는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어느 기업에나 리스크는 있다. 그런데 그 리스크를 크게 보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점과 리스크가 있는 걸 알지만, 그 기업의 장점 즉 그 자산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경영이다.

 세 번째는 최종 목표가 같다는 점이다. 정신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개인의 창의성과 잠재력의 개발이다. 경영 역시 그 기업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개발해 더 큰 단계로 도약하고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잠재력을 개발해 최고의 창의성을 꽃피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이다.

 웨렌 베니스는 자기를 경영할 줄 모르는 리더를 무면허 의사에 비유했다. 사람들의 삶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는 것이다. 무면허 의사처럼 엉터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리더는 자신의 내적 성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기 자신의 마음경영에 성공하는 것, 그거야말로 성공하는 리더의 첫 번째 과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경영에 성공하는 리더는 조직원의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 내는 데도 뛰어난 역량을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리더와 조직원들이 더불어 발전함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윈(Win)―윈(win)의 상생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