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시중 여유자금이 빠르게 회원권 시장에 유입되면서 골프회원권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마누라 팔아서라도 필드 간다’는 황금의 가을시즌을 맞아 회원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인지 회원권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골프회원권 투자, 과연 돈이 되는 것일까.
 당에 사는 김 사장은 58세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남서울골프장 회원권을 1억3500만원에 샀다가 지난 9월 말 1억9500만원에 팔았다. 골프장이 집에서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는 덕택에 그동안 회원권을 거래처 접대에도 잘 사용해 왔으나, 회사 운영상 현금이 당장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처분했다. 순이익만 6000만원. 꽤 짭짤한 금액이다. 현금전환도 빨라 사흘 안에 잔금 처리와 명의변경 등 모든 게 마무리돼 귀찮은 것도 없었다. “이용가치도 크고 급할 때 현금전환도 빨라 매우 유용했다”는 김 사장. 그는 조만간 회사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법인회원권으로 새로 구입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하는 이 원장(45)은 회원권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88CC 회원권을 1억3000만원에 샀다가 지난 달 말에 팔았는데, 매각액이 2억4200만원이었다. 약 10개월 만에 1억12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되는 사람은 된다’며 부추기는 친구들 성화에 못 이겨 술 한 잔 거나하게 샀지만, 기분도, 지갑도 여전히 두둑하다. 이 원장은 이제 3억원대 회원권을 사려고 평소 잘 사귀어 둔 골프회원권 전문딜러에게 의뢰를 해 둔 상태다.



 ‘8·31’조치 이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앞서 예로 든 김 사장과 이 원장은 운이 좋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골프회원권이 ‘돈이 된다’고 판단해 덕을 본 경우다.

 골프회원권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가격이 급상승하며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평가받았으나, 지난해 중반부터 6.5%의 하락률을 보여 ‘더 이상 투자수단이 아니다’라며 버림받게 되었다.

 하지만 김 사장과 이 원장처럼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투자해 차익을 톡톡히 챙긴 사람들도 적지 않다. 회원권 전문업체들이 분석한 대로 골프회원권이 여전히 시중은행의 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종목에 걸쳐 매수우위 양상을 보이며, 일부 인기종목들은 ‘매물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특히, 주말부킹이 보장되고 철저하게 회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초고가대 회원권의 경우 이런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들 초고가대 회원권은 개인과 법인 모두 매수 대기층이 두텁고, 특히 법인매수가 강해 좀처럼 매도물건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당분간 이런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며, 실질적인 이용가치와 함께 투자가치도 높아 여유자금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골프회원권 재테크의 장점은 무엇보다 환금성이 뛰어나고 고수익을 올린다는 데 있다. 부동산투자는 현금전환성이 떨어지고 차익이 발생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골프회원권은 수시로 현금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고, 최근 추세로 보면 시세이득 또한 은행금리나 주식투자로 얻는 것보다 높다. 더욱이 주식은 손해를 볼 위험성이 상당히 높지만, 골프회원권은 최소한 분양가만큼은 골프장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회원권시장이 급락하더라도 분양가 이하로 손해를 볼 위험이 거의 없다.

 또 골프회원권은 비교적 평범한 주기를 갖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등락의 지속성도 높다. 등락의 흐름에 덩달아 좇아가는 순행지수도 높고, 지역적으로, 가격대별로, 이슈별로, 등락의 흐름을 같이하는 경우도 많다. 공산품처럼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기에 공급량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 같은 특징은 회원권을 통한 투자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실패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리스크가 적고 투자뿐 아니라 이용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골프회원권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골프회원권 시장의 특징

 그러나 무조건 회원권을 구입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주가 1200시대를 맞았으나, 그렇게 가파른 상승장에서도 돈을 잃는 사람은 잃는 것처럼, 회원권 시장에서도 손해를 보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회원권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잘 파악하는 데 있다. 월드회원권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회원권시장은 주식시장의 흐름과 비슷하며, 부동산처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회원권 시세는 일단 연초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골프회원권 평균시세가 18.8% 오른 것처럼,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893포인트에서 시작해 분석 기준시점인 지난 6월28일에는 994포인트로 마감됨으로써 1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이후에도 계속 올라

 9월 말 1200포인트를 넘긴 뒤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회원권 시세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회원권 시세가 부동산과 비슷한 점은 양극화다. 8·31 부동산대책 이후 주춤거린다고는 하지만, 강남 및 분당 아파트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강북의 아파트는 제자리 수준인 것처럼, 골프회원권도 일부 초고가대 골프장이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 주변 환경이 좋거나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 건설사 이미지가 좋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테마가 있거나 소유와 운영 주체가 믿을 만한 골프장의 회원권 시세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내 골프장 사상 최고가인 10억원대에 실제 남부골프장의 회원권 거래가 이뤄졌고, 이스트밸리, 렉스필드 등 몇몇 신설 골프장들도 10억원에 육박하는 회원권 호가를 형성한 상태다. 매물 없이 호가만 계속 오르는 것도 부동산시장과 유사하다.

 또 한 가지, 회원권도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비싼 것은 이익이 더 크게 나고, 싼 것은 그만큼 차익이 적다는 점이다.



 골프회원권 재테크의 유의점

 이 같은 특색을 가진 골프회원권시장에서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하다. 강윤철 동아회원권거래소 부장은 골프회원권 재테크에 나설 때 가이드로 삼을 만한 사항을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해 제시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라.

 골프회원권은 특성상 단기간의 투자이득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투자 목적으로 회원권을 구입하더라도 이용가치를 묵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되, 주중에 여유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서울 근교의 주중회원권을, 또 비즈니스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주말부킹이 수월한 종목을 구입하는 식이다. 특히 법인의 경우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대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주말부킹을 보장하거나 무기명카드를 발급해주는 골프장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주말부킹이 원활한 종목을 선택하라.

 개별 골프장에 대한 특별한 호재 또는 시세 움직임의 기술적 측면에서 상승의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철저히 회원권의 본질적인 이용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주말부킹이 원활한 2억~3억원대 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세가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주말부킹이 잘 되고 1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선택하면 투자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들 종목은 특별한 호재가 없이도 기본적으로 상승가치를 내재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대기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셋째, 매수층이 두터운 종목을 노려라.

 회원권 시세변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중거래량’이다. 거래가 활발하고 시장에서 매물이 단기간에 소진되는 종목들이 시세상승의 잠재력이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매수 대기층이 두터운 종목은 언제나 거래할 수 있고, 거래액 역시 보통 매도호가 중심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종목은 자주 매물부족 현상을 보이므로 시세상승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모기업이 튼튼한 종목을 선택하라.

 최근 신규 골프장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생소한 이름의 골프장들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이 중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있고, 지방의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많다. 골프장 수가 증가하면서 회원모집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대적으로 회원모집이 어려워 정식오픈 전에 부도가 나는 골프장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력과 운영능력을 갖춘 모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선택하는 게 후회 없는 투자의 지름길이다.

 이 밖에 믿을 만한 회원권거래소, 나아가 전문딜러를 선정해 오랫동안 교류하며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도 목표한 곳의 거래소를 둘러보고 수시로 연락을 취해 신뢰를 구축해야 급매물이 생길 때 바로 연락을 주는 것처럼 회원권 거래소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회원권이든 재테크에서는 정보가 생명이다.

 현재 거래되는 회원권의 동향은 물론 신규 회원권 분양정보나 골프장 운영기업의 자금 흐름, 골프장의 코스 재단장 및 시설 개보수 등 시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빈틈없이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한 가지 회원권 재테크에 나설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것 역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매물의 경우 경기가 악화될 경우 폭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대부분의 물건이 가격이 높아 갑작스럽게 가격하락시장이 올 경우 매수처가 사라져 버릴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다른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결정하고, 모든 책임은 결정한 본인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