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 가정은 부부가 각각 직장 생활을 하는 데다 수입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못다한 학업을 계속하는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 하다보니 자녀에게 금융교육을 가르치기란 힘든 상황이다.

자가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 교육 업무에 종사한 지는 3년이 되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신용불량자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 요청 및 실시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2003년 10여회에 불과하더니 2005년에는 무려 110회를 상회하는 등 실로 금융 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가끔씩 금융회사 및 전문기관이 주최하는  금융 교실에 젊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과 동참하는 모습을 많이 보곤 한다. 금융 교육이라는 흔하지 않은 교육기회를 찾아오는 부모들의 정성도 대단하고, 자녀의 금융 이해도 함양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찾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자세도 존경스럽다.

하지만, 며칠간 정보를 검색하고, 몇 시간을 애써 교육장을 찾는 노력보다 하루 10분씩 가정 내에서 합리적인 소비습관과 용돈관리 요령을 습득하는 교육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예로 한때 어린이·청소년 자녀의 경제 교육에 관심 있는 가정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책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예담이 어머니는 일곱 살 때부터 용돈을 아무런 의미 없이 규칙적으로 주는 대신 노동의 대가로 꼬박꼬박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청소하기 또는 설거지하기 1000원, 심부름 한 번하기 500원, 부모님 안마 15분하기 1200원, 현관 신발 정리하기 200원 등 부모의 가사 노동을 대신해 주거나 생활에 도움을 줄 경우 가격을 매기고 예담이에게 대가를 지급하여 저축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말하는 돈 버는 비결을 보면 의외로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돈은 남들이 기피하는 궂은일을 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예담이가 가정 내에서 자질구레하지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을 때 자신에게도 수입이 생기고 경제적 능력을 키워 자유로운 소비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 준 것이다.

경제교육이냐, 금융교육이냐

경제 교육과 금융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비슷한 것도 같고 다른 것도 같고 구분하기 어렵다. 경험에 의하면 대체로 교육을 실시하는 주체가 경제부처, 경제관련 단체 등 ‘경제’라는 용어를 쓰는 기관이라면 경제 교육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금융회사 및 금융기관이 교육주체라면 ‘금융 교육’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경제 교육(Economic Education)’이란, 지식 교육의 성격을 강조한다. 자원의 희소성과 선택, 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 시장의 가격결정, 국민경제의 순환원리 등 기초적인 경제개념들로 교육내용이 구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교육(Financial Education)’은 돈을 다루는 태도와 습관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는 교육이다.

즉, 개인재무 관리요령에 대한 교육이라고 달리 표현하기도 하며, 어린이·청소년의 용돈관리 요령에 대한 교육이 그 기초가 된다. 미국의 금융 교육 전문기관인 점프스타트(Jump Start)의 교육내용은 크게 소득, 돈 관리, 지출과 신용관리, 저축과 투자 등으로 주제를 나누어 교육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1987년부터 미국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고 금융시장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은 이후 2005년까지 무려 20년 넘게 미국의 경제 대통령, 미국 경제의 조타수, 통화정책의 신(神)등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은 이미 5살 때부터 펀드매니저이던 아버지로부터 주식과 채권은 물론 한 달 월급과 생활비, 저축액, 부채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세계 최고 경제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우리 자녀가 성인이 되어 훌륭한 금융·경제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데는 가정 내 금융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이다.

2005년도에 금융감독원은 전국 3개 중학교를 금융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을 측정한 바 있다. 그 중 전남 보성에 위치한 친환경적 특성화 중학교 재학생 70여 명의 금융 이해력 평균점수가 46.2점으로 나타나 서울수도권 학생들의 40.1점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이들 학생 모두가 학교부속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었고, 사감선생님은 매월 주기적으로 학생들의 용돈기입장을 검사하고 올바른 소비습관에 대해 지도해 주고 있었다.

이는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도 금융 교육이 소홀한 경우보다 단체생활을 하면서 꾸준한 지도를 받는 어린이·청소년의 금융 이해도가 더 효과적으로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며, 가정 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적절한 지도가 있으면 아이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에는 작고 아담한 시골 중학교가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이 곳을 거쳐 연중 산행을 즐기는 관광객을 상대로 음식과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인근 산에서 채취한 귀한 나물과 약초를 제법 규모가 큰 진주, 거창 등 중소 도시의 약제상에 내다 파는 것을 생업으로 한다. 아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행락객들로 분주할 때면 주로 가족들의 일손을 거든다. 가게안팎에 자리한 손님들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잔 그릇과 함께 음식값을 받아 챙겨 오곤 하는 것이다.

이곳 중학생들의 금융 이해력을 도시지역 중학생들과 비교하기 전 대부분 담당자들은 주변에 경제활동이 저조하고, 사업시설을 접해보지 못한 시골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상당부분 뒤쳐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결과는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중학생들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지만 고생하는 부모님의 일손을 덜고자 떳떳이 경제활동 현장에 나서서 주변 가게들과의 치열한 시장경쟁을 느끼며, 음식쟁반을 들고 뛰고, 음식값을 치르기 위해 여기저기서 잔돈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 금융 교육은 단지 교실 내 책상 앞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