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 망하지 않았어?” ‘대한전선이라는 회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대한전선은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혀진 회사다.
한때 재계 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대한전선이 TV, 냉장고 등 가전소비재 생산을 중단하고 소재산업으로 주력 사업군을 재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만 잊혀졌을 뿐 대한전선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그것도 설립 이후 5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흑자 경영 행진을 해온 알짜배기 회사로 내실을 다져 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재계에 M&A 돌풍을 일으키며 다시 소비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1970~80년대 초반을 살았던 이들의 기억 속에는 ‘대한전선 도시바TV’가 있다. 가전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그 시절, 흑백 도시바TV는 부의 상징이었고 각 가정마다 구매 1순위 가전이었다. 드라마 ‘여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아낙네들과 호기심에 엄마 꽁무니를 따라온 코흘리개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앞쪽에 놓여 있는 도시바TV. 40~50대의 중년층에게 대한전선이란 회사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대한전선이라는 회사를 까맣게 잊고 있다. 어린 시절 흐릿한 흑백TV의 추억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한전선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만, 또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다. 모든 기업들이 불황이라며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여 년 동안 떠나 있던, 이미 중년이 돼버린 40~50대 소비자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흑백TV의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2005년 2월 창업 50주년을 맞이한다. 그리고 ‘창업 50년 무(無)적자 신화’의 주인공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무주리조트, 쌍방울 인수에 이어 소주회사 (주)진로 인수도 확실시되고 있다. 가전 포기 이후 소재산업에 주력했던 대한전선이 다시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전선의 2004년 예상 매출 규모는 1조3500억원에 영업 이익은 1000억원이었다. 그러나 3분기까지 매출 1조1470억원, 영업 이익 569억원을 달성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50년 흑자 경영의 신화 달성은 무난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 50년 동안 단 한 해도 적자를 보지 않고 흑자만으로 기업을 영위했던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국내외 숱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흑자 경영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은 튼튼한 재무 구조로 높은 기업 신용도를 유지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흑자 신화의 비결과 관련해 임종욱 사장은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임 사장은 “구조 조정도 여유 있을 때 해야 한다”며 “시기를 놓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83년 가전사업을 포기했을 당시를 되돌아보면 대한전선의 이 같은 50년 흑자 신화 비밀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룹 회생 위한 전자사업 매각

 1970년대 초반 모회사였던 대한산업그룹의 설경동 회장 별세 후 대한전선그룹을 이끌었던 고 설원량 회장은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의욕적으로 공격 경영을 주도했다. 이에 한때 대한전선 계열사는 18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종합건설 부실화를 비롯해 LG(당시 금성)·삼성과의 출혈 경쟁, 과다한 설비 투자, 2차 석유 파동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이때 설원량 회장은 전자산업이 유망 산업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룹을 살리기 위해 노른자위인 전자사업 부문을 대우그룹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1983년 실시된 이 같은 계열사 통폐합 및 매각으로 대한전선은 18개였던 계열사가 대한전선을 비롯해 대한제당, 대한제작소, 대한벌크터미날, 인송목장 등 5개로 크게 줄었다.

  “전선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가전사업에 메워 넣는 형국이었다. 가전사 매각으로 흔히 말하는 사세는 크게 위축됐지만 더 나빠지기 전에 양도해 부담을 덜게 됐고, 이후 전선사업을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대한전선 경리과장으로 재직했던 임종욱 사장의 말이다. 고 설원량 회장이 가전 부문에 욕심을 내고 계속 유지하려 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임 사장은 아찔할 뿐이다.

  대한전선 흑자 경영의 비밀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규모보다는 내실 경영’이다. 한계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이익이 나겠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가 결정되면 ‘올인’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업 다각화도 이 같은 경영 전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즉 전선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판단해 연관 사업을 물색한 결과다. 임 사장은 “90년대 중반 들면서 전선사업의 경쟁이 심해져 성장 없이 비용만 늘어났다”면서 “구조 조정을 통해 이익을 발생시켜야 했다”고 말한다. 때문에 “유동성을 기반으로 M&A 기회를 잡았고 리조트, 의류, 주류 등에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인다.



 수익성 뒷받침되는 성장 추구

 대한전선은 지난 2002년 무주리조트 인수를 발판으로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 사계절 테마 중심의 세계적인 종합 레저단지를 육성하고 있다. 또 2004년 쌍방울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 가고 있다. 특히 무주리조트는 인수 당시 44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2004년 35% 이상 증가한 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고용 인력도 10%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2004년 최대 M&A 이슈였던 국내 소주 생산 1위 업체 (주)진로 인수에 3500억원 최대 담보채권자로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주)진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대한전선은 가장 먼저 진로의 기업 가치를 판단해 발 빠르게 준비해 왔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때에 미리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미래의 수익성을 내다보고 채권을 매입한 것이다.

  현재 대한전선은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옵토매직, 삼양금속, 대한벌크터미널, 무주리조트, 쌍방울, 한국산업투자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규모는 3조원으로 진로를 인수하면 4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때 대한전선은 기업 집단 규모로 30위권으로 부상, 코오롱그룹과 어깨를 견주게 된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2005년 대한전선은 내실 성장(Profitable Growth)을 사업 전략으로 설정했다. 조직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생존, 발전해 가기 위해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성장을 추구해 간다는 것이다.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

 “가전사업 포기는 옳은 판단이었다”



 
근 급격한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는데 현재의 사업만으로는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여겨집니다. 배경이 무엇입니까?

 
1990년대 중반부터 전선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성장 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선사업만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어가기가 사실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인력 감축 등 수익성 위주의 구조 조정을 추진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 매출이 정체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은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출 증가가 없는 상태에서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더구나 성장을 이루어 갈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 성장을 멈추면 생명력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전선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회사의 성장 동력을 외부에서 확보하기 위해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을 인수했습니다. 기존 사업과 관련이 없다 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볼 수 있고 우리가 예측 가능한 업종에 참여한 것입니다.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경영이 뚜렷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무주리조트는 인수 당시 매출이 440억원 수준이었는데 2004년에는 약 35% 이상 늘어나 6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종업원 수도 인수 당시보다 10% 이상 늘어나 현재 860명입니다. 또 쌍방울의 경우 인수 과정에 일부 혼란이 있었으나 2004년 7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조직이 안정을 찾아 전 직원들과 합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진로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진로는 지난해부터 최대의 M&A 이슈로 평가되고 있는데 대한전선은 진로 인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경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전선은 가장 먼저 진로의 기업 가치를 평가해 그동안 신중하면서도 발 빠르게 준비해 왔습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 미리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미래의 수익성을 내다보고 채권을 매입했습니다.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2004년 6월경 3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채권을 사들여 최대 채권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진로 종업원들도 고용 안정면에서 동종 기업이 인수하는 것보다는 대한전선 같이 신규로 진출하는 회사가 인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주리조트와 쌍방울 등 최근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어 온 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창업 이래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가 없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경영에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회사는 철저하게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전제 아래 지금껏 수익 경영을 최우선으로 해 왔습니다.

  또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흑자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자세로 경영에 임해 왔습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와 90년대 말 IMF 등은 기업들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실제로 우리도 이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환경에서도 대한전선이 꿋꿋이 건실한 경영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미리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도 여유 있을 때 해야지 시기를 놓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대주주의 안정된 경영권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또 실천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지난 50년 동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침체된 시기도 있었고 유동성 위기 등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됐을 때도 있었을 줄 압니다. 위기 상황은 어떻게 돌파했습니까?

 
대한전선 50년 역사를 돌아볼 때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60년대에 시작해 사업을 크게 확장해 왔던 가전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은 상태에서 지난 83년 대우에 가전사업 전체를 양도했습니다. 당시 전선사업에서 남은 돈을 가전사업에 메워 넣는 형국이었습니다. 이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가전사업을 매각함으로써 흔히 얘기하는 사세는 크게 위축됐지만, 더 나빠지기 전에 양도해 부담을 덜게 됐고, 이후 전선사업을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가전부문을 계속 갖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그래도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90년대 초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열연사업을 시작했는데, 자체적으로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운영 손실 부담이 커졌고, 자금 운영에도 많은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전선시장이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성장 한계에 봉착했고, 거기에 알루미늄사업이 부담을 주게 돼 회사로서는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독자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인적 분할 방식으로 분리해 알칸알루미늄이라는 세계적인 기업과 합작 사업으로 하게 됐습니다. 알루미늄사업 분리를 통해 회사로서는 수익성 개선의 전기가 되었고, 합작법인으로 새로이 출발한 알칸대한(ATA)도 2004년도 6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만큼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져 경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중국과 인도 등에 투자했던 사업에 대해서도 자생력 없는 부실 투자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또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저수익 사업 품목은 분사 등의 방법으로 분리시켰으며, 내부적으로도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구조 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이러한 결과, IMF 후 우리 회사는 이익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의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50년대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한전선을 과거의 기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었습니까?

 
기업은 규모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동안 우리 회사가 일반에 덜 알려진 것은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어 온 기업 특성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가전사업 매각 후 전선과 스테인리스스틸 등 산업재 중심으로 운영해 와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대한전선은 앞으로도 규모만을 키우는 경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꾸준한 내실 경영 덕분에 생긴 유보 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기업 성장의 한 축으로써 가능성 있는 분야에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는 중도에 그만둔 사업도 있지만 가전과 반도체, 건설 등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여러 분야에서 맨 앞에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광섬유와 알루미늄압연 사업도 예가 됩니다. 이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개척정신이 대한전선의 큰 저력이라 생각합니다. 2005년은 우리 회사 창립 50주년입니다. 다가올 50년은 기업 환경이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견실한 기업의 이미지로 다가갈 것입니다.



  창립 5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50주년을 맞는 2005년 대한전선 사업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실 성장’(Profitable Growth)입니다. 우리 회사가 조직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생존, 발전해 가기 위해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성장, 즉 Profitable Growth를 추구해 갈 것입니다.

  앞으로 대한전선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업의 근간이 되는 전선과 스테인리스스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성장을 이루어 가도록 할 것입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함께 커가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시스템을 혁신하고, 인력 개발과 조직 문화 개선 등에도 노력을 집중해 갈 것입니다. 기존 주력 사업과는 별도로 외부 성장(External Growth) 차원에서 인수한 무주리조트와 쌍방울도 각자의 분야에서 이익 기반을 다지고 미래 성장을 이루어 가도록 할 것입니다.



  얼마 전 1355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자진 신고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모럴 해저드에 대해 기업인들이 많은 비난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상속에 대해 사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타계하신 고 설원량 회장님은 평소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셨으며,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하셨던 분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셨지만 당신이 약속한 일은 철저히 지키는 신용을 바탕으로 투명 경영을 몸소 실천한 경영인이셨습니다.

  상속세 납부는 ‘기업은 열심히 일해 많은 이익을 내야 하고, 이익이 나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이다’는 고인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경영인으로서의 고 설원량 회장에 대해 어떤 기억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결심한 것은 절대적으로 책임을 지시는 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탓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투자라든가 의사 결정을 분명히 하시고 또 굉장히 빠른 결정을 하셨습니다. 가전사업이 어렵다 했을 때 포기하는 용기, 알루미늄사업을 포기하는 용기도 그러하지만, 70년대 말 인천 냉장고 공장, 구미 TV공장, 안양 전선공장, 인천 제당공장, 반도체 공장 등을 시작하실 때에는 사업에 대한 성취욕과 도전정신이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해외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의 해외 사업과 향후 해외 사업에 대한 비전을 설명해 주십시오.

 미국,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의 판매 거점을 바탕으로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연간 5억달러 규모의 해외 판매를 달성해 해외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도 갖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아프리카, 몽골 등지에서 해외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고 아프리카대륙 진출의 전진 기지로 세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TEC은 광통신케이블을 포함한 종합전선회사로 매우 빠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99년도에 몽골에서 시작한 스카이텔 투자법인은 이동전화사업자로서 안정된 사업 기반을 다져 오고 있으며, 기술력 활용과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갈 것입니다. 기존 영업망을 바탕으로 해외 영업을 확대해 갈 것이며, 전선과 엔지니어링 및 연관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전력과 통신부문의 턴키(Turn-Key)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갈 것입니다. 또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능성 있는 시장에 대해 현지 생산 기지도 확대해 갈 것입니다.



  사장님은 대한전선 내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한전선 재무 구조의 특징이라면 무엇입니까?

 
대한전선은 창업 이래 50년 동안 숱한 국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현금 흐름을 유지해 왔습니다. 재무 구조의 특징은 일정 규모의 차입금과 현금성 자산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것이며,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오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무 안정성과 활동성을 동시에 만족하고, 담아져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움직이는 역동성이 그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양귀애 고문과 임 사장의 역할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되고 있는데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대한전선은 설원량 회장님 타계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주주는 주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회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할 수 있도록 기틀이 잘 다져진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고 설원량 회장의 장남인 윤석씨가 올해 대학을 졸업합니다. 당연히 대한전선으로 입사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한전선 입사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해 아직은 배우는 단계이지 회사 조직에 입사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경영 철학을 소개해 주십시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이익을 내는 데 있습니다. 이익 기회는 리스크 속에 있기에 그 리스크를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서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도전하라.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고 임직원들에게도 강조합니다.

  평소 피터 드러커의 말을 자주 언급하는데 ‘위협이 되고 있는 어떤 새로운 사태 속에서 숨겨진 기회가 있다’는 말과 ‘사업가에게 위험을 무릅쓴다는 말은 매일의 호구지책을 강구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이익 창출 능력에 있습니다. 기업은 경영 활동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어야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고, 종업원 고용을 유지하며 국가에 납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사회에 대한 기업 본연의 도리이고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또 ‘원칙을 중시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한전선은 고객은 물론 주주와 종업원, 채권자, 나아가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회사입니다. 고객에게 신뢰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종업원에게 봉급을 제대로 주며, 주주에게 배당 잘하고, 채권자에게 원리금 잘 갚고, 이익을 내서 국가에 세금 내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변화와 혁신’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는 것입니다.

  지금 국가든 기업이든 국민이든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이것은 WTO 체제 아래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어느 누구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입니다. 대한전선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시스템을 혁신하고 조직원의 자질과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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