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 미국에서 행해진 한 가지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있었다. 제목은 ‘누가 가장 쉽게 천국에 갈 수 있을까?’였다. 재미있게도 1등은 압도적으로 ‘바로 나’였다. 응답자의 무려 87%가 천국에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꼽았다.

자신을 제외한 타인 중에는 마더 테레사가 1등으로 뽑혔다. 응답자의 77%가 그녀를 지지했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마더 테레사가 아니면 그 누가 천국에서 환영받겠는가.

놀라운 결과는 마더 테레사 다음으로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이었다. <오프라 쇼>를 진행하는 오프라 윈프리가 뽑혔던 것이다. 그녀의 지지율은 66%였다. 미국인들은 그녀를 거의 마더 테레사에 버금가는 인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오프라 윈프리의 인생역정을 보면 누구라도 박수를 보낼 만한 것은 사실이다.

가난한 흑인 사생아에, 14살에 미혼모가 되기도 했고(아기는 생후 며칠 만에 죽었다고 한다), 한때 1백 킬로그램이 훨씬 넘는 비만에 시달리기도 했던 볼품없는 여자가 오프라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된 것이다. 더구나 그 영향력을 매우 올바르고 좋은 쪽으로 행사하고 있으니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오프라 윈프리는 사업적 수완도 대단해서 방송제국이라 불리는 하포 엔터테인먼트의 CEO이자 그룹 회장으로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모든 사업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스스로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 적재적소에 앉히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오프라의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사원들이 그녀에게 보여주는 헌신이다.

오프라의 전기를 쓴 자넷 로우에 따르면, 오프라 쇼 제작자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오프라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기들의 생활을 포기합니다. 아이 낳는 것도 미루고 이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죠. 그러면서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희망을 오프라에게 바치는 겁니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 아닌가. 대체 오프라 윈프리의 어떤 면이 그토록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일단 그녀는 한번 사람을 믿으면 전폭적으로 끝까지 믿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보는 안목이 대단하다고. 그런 혜안과 신뢰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 모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 오프라의 사람이 되면 끝까지 ‘올인’을 하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녀가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또 사람들을 보는 안목을 키운 데는 한 가지 계기가 있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

1984년,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에이전트를 해고했다. 그녀는 그 에이전트와 함께 방송국과 중요한 계약을 협상 중이었다. 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방송국 임원들이 그녀에게 그 에이전트를 몹시 칭찬하는 얘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날 오프라는 왜 방송국 임원들이 에이전트를 칭찬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만약 그 에이전트가 자기편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 방송국 쪽 사람들이 그를 칭찬할 리가 없었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그녀는 곧바로 그 에이전트를 해고했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그녀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란 사실을 마음속에 새겨 넣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회사를 세우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사람들에게 투자했다. 그런 다음 그들로부터 온전한 헌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오너십의 승리이기도 했다. 오너십이란 정서적 투자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강렬한 소속감을 뜻한다. 그와 같은 오너십은 전적으로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있다. 리더가 무엇보다도 핵심 인재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그들을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할 경우에만 오너십은 그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나 조직에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모든 것이 사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잭 웰치 역시 GE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동안 자신의 경영이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가 했던 말이다.

“경영이라는 것은 사람 경영을 말한다. 먼저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전략은 그 다음이다. 경영을 하는 데 있어서 사람을 가장 먼저 뽑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GE연수원에서 한 달에 몇 시간씩 강의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내 일의 70%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난 엔진 전문가도 아니고 코미디 쇼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물론 의료기계를 만들 줄도 모른다. 그러나 사업부에서 필요한 세 사람을 고르라면 그건 자신 있다. 난 경영자로서 바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얼마나 명쾌한 신념인가. 아마도 잭 웰치는 그런 명쾌한 신념 덕분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GE에서 은퇴하고 난 후 그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여전히 매우 확신에 차서 자신의 가치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말의 요지 역시 가장 먼저 사람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 경영을 잘하는 것

실제로 미국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성공한 리더들이 자기 시간의 90%를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데 할애한다고 한다.

그런 통계가 아니어도 리더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조직원들과의 관계 맺기에 성공해야 한다. 조직원 각자의 발전에 깊이 관심을 갖고, 가능한 한 그 발전에 관여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 독주하며 조직원들에게는 그냥 ‘나를 따르라!’고 부르짖는 리더가 성공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리더십의 시대는 끝났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 개인주의 시대다. 조직에서도 더 이상 맹목적인 충성심을 요구하던 시대가 지나간 지 오래다. 재미있는 사실은(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자기는 군림하면서 가족 같은 조직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더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사회가 다원화하고 개인주의화한 세상에서는 그런 리더도, 그런 충성심도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리더가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헌신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는 마음에 새겨두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자신의 진심을 조직원들의 가슴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원들 각자가 꿈과 희망을 걸 수 있도록 리더로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리더들이 일부러 조직원들과 거리를 두고 군림하려고만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공연히 가까운 관계를 맺다가 자칫 자기의 무능력과 약점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전이 있고 마음으로 사람들을 아끼는 리더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일수록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 역시 대부분 그와 같은 리더와의 관계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언제나 공평무사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능한 리더일수록 자기 권위가 무너지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경우, 공평함을 잃어버린 처신을 하게 되기 쉽다. ‘매사에 공평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보장해도 좋다’는 말이 있다. 더욱이 리더라면, 특히 조직원들을 대할 때 이 공평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권위를 잃는 것이 두려워 공평함마저 잃어버리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공평함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권위는 잃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추락한다는 사실이다. A를 잃지 않으려고 B를 택하지만, B를 택하는 순간 A와 B 모두를 잃어버리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 아니던가.

따라서 공평한 리더는 자기보다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을 브레인으로 쓸 줄 안다. 반면에 권위만 내세우는 리더 주변에는 예스맨만 맴돌 뿐이다. 역시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에 투자하지 않을 때 그런 일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언제나 사람이 우선임을 기억하고 사람에게 전폭적인 애정을 기울여라. 그것이 진짜 리더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