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경영의 전략적 무기다. IT 전략은 기업 경영 전략의 궤도 안에서 나와야 하며 회사의 경영 현안이나 이슈에 늘 가까이 있어야 한다. 최근 타 업종과의 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IT시장에 대한 주도력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권의 IT 이슈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IT를 통해 어떻게 이익을 내고 조직 운영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하면 경영진으로부터의 예산 압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IT 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그 비용을 재투자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은행권 전산 담당 부행장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들은 유독 은행권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CIO(최고 정보기술 책임자)의 최대 고민거리는 IT의 ‘비용절감’과 ‘효용성 증대’다. 회사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힘든 만큼 IT 부서도 예산 절감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또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기존의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현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도 고민거리다.



 IT 투자는 경영 효율성 높이는 것이 핵심

 조직의 운영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IT 투자의 핵심은 어떤 전략들이 회사에 가장 잘 맞는가를 이해하고, 중요한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요즘 같이 경기가 가라앉고, 금융시장은 낮은 생산성 문제를 염려하고, 제조업과 소비자는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 조직 개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전략의 선택과 조직 개편에 IT 부서가 독주를 한다고 비춰지면 곤란하다. 또 IT 부서가 현업 부서를 이끌어 가려 해서도 안 된다. 연극 무대에 비유하면 IT는 의상, 조명 등과 같은 스태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출연진은 아니지만 이 같은 숨은 스태프들이 없으면 무대가 빛날 수 없다. ‘IT가 경영과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불문율이지만 조화와 균형을 이뤄 현업 부서와 함께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IT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현업 비즈니스에도 실무자 이상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금리가 인하되고 마진이 축소됨에 따라 수수료를 올려 손실을 줄이려는 금융회사의 시도는 고객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단기적인 처방으로 시도되는 비용 절감과 인력 축소 등의 방법이 고갈되면 경영진은 뭔가 전략적인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많은 IT 지출을 하고 있다. 올해 전체 IT시장 규모는 13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권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전체 기업시장의 34.9%로 제조 분야(35.8%)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기업 수로 따지고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한다고 봐도 될 정도다. 금융권의 IT 투자 규모는 매출액 대비 2%대로, 제조·유통 등 일반 기업이 0.5~0.6% 수준인 점에 비하면 IT 투자 열기가 높은 편이다. 금융권은 대고객 업무 의존도가 높아 서비스 및 고객 관련 정보화가 타 업종에 비해 크게 앞서 있다. 특히 은행권은 특정 관계사에 의한 독점적 입지가 구축되지 않아 IT업체의 비즈니스 창출 기회가 더욱 많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IT에 대해서는 서로 모순되는 생각들을 갖고 있고 이를 수없이 경험했다. 즉 전산을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를 원하지만 IT 예산은 줄이기를 원한다. CIO와 전산 담당자는 이전과 달리 가까운 시일 내에 ROI(투자대비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전산에 투자하며 이를 비용으로 여기고 있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전산 가치를 증대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비용 감축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비용의 수익 극대화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비용 대비 효과를 염두에 두고서 각 회사의 영업 전략에 맞춰 이미 정한 전략 요소들을 적절히 혼합하거나 합하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개방형 표준인 리눅스의 도입,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아웃소싱, 온디맨드 유틸리티 서비스 등이 그렇다. 올해에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권이 IT 트렌드 이끌어

 비용 감축면에서 보면 IT 인프라 재설계, 효율적인 애플리케이션 관리 및 통합, 개방형 표준으로의 컨버전, IT 아웃소싱 및 계약의 효율화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원가 절감이지만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출 증대가 따른다는 것이다. 

 개방형 표준은 시스템 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며, 통합을 통해 기업 내의 업무 처리를 연결시켜 주고 고객과의 실시간 연결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전산 인프라의 합리화를 통해 전체 서버 대수와 관리 비용을 줄임으로써 총 소유 비용(TCO)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더 유연한 시스템 환경을 갖춰 시장 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인수 합병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리눅스와 같은 개방형 표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필요한 전산 자원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소유 비용을 줄이고 필요한 전산 자원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

 금융기관 중 최초로 주 전산시스템의 운영체제(OS)를 리눅스로 전환하고 있는 대신증권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리눅스 도입을 통해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은 최소 20% 이상 감소, 유지 보수 편의성 향상과 생산성은 20∼30%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비용 투자 효과의 극대화 전략도 결국은 비용 절감으로 연결된다. 전산 자원을 아웃소싱하는 방법이나, 전산 자원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유틸리티 서비스는 획기적인 절감을 가져오게 한다.

 전사적 업무 재설계도 투자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 예다. 우리은행은 전사적 업무 재설계로 연간 14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사무 처리 프로세스 개선으로 연간 200억 원 상당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또 고객과 직원 간에 벌어지는 고객의 요구사항 및 거래사항에 대한 각 채널 간 통합으로 고객 만족을 증대시키고,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금융회사들에 있어 IT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늘리는 중요한 요소이며, 전략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총 전산 비용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보기술의 진보는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환경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금융권에 있어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IT 자체뿐만 아니라 IT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정보와 서비스의 안정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IO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으며, 경영진 또한 IT를 경영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늘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만약 경영층이 IT에 관심이 없다면 이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CIO의 몫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직도 IT가 경영을 지원할 수 있어도 경영 내부로 파고들어가 함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IT와 경영이 명실상부하게 통합돼야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것은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이 고민하고 있는 IT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