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백약 처방이 ‘무효’로 판명되면서 강남과 판교, 분당과 용인은 ‘투기의 온상’으로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조명에선 한참 비껴나 있지만 송도지구가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 고속도로를 타고 끝까지 달리면 연안부두 입구에 닿는다. 그곳에서 송도 방면으로 가려면 우회전을 해야 한다.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달리면 유명한 ‘송도 유원지’가 나온다. 근래야 북적임이 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송도 유원지는 월미도 등과 더불어 인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송도 유원지를 왼쪽으로 끼고 3~5분 정도 자동차를 달리면 ‘송도 국제 신도시’ 방면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개펄을 메운, 드넓은 매립지 입구에는 막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와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 뒤섞여 전형적인 초기 신도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삿짐을 실은 트럭과 건축 자재를 실은 트럭이 서로 교차하며 달리는, 부산스런 도시 입구를 지나자 국내 기업의 R&D센터들이 즐비한 단지가 나타났다. 연구. 개발 단지 안쪽, 매립이 여전히 진행 중인 서쪽 방면 끝쪽에 다다르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A;Incheon Free Economic Zone Authority)’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송도와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그리고 연안부두 부근의 청라지구는 ‘국민의 정부’ 시절 입법 작업이 시작돼 2003년 8월 재정경제부 지정고시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같은 해 10월 문을 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국제 신도시 건설의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고 있다.

 부지조성 및 기반시설 건설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유치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IFEZA는 2020년까지 총 6336만평(송도지구 1611만평, 영종지구 4184만평, 청라지구 541만평)을 개발해 홍콩, 상해, 싱가포르를 넘어서는 동북아 제1의 국제 허브 도시를 청사진으로 내세우고 있다.

 “분양을 맡은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 성공을 위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다 보니 마치 ‘수도권에 또 하나의 신도시가 생기나 보다’ 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는 건 사실이지만 기존의 서울 위성 신도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근본 개념부터 다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사업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예요.”(박영식 IFEZA 공보관)



 2020년까지 14조원 투입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마침 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관이 공식 개관하는 날이었다. 21층 높이의 전망대에 위치한 홍보관에는 송도, 영종, 청라지구의 현황 과 미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미니어처가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전망대 맞은편으로는 아직 한창 매립이 진행 중인 개펄과 간척용 방조제, 그 너머 영종도 방향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건물이 완공돼 주민이 입주하는 극단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국내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 주택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만큼 송도 국제 신도시의 성공 가능성을 일반 시민들도 믿는다는 말이 되니까요. 또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건설업자로부터 자금이 원활하게 들어올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송도 국제 신도시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의 핵심은 ‘국제 신도시는커녕 실패한 신도시 하나 양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동북아 허브 도시를 지향하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 실적이 없다는 비판이 그 중심에 있다. 이에 IFEZA는 일부 시인을 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동북아 물류 허브 도시 후보로 인천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월등히 좋은 위치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류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해의 푸둥지구, 홍콩, 싱가포르 모두 우리보다 조건이 안 좋습니다. 첫째 중국 시장이 바로 옆에 있고, 최첨단 국제공항이 20분 거립니다. 거기에 서울이라는 국제도시를 바로 접하고 있어요. 향후 개발이 예상되는 북한도 바로 인접해 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진 경쟁도시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박영식 공보관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평등 개념의 정부정책과 특혜를 전제로 하는 경제특구 건설이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제자유구역 설치 특별법’ 제정과 시행은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되었는데 참여 정부에 들어서면서 IFEZA의 방향성이 불투명해졌다. 균형 발전과 평등이란 개념은 경제자유구역이란 이름이 내포하는 각종 혜택의 적용을 어렵게 했다. 사업의 주체도 모호한 상황. 경제자유구역청은 행정상 인천광역시 산하에 속해 있다. 그런가 하면 재경부 경제자유구역추진단의 통제도 받는다. 두 개의 머리가 있는 셈이니 속도가 날 리 없다.

 “외국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사업 타당성을 분석하고 양해 각서를 체결한 뒤 본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통상 2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 걸립니다. 현 단계는 씨를 뿌리는 단계입니다. 지난 1년 동안은 우리의 마케터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이란 상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해외 홍보 담당인 이상규 박사는 “올해 1~2건 정도의 본 계약을 성공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투자 상담 절차의 속도를 볼 때 투자 유치가 부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좀 더 여유와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송도지구를 비롯한 6000만평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거시적 투자 환경이란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북핵을 비롯한 남북관계, 각종 행정적.법률적규제, 과격한 노조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 중 남북관계, 경색된 노사관계는 단기간에 극복이 어렵다. 그러나 행정적.법률적 규제는 최고 국정 책임자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때 제일 먼저 고려된 부분이 입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해 물류 중심 도시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입니다. 인천은 입지면에서 굉장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배후에는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커다란 소비 시장이 있고,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에 잠재력이 큰 북한과도 지리적으로 연결됩니다.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인천의 이점은 동북아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인천 최초 평당 1000만원 돌파

 문제는 인천을 세일즈하러 외국에 갔을 때 ‘그곳으로 설비를 옮기면 어떤 이익이 있느냐’에 대해 경쟁 지역과는 차별화된 무엇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 지역인 상하이만 해도 외국계 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하면 토지 매입부터 세금 문제까지 한 사무실에서 원스톱으로 가능한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도 인천을 포함한 경제자유구역 3곳을 독립적 기능이 가능한 기구로 격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유치의 큰 걸림돌이던 각종 인허가 및 규제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국 기업 투자 유치 여부와 상관없이 인천경제자유구역, 특히 중심인 송도지구의 개발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일찍 분양을 한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를 하고 있고, 분양 공고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3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도지구 진입구 왼쪽에는 이미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A부동산 중개업소에 들어갔다. 4~5명의 직원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정부의 투기세력 지목에 항의해 동맹 휴업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던 날이었다. 중개인들은 “주상복합 경쟁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문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었어요. 인천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죠. 서울에서 투자를 위해 왔던 분들도 처음엔 ‘서울도 아닌데 어떻게 1000만원이 넘냐’고 돌아갔다가, 다시 찾아오고 있어요.”

잇단 분양 성공과 유례없는 투자 열기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는 외국계 학교, 외국계 병원이 들어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근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학교는 일정 비율의 내국인 입학을 허용할 방침이어서 경제자유구역 내 아파트 가치를 올리는 데 일등 공신역할을 하고 있다. 도로나 공공시설, 쇼핑센터 등 생활관련 인프라도 채 갖춰지지 않은 아파트도 평당 호가가 1000만원을 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도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병원과 학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입장을 바꿔 나더러 외국에 나가 살라고 해도 병원, 애들 교육이 제일 먼저 걸린다. 특히 외국 회사들은 학교, 환경(주거 포함), 언어, 병원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최고의 시설과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우리 계획”이라고 했다.

 병원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병원 등 몇몇 유명 병원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예정이다. 1년 이상 논의된 것이다. 2008년 완공을 목표로 3만5000평의 부지까지 선정되었다. 가장 주목받는 외국인 학교 시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울타리에 있는 정원 2100명짜리 학교 2개 설립을 협의 중이다. 관계자들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사립학교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학생과 교사 비율 10대 1의 이상적인 학교가 들어서는 것.

 “경제자유특구가 아니고 ‘아파트 특구’ 되는 거 아니냐고 오해도 받습니다. 미국의 게일 사와 포스코가 공동 개발자입니다. 광고를 많이 했어요. 그 덕분에 서울에서 하는 사업이 아닌 데도 홍보 효과가 컸습니다. 그렇지만 도시 형성 과정을 이해하면 오해가 풀릴 겁니다. 서울 강남도 현대·한양아파트에서 시작해 테헤란로까지 번성했습니다. 주거→상가→기업→은행 순으로 들어옵니다. 우리의 경쟁도시는 분당과 일산 같은 베드타운이 아닙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가 우리의 경쟁도시입니다.”(박영식 공보담당관)



 외국기업 유치가 성패 가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모델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 항과 스키폴 공항을 기반으로 유럽의 물류 도시로 불린다. 인천은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있다. 세계적 물류 거점도시로의 성장 관건은 외국 기업 투자 유치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관계자들은 각종 규제를 풀어 경제 특구 설치 본연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자유구역이 인천에 있을 뿐 인천이 경제자유구역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한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시와 재경부라는 두 개의 상부 구조의 지시와 협조 하에 움직인다. 청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인천광역시의 공무원들이 파견 나와 있다. 최근 경제자유구역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경제 특구라는 예외성을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장관급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 정책 결정자의 용단도 동시에 요구되는 사안이다.

 본격 입주를 시작한 송도지구는 올해에만 4100가구, 내년에는 79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과 송도 신도시를 잇는 12.4km에 왕복 6차선 도로가 6월16일 착공된다. 영국의 아멕스(AMEX)사가 49%, 인천시가 51%를 투자한다. 2009년 완공이 목표다. 다 지어지면 인천공항에서 송도 지구까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가 된다.

 경제자유구역을 나와 배후에 위치한 연수구 옥련동의 아파트 밀집지역을 찾았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그러나 평당 1000만원 이상 아파트 분양이라는 ‘송도 특수’가 전혀 미치지 않고 있었다. G부동산의 강옥희씨는 “10~14년 된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시가가 34평 기준 1억7000만원이고, 방향과 입지가 좋은 건 2억1000만원 정도 한다. 송도 신도시 상승이 여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우리 동네보다 송도 신도시와 더 가까운 동춘동은 여기보다 2000만~3000만원 비싸다.  그러나 송도 개발 전부터도 가격차가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모두 6000만평의 드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불붙기 시작한 송도 투자 열기의 지속 여부도,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도 모두 외국인 투자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 대상만이 아닌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는 대안으로 송도를 비롯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기능할지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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