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계 기계설비 업체 L사에서 국내 지사장을 채용할 때 일이다. 여러 차례 후보자를 물색한 끝에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게 됐다. 그 중 한재호씨(48세, 가명)는 조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고 대기업 근무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CEO 경력도 없었다. 그런 그가 결국 L사 CEO가 됐다. 놀라운 점은 현재 L사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모 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중견 엔지니어링 업체 총무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장 아들로 오인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연수 마지막 날, 조별로 ‘좋은 회사 만들기’발표를 하도록 했는데, 이때 그가 제안한 ‘로스율 제로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면서, 여기저기 높은 사람들에게 불려 다녔고, 그걸 본 주변 동료들이 그를 회장 아들로 오해했던 것이다.



 ‘내가 사장이라면…’ 적극적인 사고 가져야

 신입사원 때부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줬던 그는 그 후에도 부서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무혁신을 단행함으로써 회사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는 항상 1인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떤 자리에 있든 이 일에서는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여 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어려움이 닥치거나 좌절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그리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사장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현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 사업화하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인재에게서 빠뜨릴 수 없는 핵심 마인드다.

 모든 기업들은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튼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발을 내딛는 개척자 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과거 S그룹 회장은 매 10년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기업을 키웠다. 처음에는 직물로 시작해 석유화학으로, 그리고 거기서 전혀 다른 분야인 정보통신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기존 사업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때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미 기존 사업은 기울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자금 문제부터 기술, 인력 문제, 법적 규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문제가 없으면 비즈니스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문제가 있을 때 이것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면서 사업화에 성공하는 사람이 기업가이고, 그것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곧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알 수 있는 1세대 재벌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여건이 다 갖춰지고 위험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황무지에서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지인 K씨를 만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퇴직을 했는데 마땅히 아는 것도 없고 사업하기가 쉽지 않아서 조그마한 중소 업체에 재취업을 했는데 맡은 업무가 마침 제휴업체와의 계약을 전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본인이 직접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샐러리맨을 그만두고 회사 허락을 받아 병원에 커피숍을 개업했다. 그에게는 잠재된 기업가 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병원에 커피숍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아침 일찍 점포에 나가서 병원에 커피 냄새가 가득하게 퍼지도록 작업을 하고, 출근하는 의사나 직원들에게 한 잔씩 무료로 웃으면서 인사와 동시에 커피를 제공했다.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병원 소독 냄새와 각종 악취 속에서 향긋한 커피 냄새와 친절한 인사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게 된 것.

 병원 원장을 통해 간부회의에서 화제로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서 타 업소와 완전한 차별 대우(?)까지 받으며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관계 병원에까지 같은 조건으로 추천을 받아서 확산시켜 나갔다.

 K씨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가 보인다”고 했다. 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까. 무슨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 사람은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월급쟁이로 20년 이상을 그냥 보내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 동안에는 큰 조직 안에서 자기가 맡은 일에만 충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가 사업 전체를 책임지고 끌고 간다는 마인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사업가 정신이 나오기 어렵다.

 자신이 독립하고 나서 스스로 사업을 시작해 보니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한 사업가적 기질이 발동돼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했을 때에는 그냥 하나의 평범한 점포 사업 정도였는데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이 사업을 하게 될 때 엄청난 확장과 성장을 할 수가 있었다.



 책임감 있는 기업가 정신도 중요

 우리가 조직 내에서 활동할 때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면 조직의 발전뿐 아니라 자신의 발전까지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업가 정신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한된 업무만 수행하고 나 몰라라 한다든지,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기업가 정신이 없는 사람들 태도다. 한번 시작한 사업이 영속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능한 기회들을 모색하면서 주기적으로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시도해 나가는 게 필요한 것이다.

기업가 정신과 같은 요소들은 상당히 주관성이 강해 객관적으로 점수화하기 힘들다. 다만 능력이 좋은 것과도 다르다. 한국적인 현실에 맞는 것들을 잘 찾아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들은 향후 미래의 CEO를 바라보고 자기를 꿈꾸어 갈 때 어떤 기업가 정신이 자기에게 필요한가 잘 생각해 보고 평소에 훈련을 통해 잘 쌓아 나가서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유감없이 나타나게 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제한적이고 소극적이거나 기업가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들이 습관처럼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향후 자신이 가는 길이 작은 비즈니스이든, 창업이든, 조직 CEO이든 간에, 남이 가지지 않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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