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다양한 스토리로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이 스타벅스의 성공 이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었던 감성 마케팅은 이렇듯 작은 회사들에게 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감을 자극하는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이 한국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벅스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진한 커피 향, 대학교 카페테리아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카페에서 책과 신문을 읽는 뉴요커들이 연출하는 지적인 분위기.

 이렇듯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스타벅스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 분위기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두 스타벅스가 연출하는 지극히 뉴욕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기에 노트북과 책을 싸가지고 학교 도서관이 아닌 스타벅스로 향한다. 무언가 멋진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브랜드 혹은 매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은 감성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다. 향기, 소리 등으로 매장에 들어서는 소비자들을 무의식적으로 자극하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쿠키 커터(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뜻의 마케팅 용어) 같은 획일적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느낌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CASE1 감성 마케팅, 중소 브랜드에 유리

 ‘느낌’만큼 애매모호한 개념도 없지만 감성 마케팅은 솔직하고 심플하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주는 대상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들이 단순히 값싸고 질 좋은 상품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뿐 아니라 스토리도 감성 마케팅의 좋은 소재다. 브랜드 스토리는 소수민족 또는 여성으로서의 악조건을 극복한 CEO의 풀 스토리, 제품 개발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흥미로운 또는 감동적인 뒷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컨셉트를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성 마케팅의 핵심이다. 같은 값이면 혹은 조금 값이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호감을 갖는 브랜드의 제품을 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데도, 품질을 높이는 데도, 또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브랜드들이 감성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들과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공룡 같은 대기업보다는 오히려 작은 회사들에게 더욱 유리하다.

 감성 마케팅은 다른 경쟁 브랜드들과의 뚜렷한 차별화를 가져온다. 제품과 가격에 있어서는 비슷하게 할 수 있지만 브랜드만의 독특한 정체성과 스토리, 개성과 분위기는 다른 브랜드들이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다. 



 CASE2 의류 체인 ‘어번 아웃피터스’

 의류 체인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매장 중 하나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어번 아웃피터스는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Fast Growing Company) 100’에 최근 수년간 해마다 선정돼 월가 투자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갭·바나나 리퍼블릭 같은 패션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서울로 치면 압구정동이나 홍대 앞에서 볼 수 있는 개성 있는 보세 옷가게의 기업화 버전이라고 할까.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의 옷과 신발, 어디서 찾았을까 싶은 앤티크 보석류를 비롯해 패션 소품들과 자연스럽게 매치되는 가구와 그릇, 노트와 책, 비누와 양초 같은 다양한 상품들이 쇼핑객들로 하여금 쉽사리 매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이들의 상품 구색은 확실히 색다르다. 전통적인 의류 브랜드의 통념을 깨고 공식과 수치에 의존하지 않으며 감성적 접근을 더욱 중요시한다. 그 시즌, 길거리에서 누구나 입고 다니는 히트 아이템 한 두 가지에 사활을 걸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대중 브랜드와 달리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다양하게 제안한다.

 그 대신 이들은 소비자 반응에 매우 신속하게 움직인다.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머천다이징 회의가 판단 기준이다. 이때 팔리지 않는 제품에 대해선 가격 인하 조치가 단행된다. 동시에 신규 상품 기획도 병행된다. 말하자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소비자 감성에 초스피드로 대응하는 셈이다.

 매장 분위기도 감각적이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와 그 집 옷장을 열어 보고, 살림살이를 구경하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친구와 쇼핑을 하러 매장에 들렀다가 점내 소파에 앉아 한 시간 넘게 담소를 나누는 광경도 쉽게 목격된다.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인테리어 컨셉트가 아니라 소박하고 ‘덜 상업적인’매장 분위기는 반드시 무언가를 사들고 나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주지 않는다. 이를 무기로 어번 아웃피터스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문구류 ‘몰스킨’

 ‘반 고흐부터 헨리 마티스, 그리고 헤밍웨이가 사용하던 전설적인 블랙 노트북.’

 몰스킨에서 나오는 다이어리, 수첩, 공책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문구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검은색 가죽 커버의 몰스킨 다이어리가 뉴욕 아티스트, 학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모도앤모도(Modo&Modo)라는 작은 회사에서 만드는 몰스킨은 외관상 별 특징이 없는 아주 심플한 가죽 커버와 속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몰스킨은 소비자들에게 상품 가치가 아닌 특별한 판타지로 승부를 건다.

 이 작고 평범한 노트북을 옆에 끼고 다니면 헤밍웨이처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고흐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이 바로 몰스킨의 감성 마케팅이다.

 몰스킨은 지금은 특정 브랜드 이름이 되었지만 18세기 유럽에서는 방수 처리된 검은색 가죽 커버로 만든 작은 공책을 통칭하는 말이었고 헤밍웨이, 고흐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이 이 공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년 전부터 미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몰스킨은 대대적인 광고나 눈에 띄는 ‘플래그십 스토어’대신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브랜드 전략으로 뉴요커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홈페이지(www.moleskinerie.com)에 가보면 몰스킨 마니아들이 올려 놓은 다양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검색 엔진 구글에 가서 몰스킨을 입력하면 5만5000개에 달하는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미국에서 1년간 팔리는 1200만권의 공책 시장에서 몰스킨은 단순한 노트가 아니라 ‘지적이고 예술적인 역사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욕 소비자들은 이를 위해 기꺼이 몇 달러 더 지불하는 것에 대해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역사적 유산’을 소유하게 됐다는 것에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몰스킨도 사세를 확장일로로 키우고 있다.

권태일 트렌드&마케팅 전문 기고가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