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회, 산행, 모닝아카데미, 문화 체험…. 크라운제과 직원들은 사내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지력과 체력을 키웠고, 회사는 몸집을 키웠다는데…. 튀는 기업 크라운의 튀는 문화를 취재했다.

 라운제과는 올 1?분기에 835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1%의 신장을 보였다. 업계 전체적으로 정체된 시장에서 이룬 성과이기 때문에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률 또한 매출 대비 9.6%를 기록했다. 

 1998년 부도와 화의로 흔들거리던 크라운제과가 2003년 1675억원이란 채무를 변제하고 조기에 화의에서 탈피했고, 올 1월에는 업계 2~3위 업체인 해태제과를 인수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크라운제과는 4위 업체였다.

 이런 크라운제과의 잇단 성과 이면에는 크라운만의 독특한 사내 문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이는 “인재야말로 경쟁력의 뿌리다.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윤영달 사장의 소신과 맞닿아 있다. 현재 크라운제과에선 등산, 독서회, 모닝 아카데미와 사내 강좌, 오페라.음악회.공연 관람 등 EQ(감성지수) 함양 프로그램 등이 실시되고 있다.



 등산경영, 체력 단련과 커뮤니케이션 증대 가져와

 크라운제과 기획실의 김몽옥 부장은 “크라운제과에 다니기 위해선 튼튼한 두 다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부서별(종적)로 직급별(횡적)로 번갈아 가며 모임을 구성, 산행을 갖고 있다. 이는 ‘사원의 체력이 기업의 경쟁력’이란 물리적 효과 이외에 ‘사내 커뮤니케이션 극대화’란 화학적 효과를 심어 주었다. 산행 코스는 웬만한 산악인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강행군 코스다. 2004년 11월과 2005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윤영달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진과 주요 부.차장들이 동북아시아에서 최고봉인 대만의 옥산(해발 3952m) 등정까지 했다.

 크라운에 등산 문화가 도입된 것은 2000년이지만, 윤사장이 등산을 시작한 것은 채권단회의에서 크라운에 대한 화의 결정이 난 1998년 7월이었다. 명동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정도로 골프광이었던 윤사장이 골프에서 손을 떼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100㎏ 가량인 윤사장에게 등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 경영을 정상적으로 만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까마득해 보였다. 사장인 나 자신부터 심신이 고달팠다.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술과 담배, 그리고 골프를 끊고 혼자 주말마다 등산을 시작했다.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낮은 산도 오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30대 젊음을 되찾은 기분이다. 이렇게 귀한 자연을 나 혼자 누리기에 아까웠다. 그래서 회사의 임직원을 20~30명씩 묶어 주말 산행을 함께 했다. 격의 없는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봇물을 이뤘다. 뜻밖의 소득이었다.”(윤영달 사장)

 등산을 마치면 직원들과 같이 목욕탕에서 등도 밀고 막걸리잔도 기울였다. 패배주의와 좌절감을 날려버리고 패기와 단결을 얻었고, CEO와 사원이 한 몸이 될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등산이 체력과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이뤘다면 독서회와 모닝아카데미, 그리고 사내 강좌는 지식 경영의 기반이 됐다.

 독서회는 직급별로 다양하게 운용된다. 부장급 이상은 분기에 한 차례씩 저자를 초빙, 강의를 듣고 발제와 주제 토론을 갖는다. 형식적인 독서회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차장급은 독서회 횟수가 한 달에 한 번이다. 저자는 참석치 않지만 사장이 참석해 토론회를 진행하고 읽은 책을 다섯 페이지, 한 페이지, 한 문단, 한 문장, 한 단어로 요약하는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

 사원들은 부장단과 차장단 모임에서 선정된 책 중에서 한 달에 한 권 이상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제출된 독후감들은 크라운 사내 웹사이트에 게재돼 전직원이 그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문화 활동과 얼리어댑터 통한 감성지수 높이기

 사내 강연 프로그램인 모닝아카데미는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의 비전 공유와 교류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7시에 열린다. 참석 대상자는 크라운과 해태 및 계열사 팀장급 이상이다. 조순 전 부총리, 지휘자 금난새, 산악인 허영호 씨 등이 강사로 초빙돼 특강을 했다. 강의가 끝난 후엔 테이블별로 30분 동안 토론회가 진행되는데, 이때의 발언 내용은 모두 온라인에 올라 윤사장이 일일이 검토한다. 물론 참석자들은 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임원과 부장들은 KAIST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닐 수 있다. 물론 회사가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부장급은 이밖에도 연세대 마케팅 전문가 과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외 교육 이외에 사내 교육도 실시된다. 중국 진출에 대비한 중국어 강좌가 월, 목, 금요일에 오프라인상에서 펼쳐지고 온라인상에선 사이버연수원(www.crown-kmc.com)을 통해 직급별로 필수 과정과 선택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인사 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델라구아다, 난타, 나비부인, 마탄의 사수, 일트로바토레, 샤갈 전, 코리아 아트 페스티벌…. 오페라·음악회·전시회·공연 등 크라운제과 임직원들은 다양한 문화 체험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제과업과 문화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지 의아스럽지만, 이런 문화 활동이 감성을 향상시키고 이는 곧 제품의 품격을 높인다는 게 윤사장의 견해다.

 이밖에 임원과 부장급에 디지털 카메라를 지급, 시장 조사와 아이디어 개발에 사진을 적극 활용토록 하고 있다. 보고서에도 사진을 첨부, 시각적인 면을 강조하도록 했다. 디지털 카메라뿐 아니라 PDA를 지급하고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간부들이 얼리어댑터(Early Adopter)가 돼 새로운 문화 변화와 트렌드를 발빠르게 경험케 하는 의미라고 크라운측은 설명했다. 

 조직 혁신 프로그램도 이 회사만의 특징이다. 조직의 중추 역할을 차장들이‘Learning’‘Innovation’‘Knowledge’ 등 세 분야로 나눠 팀을 구성, 회사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 방안을 찾아낸다. 윤사장은 이를 두고 “이상한 이름 붙여서 차장들 일 시키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런 활동들에 대해 윤사장은 “경영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 요인이라면, 크라운제과만의 문화는 잠재적인 주가 동력”이라고 밝혔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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