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SAP의 ERP가 멈추면 세계 경제가 멈춘다는 말이 있을 만큼 SAP는 기업과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 소프트웨어시장을 따져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다음이다. 미국 업체 일색인 소프트웨어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선두 자리를 차고 있을까. SAP의 성공 비결과 미래를 짚어보기 위해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파이어2005코펜하겐’을 취재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란 말 그대로 기업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정보시스템이다. ERP가 개발되기 전까지 기업의 정보시스템은 회계·판매 부서 등 기능별로 독자적으로 운용됨으로써 비효율적이면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회계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이 마케팅 부서 자료를 활용하려면, 그곳 정보시스템에서 자료를 꺼낸 뒤 다시 회계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같은 데이터는 두 곳에 중복 저장돼 시간과 비용은 늘어나고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도 있었다. 부서 안에선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 하더라도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아 회사 전체 목표를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포춘> 500대 기업 중 86%가 SAP 사용

 기업의 경영 활동을 수행키 위해 필수적으로 갖출 수밖에 없는 시스템, 즉 생산·판매·인사·회계 등 각 분야의 업무시스템을 일원화한 정보시스템이 바로 ERP다. 모든 데이터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어느 부서에서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즉시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의사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부서별 목표를 넘어 회사 전체 목표를 조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정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ERP시스템은 필수다. 기업정보화란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중요한 기간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중소기업에도 ERP가 널리 보급될 만큼 회사 운영을 위한 핵심 전산 인프라스트럭처로 평가된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미 ERP를 도입, 신기술과 선진 업무 프로세스를 활용함으로써 업무 처리 능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ERP 도입률은 대기업이 70%를 넘어섰으며, 중견·중소 기업도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업 구조를 바꾸는 혁명적인 개념의 ERP를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는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의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아니었다.

 ERP 개념을 처음 도입한 회사는 독일 라인강을 끼고 있는 발도로프란 조그만 마을에서 IBM 독일지사의 엔지니어 출신 5명이 뜻을 모아 시작한 SAP(System Analsis Program)란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이들은 곧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더불어 세계 3대 소프트웨어업체로 우뚝 섰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세계 10대 소프트웨어기업 중 미국 기업이 아닌 것은 SAP가 유일하다. 특히 SAP는 ERP시장에서 세계 시장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 미국 출신 기업들을 2위로 멀찌감치 밀어내고 있다.

 현재 SAP는 전세계 ERP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미국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86%를 고객으로 보유중이다. 전세계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35%를 점유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삼성그룹을 포함해 HP·BMW·코카콜라·노키아·인텔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SAP의 ERP시스템으로 회계·재고·인사 등 기업의 기본 업무 활동을 처리하고 있다. 만약 SAP의 ERP시스템이 작동치 않을 경우 전세계 기업의 경영 활동이 정지될지도 모른다. 이때 세계 경제도 함께 멈추지 않을까.



 설립 초기부터 실시간 처리 강조

 SAP의 초기 설립자 5명이 처음 개발한 ‘시스템 RF’는 기업용 회계 프로그램이었다. 터미널을 이용,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토록 개발한 것. 비즈니스 활동과 데이터 처리 사이에서 생기는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돌파한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이 ‘실시간 처리’를 강조하기 위해 한동안 ‘실시간(Realtime)’을 강조하는 ‘R’을 제품 이름에 넣기 시작, 이들 제품 시리즈는 R/1·R/2·R/3가 됐다. SAP는 회계프로그램인 ‘시스템 RF’를 기반으로 재무·인사·자재·구매 등 기업의 모든 경영 분야를 아우르는 ERP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SAP가 오늘처럼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중앙 집중형인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클라이언트/서버형의 유닉스 개방 환경으로 바뀌는 1990년대초에 찾아왔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면서 일반 기업들이 더 많은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기 시작했고, 때맞춰 SAP는 1992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ERP 패키지인 ‘R/3’를 출시했다.

기존 R/2는 용량을 확장키 위해 시스템 전부를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서버를 추가로 붙이는 게 가능해져 용량 확장을 쉽게 할 수 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졌다. R/3는 유럽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을 강타, 오늘날의 SAP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R/3 성공으로 SAP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SAP가 국내에 소개된 것도 이 무렵이다. 1995년 삼성그룹이 ERP를 도입하면서 SAP R/3를 선정했고, 이는 국내 시장에서 ERP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SAP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ERP가 국내에서 대중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SAP는 1995년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3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R/3 성공 이후에도 ERP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늦추지 않았다. 변화하는 컴퓨팅 환경에 맞춰 그때그때 새로운 ERP 패키지를 선보였다. 인터넷 열풍이 불 때 웹 버전 ERP인 ‘mySap.com’을 내놓았고, 20여개 산업별로 ERP 패키지도 출시했다.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 업무의 다양화를 통해 확장형 ERP 솔루션도 갖춰 나갔다.



 변화에 유연한  IT기술 제시

 또 통합 이슈를 해결하고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적응형 기업, 즉 ‘어댑티브 비즈니스(Adaptive Business)’란 화두 아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아키텍처(ESA)’와 이를 위한 기술 기반인 ‘SAP 넷위버(NetWeaver)’를 내놨다. 최근 경영 화두로 떠오른 혁신을 위한 SAP의 비전이 바로 ‘ESA(Enterprise Service Architecture)’다.

 어댑티브 컴퓨팅은 현재 정보기술(IT) 업계가 모두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인 동시에 비전이다.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 갈수록 불확실해지면서 발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처럼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기업 환경의 기반으로 IT 기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이 바로 ‘어댑티브 컴퓨팅’이다. IBM의 ‘온디맨드(On Demand)’, HP의 ‘AE(Adaptive Enterprise)’, MS의 ‘닷넷’ 등이 모두 어댑티브 컴퓨팅에 대한 비전이자 향후 제품 개발의 기본 개념이다. ESA는 바로 어댑티브 컴퓨팅에 대한 SAP의 비전이자 사상인 셈이다.

 ESA는 어댑티브 컴퓨팅을 지원키 위한 SAP의 청사진이자 향후 웹서비스시장에 대한 SAP의 지원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ESA는 따로 따로 구축돼 있는 ERP, CRM, SCM,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등을 모두 통합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SAP가 핵심으로 선보인 것이 인터넷 기반의 통합 플랫폼인 바로 넷위버다. ESA는 넷위버 때문에 가능한 비전이란 게 SAP측 설명이다. 

 이는 IT 인프라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동시에 책임지겠다는 SAP의 계획이기도 하다. 2007년까지 SAP의 모든 솔루션은 ESA를 기본 개념으로 개발된다. ESA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은 전통적으로 SAP의 텃밭인 기업용 소프트웨어들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CRM, SCM, PLM 등이 대표적이다. SAP는 이들을 모두 ‘mySAP 비즈니스 스위트’로 통합해 제공한다.

 이는 SAP가 넷위버를 통해 ESA 비전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ERP업체에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업체로 커다란 변신을 꾀하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애플리케이션이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기능케 된다는 SAP의 자신감이 숨어 있기도 하다.

 헤닝 카거만 회장은 “ESA는 IT가 기업의 전략적인 도구인 동시에 기술뿐 아니라 비즈니스로도 지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04년 SAP는 전년 대비 20% 상승한 17억달러의 순익을 얻고, 매출 또한 99억달러로 6.7% 상승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SAP가 세계 3대 소프트웨어업체로 성공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성공 기반

 그것은 바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 노력이다. 현재 SAP 직원의 25% 이상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의 팔로알토 및 도쿄의 연구개발센터 등 곳곳에 연구개발 기지가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와 인도 방갈로르에도 새로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인도 방갈로르에는 1억2000만달러를 투입, 11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연구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IT 트렌드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물론 ‘한 우물 파기’도 성공의 기반이었다. SAP는 1972년 설립 당시부터 30년이 넘게 ERP시스템만을 연구해 왔다.

 SAP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1인자와 개인용 소프트웨어의 1인자가 만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양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명 ‘멘도시노(Mendosino)’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소프트웨어 거대 기업간 공동 제품 개발 사례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SAP는 지난 4월26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 전략과 신제품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멘도시노는 SAP의 업무관리시스템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스위트의 밀접한 연계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후 공급 부문에서도 협력키로 한 것이다. 이 제품은 시간 관리, 예산 모니터링, 조직 관리, 여행 및 경비 관리 등과 같은 SAP 프로세스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연결한 제품으로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첫 제품이다. 이는 두 회사의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시간과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SAP의 애플리케이션과 오피스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직접 연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용자들은 SAP의 ‘마이SAP스위트’의 예산 감시·지출 관리·재고 관리 등의 기능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스위트’에서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MS의 ‘아웃룩’ 사용자가 변경된 일정을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SAP의 시간관리시스템에 반영된다. 또 핵심 기업 정보 검색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허비를 방지함으로써 비용 발생도 줄여 준다.

 두 회사는 통합 제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판매에 있어서도 상호 협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두 회사 제품간 상호 연동성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근간으로 웹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멘도시노는 양사 기존 제품간의 상호 호환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협력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SAP의 서비스 위주 아키텍처 청사진인 ESA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이 적절하게 통합될 전망이다.

 또 SAP 넷위버를 기반으로 한 SAP의 IT 인프라를 실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최종 사용자들이 SAP 솔루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멘도시노는 4분기에 나올 예정이며, 양사는 2006년부터 상대방 회사의 일부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윌리엄 홀 PR담당 부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중소기업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그밖에는 협력 관계”라며 “새로운 SAP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공동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AP는 코펜하겐 컨퍼런스에서 IBM의 DB2 유니버셜 데이터베이스 공동 개발 버전을 출시한다는 내용의 IBM과의 제휴도 밝혔다. MS·IBM과의 제휴는 SAP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오라클에 대한 정면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AP는 오라클이 지난해 인수한 피플소프트의 고객 유인 작업에 적극 나섰다. 카거만 회장은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깎아 내렸다. 그는 오라클로 합병된 후 분기마다 2~3%의 피플소프트 고객들이 SAP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정부, 과학은 IT 기술에 의존하는 세상으로 이미 진입했다. 향후 5년은 이러한 IT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기업들은 서비스 중심의 표준화된 플랫폼을 도입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SAP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ERP를 통해 세계 경제를 쥐고 있는 SAP는 ‘혁신이 곧 생존인 시대’에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Plus info 한눈에 보는 SAP

 세계 120개국 2만6150여기업 사용



1972년 독일 발도로프에서 설립

1979년 R/2 발표

1992년 R/3 발표

1999년 R/3에서 mySAP.com 진화

2003년 SAP 넷위버 출시

2004년 2007년까지 모든 솔루션에 ESA 적용 발표

2005년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 개발 선언



종업원 수 3만945명

2004년 매출 75억유로

R&D 투자 10억유로



sap 헤닝 카거만 회장 인터뷰

 “21세기 생존은 조직 운용 방식에 달렸다”



 SAP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반열에 올려놓은 이는 헤닝 카거만 회장(58). <이코노미플러스>는 지난 4월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그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앞으로 5년간 기업 성패는 비즈니스모델 변화에 달렸다. 전세계 기업의 절반 이상은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잘 바꾸느냐’ 하는 것이다.”

 SAP 헤닝 카거만 회장은 글로벌 경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직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조직이 운용되는 ‘방식’, 즉 비즈니스 프로세스 모델이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게 최대 경영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2010년 기업이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유연성, 개방성, 협업 등의 특성을 갖춰야만 한다”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핵심 비즈니스에 주력함에 따라 유연성과 편의성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파트너에 대한 의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에선 기업의 시스템 자체가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제품 개발보다 비즈니스 모델 바꿔야

 또 향후 5년간 기업 규모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한편, 2010년에는 신흥 시장 등 신규 시장 진출 업체보다 기업·합병(M&A)이 더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상품을 출시하고 새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보다 상황 변화에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게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컴퓨터업체인 델처럼 온라인 판매를 통해 원가를 대폭 줄이고, 고객들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들려줬다.

 SAP 자체도 혁신 사례가 된다고 설명했다. SAP도 외부 변화에 적응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으며, 외부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유연성을 가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외부 변화와 고객의 끊임없는 요구에 적절히 대응한 것으로 멘도시노(Mendocino)를 꼽을 수 있단다. 멘도시노란 마이크로소프트(MS)와 SAP가 공동 개발키로 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코드명. 경쟁사이기도 한 양사는 최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는데, 멘도시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스크톱 PC용 애플리케이션인 오피스스위트와 SAP의 애플리케이션인 마이SAP 스위트 기능을 통합한 것이다.

 멘도시노가 출시되면 사용자들은 SAP의 마이SAP스위트의 예산 감시·지출 관리·재고 관리 등의 기능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스위트에서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양사는 통합 제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판매에서도 상호 협력키로 함으로써 단순히 제품간 상호 연동성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SAP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IT 서비스화 추세에 합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CEO의 역할에 대해 그는 “혁신은 그냥 단순한 제품 개발을 뜻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이어야 한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 안되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러한 성공 여부는 결국 CEO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헤닝 카거만 회장은 향후 5년이 IT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는 모든 기업인들이 항상 갖고 있는 과제”라며 “혁신을 통한 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IT 인프라에 있어 유연성이 특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IT가 결국 기업 전략을 실행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력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IT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영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기술 변화가 혁신을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혁신을 위해선 IT 기술이 필수 요건이란 얘기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IT가 향후 5년간 핵심 경쟁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비용 절감의 툴로서만 IT를 인식하다가는 성장을 위한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IT가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지만 비즈니스가 IT와 별개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그는 IT는 비즈니스에 박혀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당분간 M&A 추진은 없어”

 IT가 비즈니스에 스며든다면 사람들이 더욱 쉽게 일하고 편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디지털화가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가속화함으로써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IT 기업에도 의미가 있는 말이다. IT가 포화 상태라고 하지만, 결국 혁신은 IT산업의 진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카거만 회장은 “IT가 비즈니스와 결합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경쟁 우위의 창출 요인으로 활용되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보다는 어떻게 제품을 팔 것이냐 하는 문제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거만 회장이 SAP의 올해 중점 분야로 꼽은 것은 유통·하이테크· 공공·금융서비스 분야다. 그는 이를 위해 SAP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전략도 솔루션 통합을 통한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이같은 비전을 실현할 핵심 솔루션으로 SAP의 차세대 플랫폼인 ESA(Enterprise Service Architecture)를 제안했다. ESA를 구현키 위한 넷위버는 효과적인 웹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ERP·CRM·SCM 등의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기업 시장 공략을 통해 대기업 부문에서의 리더십이 SMB 부문으로 확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게 아니라 중소기업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무드를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AP는 이미 유럽 지역에서 미드마켓 공략을 위해 맞춤솔루션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고객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SAP의 솔루션이 일조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삼성전자가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가장 큰 경쟁자인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에 대해 카커만 회장은 “전혀 위협 요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직원과 기업 문화, 솔루션간의 통합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SAP로선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말이다. 그는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 후 미국 시장에서 SAP의 점유율이 증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가 M&A의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합병된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M&A 추진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AP사파이어 2005 코펜하겐

 IT의 성장 동력은 ‘혁신’




 SAP는 올해 행사의 키워드로 ‘혁신’을 내세웠다. 현재 기업의 경영자들이 생존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항상 ‘혁신’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AP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보기술(IT)이란 점을 이번 행사의 메시지로 전달했다.



 IT 전문 기업이 주관하는 개발자 포럼이나 컨퍼런스 등도 컴덱스나 세빗과 같은 전문 전시회 못지않은 규모와 영향력으로 IT업계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자바원과 인텔의 개발자포럼(IDF).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포럼, CA월드, HP월드, SAP의 사파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26일부터 28일까지 SAP가 주최한 대형 기술컨퍼런스 ‘사파이어 2005 코펜하겐’은 IT 전시회와 달리 관련 업계 엔지니어들이 주로 참가하는 기술 경연장 성격이 짙었다. 전세계 고객 및 기자, IT 전문가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마당이자 대규모 마케팅 이벤트였다. 이번 유럽 지역 사파이어는 2002년 리스본에서 개최된 이후 3년만에 부활한 것.

 SAP는 올해 행사의 키워드로 ‘혁신’을 내세웠다. 현재 기업의 경영자들이 생존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AP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보기술(IT)이란 점을 이번 행사의 메시지로 전달했다.

 헤닝 카거만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행사장 전체 분위기를 이끌었다. 개막을 알리는 그의 연설은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쇼를 연출하듯 진행됐다. SAP의 유럽 고객사 CEO들의 축하 멘트를 필두로 연설 도중에 파트너사의 개발 담당자를 불러 시연회를 하는 등 지루한 감이 없었다. 오히려 자리를 꽉 메운 참석자들은 몇 차례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카거만 회장은 ‘비즈니스 2010’이란 주제의 연설을 통해 향후 5년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지면서 IT가 향후 5년간 핵심 경쟁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이 아가시(Shai Agassi) 제품 및 기술그룹 회장은 둘째날 기조 연설에서 특히 미래 IT 환경으로 일컬어지는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아키텍처(ESA)를 구현해야만 기업의 생존과 적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솔루션인 넷위버가 완성 단계가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와 IT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파이어 2005 코펜하겐은 이전의 ‘조용하고 차분하게 공부하는 컨퍼런스’란 느낌을 떠나 마치 ‘축제’와 같았다. 6000여명이 모인 대형 컨퍼런스인 만큼 인파로 북적댔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파트너들의 기술 세션장에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둘째날 SAP가 주최한 영국 출신 가수 ‘씰(Seal)의 콘서트 무대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콘서트가 펼쳐진 체육관에는 6000여명의 참석자로 꽉 들어차 열정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SAP코리아

 한국ERP 역사와 나란히 성장



 90년대 초반 성장을 계속하던 한국 기업들은 세계화로의 도약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선진 외국 기업과 같이 국제적인 스탠더드에 맞는 효율적이면서 투명하고 체계적인 기업 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이미 재무·회계·자재·구매 등 기업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산화된 시스템을 도입, 거대한 규모와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용 솔루션을 활용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컴퓨터산업 발전과 함께 소위 ERP로 불리는 전사적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을 통한 기업경쟁력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때 불모지였던 한국 ERP시장에 처음으로 이 개념을 도입한 회사가 바로 SAP다.



 삼성전자 ERP 구축 후 급성장

 SAP는 1995년 11월 삼성그룹에 ERP솔루션을 구축하면서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당시 삼성그룹은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ERP 도입을 통해 삼성은 서울사무실에 앉아 세계 전역에 펼쳐진 각국 지사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어떤 기업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뛰어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삼성의 성공적인 ERP 도입은 SAP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최고의 솔루션 벤더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IT업계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내부 조직 및 시스템 개편과 영업력 강화로 극복해 왔다.

 SAP코리아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기업의 경영 혁신 프로젝트 수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또 SAP 본사와 아·태본부도 각각 2004년 대비 소프트웨어 매출이 10%와 5% 성장, 전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SAP코리아는 지속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과 적응형 기업, ESA 등에 대한 관심 확대, SMB시장에서의 선도력 강화 및 산업별 특화 제품 제공, 또한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의 강력한 파트너십 등으로 비즈니스 솔루션 업계 선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SAP코리아는 향후 10년에도 지난 10년처럼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영 혁신을 돕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올해 기존 ERP를 포함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영역 및 SMB(중소기업시장) 부문 영업 강화는 물론, 최첨단 솔루션을 고객사와 파트너사에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나설 계획이다.

 2003년 35개, 2004년 60여개에 이르는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한 저력을 계속 이어나가 2005년에도 SMB 분야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마이SAP 올인원(mySAP All-in-One)과 SAP 비즈니스원(Business One) 등이 SMB시장 공략을 내놓은 솔루션이다.



 Plus info  SAP코리아 사람들

 최고 베테랑들만 모여



 한의녕 사장은 2002년부터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IBM을 시작으로 IT업계에서 영업, 컨설팅, 마케팅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전문 경영인이다. 2002년 취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일궈냈다.

 이재삼 부사장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엄격한 회계 기준을 적용, 한치의 누락이나 오차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다. 한마디로 SAP가 강조하는 ‘투명경영’을 SAP코리아에 뿌리내린 주인공이다.

 이덕성 본부장은 한국 IBM 영업엔지니어, 2000년 PTC코리아 영업이사, 2002년 WIZ 영업총괄상무 등을 거친 정통 영업맨으로 승부사적 기질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민동익 본부장은 주로 금융·통신 사업 부문의 세일즈 베테랑이다.

 1999년 SAP에 입사한 류경옥 AGC(Active Global Support) 본부장은 39세의 나이로 지난 2002년 임원에 올랐다. 당시 SAP사내 영업사업부 담당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의녕 SAP코리아 사장 인터뷰

 “한국 기업 혁신  전도사 되겠다”



 ‘투명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불투명 유리로 돼 있던 임원실 벽을 전부 투명 유리로 바꿨다. 한사장은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나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장, 부사장, 본부장, 팀장 이외의 모든 직위를 없애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했다.



  “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올해를 SAP코리아뿐 아니라 국내 ERP시장의 10년사를 재조명하는 해로 만들 예정이다.”

 국내 기업 혁신의 전도사로 통하는 한의녕(47) 사장은 특히 올해가 한국 기업이 기업 혁신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는 데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SAP가 특히 강조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이 기업 생존의 핵심이란 코드에 맞춘 전략이다.

 그는 기업 혁신은 바로 고객을 바라보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와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매년 해온 방식대로 동일한 시장과 유사 경쟁사를 놓고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려 한다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꿀벌처럼 분주히 늘 같은 꽃밭을 누비면서 매일 같은 꿀을 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모든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혁신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며 “지난 10년간 SAP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ERP가 실제 구현되고 확산된 것처럼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ERP를 통한 기업 혁신에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이 가졌던 비용 절감에 대한 관심이 이젠 혁신을 통한 생존으로 옮겨졌다며, SAP는 이러한 비즈니스와 IT 이슈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대기업 시장뿐 아니라 SMB 부문 영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특히 정보화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IT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채널도 늘리고 지원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의 IT 컴플라이언스와 금융권의 바젤II 시스템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는 한편, RFID와 같은 신기술 및 제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한의녕 사장은 “한국 ERP의 역사를 만들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한국 기업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임 이후 이색적인 개혁 조치들을 시행, 눈길을 끌기도 했다. ‘투명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불투명 유리로 돼 있던 임원실 벽을 전부 투명 유리로 바꿨다. 한사장은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나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장, 부사장, 본부장, 팀장 이외의 모든 직위를 없애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했다.

 그의 취미는 좀 독특하다. 권투 글러브까지 갖추고 틈날 때마다 복싱으로 가볍게 몸을 푼다. 사무실엔 샌드백도 걸려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그는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들긴다. “경쟁 상대로 맞붙어 이기겠다는 승부욕을 가다듬는 데는 권투만큼 좋은 게 없다”며 권투 예찬론을 펼친다.

 올해는 SAP코리아의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다. SAP의 10년은 국내 ERP의 10년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SAP는 더욱 강화된 서비스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특화 솔루션 제공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